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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로 입소문 타더니…미국식 진한 치즈맛 '토종 햄버거' 뚝심 [씬메이커]

요약
  • 크라이치즈버거는 14년째 직영 체제를 고수하며 미국식 정통 치즈버거를 선보이는 토종 외식 브랜드입니다.
  •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기본에 집중하고 손편지와 진심 어린 환대 등 사람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며 매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 트렌드에 휩쓸리기보다 클래식한 맛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브랜드의 뚝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라이치즈버거 정도환 공동대표 인터뷰

3년 연속 적자 위기 딛고 14년째 직영·클래식 고수
손편지와 환대로 일상의 온기를 전하는 토종 브랜드의 뚝심
초기 1호점 매장 사진. /사진=크라이치즈버거 초기 1호점 매장 사진. /사진=크라이치즈버거
"치즈가 흘러내리는 버거는 어디에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버거는 드물다." 2013년 경기도의 12평 남짓한 공간에서 문을 연 '크라이치즈버거'의 출발점은 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미국 동네마다 고기 맛이 진하고 치즈가 녹아 흐르는 정통 치즈버거가 눈에 밟혔지만, 국내엔 그런 버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매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가맹점 없이 전 매장 직영 체제를 고수해 온 '크라이치즈버거'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 총 9개 매장과 자체 패티 공장을 거느린 외식 브랜드로 성장했다.

매출 역시 2020년 56억 원에서 2024년 104억 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정도환 공동대표는 화려한 확장 속도보다 '사람'과 '기본기'를 입에 올렸다. 정 공동대표는 경영과 재무, 사업전략을 맡고 신지우 공동대표는 현장·메뉴·조직문화를 맡는 체제다.

크라이치즈 양재 외관. /사진=크라이치즈버거 크라이치즈 양재 외관. /사진=크라이치즈버거"코로나 적자 3년, 오만을 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갔다"크라이치즈버거가 14년 동안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시기,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며 폐업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를 회상하며 정 대표는 "그전에 멋져 보이려고 이것저것 유행하는 걸 따라 하다가 실수도 많이 했다"며 "지나고 보니 오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위기를 돌파한 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갔어요.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고, 오신 분을 기분 좋게 해드리는 것. 저희가 할 일은 그것뿐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사람을 지켰습니다. 사람을 아끼면 서비스에서 온기가 빠지거든요."

그 시기를 함께 버틴 직원들은 현재 회사의 뼈대가 됐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 크루와 점장, 슈퍼바이저, 공장 및 본사 인력을 모두 합쳐 약 160명의 팀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GS그룹 행사 케이터링 현장. /사진=크라이치즈버거 GS그룹 행사 케이터링 현장. /사진=크라이치즈버거
이들의 진심이 통했던 결정적인 순간도 있었다. 2023년 초, 양재점 인근 대기업에서 50개가 넘는 단체 주문이 들어왔을 때다. 고마운 마음에 직원들이 직접 손편지를 써서 배달 봉투에 담아 건넸고, 이 사연이 소문이 나면서 양재점의 월평균 단체 주문은 4배 가까이 급증했다."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편지… 현장의 온기가 곧 브랜드가 된다"정 대표와 크루들은 매월 매장에 편지를 붙이고, 단체 주문이 들어오면 그 회사에 대한 맞춤 편지를 따로 쓴다. 트레이와 배달 봉투에도 어김없이 편지가 담긴다. 지금은 대표부터 매니저, 점장까지 돌아가면서 매달 펜을 든다.

숫기가 없고 내성적인 성향 탓에 매장을 찾은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직접 말을 건네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려 시작했던 일이었다. 과거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영어가 서툴러 주눅 든 아시아인 소년에게 건네주던 동네 타코집 주인의 따뜻한 눈인사와 타코 하나가 평생의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당시를 생각하며 진심을 담아 편지를 건네온 덕분에, 크라이치즈버거 매장 벽에서는 손님들이 직접 보낸 답장들을 볼 수 있다.

크라이치즈버거 숭실점 크루 전원(맨 오른쪽은 강구연 점장). /사진=크라이치즈버거 크라이치즈버거 숭실점 크루 전원(맨 오른쪽은 강구연 점장). /사진=크라이치즈버거
크라이치즈버거 양재 원영재 매니저. /사진=크라이치즈버거 크라이치즈버거 양재 원영재 매니저. /사진=크라이치즈버거
현장에서 발로 뛰는 점장과 크루들의 목소리에서도 브랜드의 온기가 묻어난다. 백종옥 양재점 점장은 "아침 8시에 출근해 이미 손질된 양상추 대신 매일 직접 손으로 씻고 다듬는다"며 "패티와 번 역시 주문이 들어온 뒤 그릴에 올려, 손님이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따뜻하고 촉촉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세심한 환대 문화도 소개했다. "우리 크루들은 10% 할인이나 세트 할인 쿠폰을 자기 판단으로 드릴 수 있어요. 임산부 손님이나 아이 손님이 오시면 반가움을 표현하는 방식이죠. 픽업을 기다리는 배달 기사님께도 '고생하신다'며 음료를 건네는데, 작은 예의가 돌고 돌아서 결국 음식을 받으시는 손님께까지 닿는다고 믿습니다."

마케팅팀 역시 "회사 공지판 같은 계정이 아니라, 크루들이 어떻게 일하고 웃는지 보여주는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방준석 B2B 팀장은 단체 주문 현장에서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개발자 행사면 '버그 없는 하루 되세요'라 적고, 창업가 모임이면 고단함을 위로하는 맞춤형 편지를 써요. 엄숙한 기업 타운홀에 엉엉이 탈을 쓰고 들어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부천점 직원들의 자발적 아이디어로 영업을 두 시간 일찍 마치고 부천역 일대 쓰레기를 주우러 나간 일화나, 숭실대점 인디 뮤지션 공연, 삼성역점 댄스팀 공연, 100명이 넘는 참여자가 전 매장을 체크포인트 삼아 달린 '크라이 멜트런' 등은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온기를 나누는 크라이만의 방식을 보여준다. 진승규 운영 매니저는 "부천은 우리가 시작한 동네이자 누군가의 고향"이라며 "말로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성장은 복리 곡선… 성실함이 통한다는 증거가 되고 싶다" 더블치즈버거 세트. /사진=크라이치즈버거 더블치즈버거 세트. /사진=크라이치즈버거
'한국의 인앤아웃'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정 대표는 "메뉴를 몇 개만 두고 매일 똑같이 잘 만드는 방식은 많이 배웠지만,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매일 굽는 토종 브랜드"라고 선을 그었다. 언젠가 외국에서 "미국의 크라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욕심 섞인 꿈이다.

신메뉴를 쏟아내는 외식업계의 트렌드 속에서도 크라이치즈버거는 클래식에 집중한다. 초등학생 때 먹던 맛을 직장인이 되어 지친 몸으로 찾아와 먹어도 똑같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 뚝심은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이뤄진다. 수습 기간 3개월을 묵묵히 버텨낸 신입 크루들에게 정 대표는 직접 손편지와 선물을 건넨다. 그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동반자이자, 반드시 잘돼야만 하는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크라이치즈버거 신지우 공동대표. /사진=크라이치즈버거 크라이치즈버거 신지우 공동대표. /사진=크라이치즈버거
빠른 성장의 유혹 속에서도 제 갈 길을 가겠다고도 했다. "서브웨이가 처음 10년 동안 매장 100개도 안 됐듯, 사람 마음을 얻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성장은 직선으로 오지 않아요. 성실하게 쌓은 게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지는 복리 곡선에 가깝다고 믿습니다."

그는 "요즘은 코인이나 주식으로 빨리 큰돈 벌어 은퇴하는 게 성공처럼 여겨지지 않느냐. 땀 흘려 일하는 건 미련하다는 말도 듣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크라이는 꼭 살아남아야 한다. 성실함도 통한다는 것처럼, 보란 듯이 잘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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