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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두 형제, 8년 만에 삼립서 재회…'3세 경영' 승계 시계 빨라지나 [재계 후계자들]

요약
  •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이 두 아들 허진수 부회장과 허희수 사장을 삼립식품 경영 전면에 복귀시키며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 삼립식품은 현재 실적 부진과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두 형제는 '삼립 리셋'을 통해 수익성 회복과 사업 재편에 나설 계획입니다.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장남 허진수 이어 차남 허희수도 경영 전면에…전략·비전 나눠 맡아
허영인 지주사 지분 63.31% 그대로…실적 부진 속 경영 성과 시험대


삼립식품의 고(故) 허창성 창업주는 1983년 두 아들에게 서로 다른 회사를 맡겼다. 장남 허영선 전 회장이 본가인 삼립식품을 이끌었고, 차남 허영인 회장은 규모가 작은 계열사 샤니를 맡아 독립했다. 이후 두 회사의 처지는 뒤바뀌었다. 샤니는 1997년 삼립식품을 제치고 제과제빵 업계 정상에 올라섰고, 같은 해 삼립식품은 외환위기 속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2년에는 샤니가 삼립식품을 인수했다. 이렇게 합쳐진 회사가 지금의 SPC그룹이다.

43년이 지난 현재, 허영인 회장도 두 아들에게 각기 다른 역할을 맡겼다. 올해 8월 장남 허진수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차남 허희수 비알코리아 사장을 그룹 유일 상장사인 삼립 경영에 나란히 복귀시키고,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비전책임자(CVO)로 세웠다.

형제가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받은 구도는 선대 때와 비슷하다. 다만 그룹 지배권은 아직 허 회장이 쥐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상미당홀딩스 지분의 절대 다수가 여전히 허 회장 몫이다. 경영은 맡기되 소유는 넘기지 않은 셈이다. 두 아들의 경영 성과와 허 회장 지분의 향방에 따라 SPC 3세 승계의 윤곽도 좀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수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허희수 비알코리아 사장 ⓒ파리바게뜨·연합뉴스 허진수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허희수 비알코리아 사장 ⓒ파리바게뜨·연합뉴스

안개 걷히는 후계 구도

SPC의 3세 경영 구도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 초부터다. 1월 기존 파리크라상의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 파리크라상을 세우고, 존속법인은 지주회사 상미당홀딩스로 전환했다. 통상 지주회사 체제는 승계 과정에서 활용도가 높다. 여러 계열사 지분을 일일이 넘기지 않아도 지주회사 지분만으로 주요 계열사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상미당홀딩스는 허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뒤에는 허진수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6월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분도 아버지에 이어 가장 많다. 상미당홀딩스 지분은 허영인 회장 63.31%, 허진수 부회장 20.33%, 허희수 사장 12.82%, 허 회장의 배우자 이미향씨 3.54% 순이다.

허진수 부회장은 비교적 일찍부터 그룹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주력 분야는 해외 사업이다. 허 부회장은 2014년 글로벌 사업을 맡은 뒤 파리바게뜨의 해외 확장을 이끌어 현재 15개국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지주회사 대표로서 해외 사업을 넘어 그룹 전체의 전략과 투자, 신사업 발굴까지 책임지게 됐다.

차남은 한때 승계 구도에서 배제됐다가 2021년 다시 등판했다. 허희수 사장은 2018년 불미스러운 일에 연류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SPC는 "향후 경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허 사장은 계열사 섹타나인 신규사업부 임원으로 공식 복귀했다. 당시 SPC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관련 경험을 갖춘 허 사장이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SPC 측은 이번에도 "허 사장은 오랜 기간 지난 행동을 깊이 반성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경영진 회의를 거쳐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희수 사장이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신사업이다. 2016년 미국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의 국내 도입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한국 진출에도 관여했다. 굵직한 사업들을 잇따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재계에서는 장남 허진수 부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승계 구도에서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적자·산재·불매까지…삼립, '리셋' 돌입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온 두 사람은 올해 다시 삼립 경영에 나란히 참여하게 됐다. 두 사람이 삼립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2018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번에는 모두 상근 미등기임원으로,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 수립에 참여한다는 게 SPC 측 설명이다.

현재 삼립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3조3705억원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87억원으로 59.2% 급감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이 1조6601억원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248억원 흑자에서 4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각종 리스크도 여전하다. 계열사에서 산업재해가 반복되면서 안전관리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공장 화재까지 잇따르며 논란이 커졌다. 특히 사고 이후 SPC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은 상태다. 허영인 회장 역시 노조 탈퇴 종용·인사 불이익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된 시점에 실적 회복과 함께 그룹 전반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립이 꺼내든 카드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다. 삼립은 지난 9월 기업설명회에서 '삼립 리셋(SAMLIP RESET)'을 발표하고 향후 18개월간 수익성 회복과 사업 재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를 사실상 실적 저점으로 보고 2030년 연결 매출 4조524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삼립의 기업가치는 두 형제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두 사람은 삼립 지분 28.25%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고, 보유 주식 일부를 담보로 대출도 받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은 삼립 주식 30만309주를 담보로 약 100억원을, 허희수 사장은 28만528주를 담보로 85억원을 각각 차입했다. 이 때문에 삼립의 주가 회복은 회사 실적뿐 아니라 두 사람 개인의 재무 부담과도 직결된다.

삼립은 이번 기업설명회에서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도 30%로 제시했다. 실적이 개선되면 주요 주주인 두 형제의 배당 수입도 늘어난다. 향후 허영인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거나 상속받을 경우 세금 납부 등을 위한 개인 자금이 필요한 만큼, 배당이 승계 재원의 일부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2월3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연합뉴스 2월3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연합뉴스

허영인 지분 향방은…'맞교환' 방식 재현될까

아직까지 지분 승계와 관련해선 공식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상미당홀딩스 지분 63.31%는 여전히 허영인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과 허희수 사장의 지분을 합쳐도 33.15%다. 향후 승계 구도가 구체화될 경우 허 회장 보유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것은 두 형제가 보유한 삼립 지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허 회장의 삼립 지분은 4.64%인 반면 허진수 부회장은 16.31%, 허희수 사장은 11.94%를 갖고 있다. 이 지분을 상미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받는 방식 등을 통해 두 형제의 지주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사한 방식은 과거에도 활용됐다. 두 사람은 2012년 476억원 규모의 파리크라상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유 중이던 SPL과 SPC 주식을 넘기고 파리크라상 신주를 받았다. 이 거래로 허진수 부회장의 지분율은 16.7%에서 19.1%로, 허희수 사장은 4.7%에서 11.0%로 각각 높아졌다. 이후 추가 지분 확보를 거쳐 현재의 지분 구조가 형성됐다.

다만 현재의 삼립은 상장사라는 점에서 당시와 조건이 다르다. 비상장 계열사끼리 지분을 맞교환했던 과거와 달리 삼립 주식은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만큼 현물출자 가액과 신주 발행가 산정 과정이 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 측 지분 변동에 따른 공시도 뒤따르고, 거래 조건에 따라 일반주주의 이해관계와 시장 반응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립 지분 현물출자는 두 형제의 지주사 지분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승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허영인 회장이 가진 지분을 어떻게 넘길지가 핵심이고, 증여·상속과 현물출자를 섞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SPC는 이 같은 승계 관측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시나리오의 중심에 놓인 지주회사 출범부터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PC 측은 "지주사 출범은 사업과 투자·관리 기능을 분리해 지배구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승계와 계열분리 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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