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脫달러 해답 아냐…선별적 분산을"
"재정 문제는 결국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 기사는 10월 06일 11: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4년 9월과 2025년 6월, 저는 경제법칙을 무력화하려는 정부 측 시도를 비판하는 메모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런 시도가 결국에는 비효율적이며 심지어 해로운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마저 있다는 저의 확신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경제란 자연스럽게 기능하는 유기체이며, 그 방향을 조종하려 들면 경제의 기능이 왜곡될 것이고, 대개는 전반적인 결과를 악화시킵니다. 빈곤이나 실업의 확산과 같이 사회가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결과를 막기 위해 때로는 그런 조치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는 선별적으로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최적의 비유는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화 <라이온 킹>의 주제가에도 나오듯이 세상에는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순환이란—‘적자생존’ 같은 과정을 통해 작동하다 보니—부정적인 측면도 있긴 하지만 전체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먹잇감이 되는 대상을 보호하려는 인간들이 포식자를 억제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이런 종류의 개입으로 인한 이차효과가 발생해서, 다른 종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하고 환경 전체의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종이 다른 종을 먹이로 삼도록 두는 것이 비정해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결과를 개선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제가 애써 시장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와 같은 시도는 근래의 장기금리 상승 국면에 대한 대책으로 발표된 것이었습니다. 8월 17일,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3%를 상회하며 마감했는데, 이는 당시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은 그 상승세를 누르고 장기금리를 더 낮추고 싶어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고금리가 (a)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b) (자동차, 주택 등) 주로 대출을 통해 구매하는 품목에 대한 구매여력을 떨어뜨리며, (c) (최근 무려 40조 달러에 육박한) 정부부채 이자비용을 증가시키고, (d) 시장참여자들 간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을 내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여타 단기금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정하듯이 연준이 장기금리를 직접 정할 수는 없습니다. 재무부 역시 장기금리를 ‘정하지는’ 못하지만, 국채 발행 및 바이백(buyback)을 통해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8월 19일에 재무부는 장기물 유동성 지원 확대라는 취지의 조치로 장기물 바이백 한도를 기존의 회당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최소 2배 이상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튿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그 이상의 조치도 감행할 의지를 내비치면서—‘필요하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의 언약을 했습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경우, 채권 매입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가격 상승은 채권수익률 하락을 의미합니다. 그 발표 직후 장기금리가 하락했으나, 그 다음 날 곧바로 반등했습니다.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저는 이러한 조치가 금리 상황을 피상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로 여겨집니다. 앞서 열거된 금리상승의 영향에 대한 대응조치일 수 있겠으나, 그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첫째, 어떤 효과가 있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여러분은 무언가를 매수함으로써 그 가격을 올리거나, 매도함으로써 그 가격이 내려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행동이 주는 효과는 한시적인 것일 수 있으며, 일단 그 행동을 멈추고 나면 시장은 여러분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발생했을 일이 다시 벌어지는 방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는 바닷속 물기둥 같은 것입니다. 물기둥이 위로 솟구치는 힘이 지속되는 한 공 하나를 수면 위에 띄워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을 밀어 올리는 힘이 멈추자 마자, 그 공은 떨어질 것입니다.
8월 24일, 투자가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는 베선트 장관의 발표에 대한 소견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습니다. 해당 기고문 중에서 제 마음에 들었던 대목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채권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1bp씩 누를 때마다 이는 상황을 지연시키는 데 보조금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 . . 이 조치로 절감한 수익률이 몇 bp가 됐던 간에, 그렇게 지연시킨 대가로 몇 배를 치르게 될 것이다. . . . 펀더멘털에 맞서 가격 방어전을 펼치는 정부는 언제나 패배한다. 유일한 변수는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문제뿐이다.
드러켄밀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매크로 거래의 구상에 일조했던 인물이니만큼, 본인이 한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1992년에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Quantum Fund)를 상시 운용하던 그는 잉글랜드은행(BOE)이 펀더멘털을 거스르고 파운드화 가치를 유지시킬 능력이 없다는 데 베팅하여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그 거래는 10억 달러가 그야말로 거액이었던 그 시절, 펀드 측에 약 10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이는 금리 상승의 근본 문제들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책이 되지 못합니다. 재무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금리 상승은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무작위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그 원인이 될 만한 것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바람직한 수치 이상의 수준을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7월 PCE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장기 목표치인 2%를 웃도는 3.7%를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연준이 지난 주 기준금리를 올린 주원인입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폐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므로, 장기 금융상품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상환 받을 화폐의 구매력을 보전해줄 인플레이션 보호 요소가 수익률에 포함될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미국은 재정 규율이 완전히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인 덕택에, 미국은 제가 신용한도도 없고 청구서도 날아오지 않으며 금리마저 극히 낮은 ‘골든 크레딧 카드(golden credit card)’라고 부르는 것을 보유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카드를 어리석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적자 재정을 강력히 옹호하였습니다. (사실, 적자 재정은 ‘케인스 경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그는 경기 둔화기에 고용 촉진을 위한 적자 재정을 운용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부채를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면 갚아나가는 정책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은 호황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균형예산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사실상 예산 자체에 대한 논의가 없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특히 경제가 최대산출능력에 거의 근접하게 운영되고 있을 때에는 대규모 적자재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는데, 이는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것 이상의 지출을 통해 유동성을 한층 더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추가된 유동성은 총수요 및 그로 인한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고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며, 그리하여 전술한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오늘날 재정적자는 GDP의 6%에 가까운데, 이는 실업률이 고작 4%에 그치는 호황을 구가 중인 경제상황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금년도 순이자지출만 해도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국방예산보다도 더 큰 액수이며, 부채가 GDP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한다면 그 액수는 급증할 것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여기서 더 오른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이처럼 방만한 지출은 신용카드 사용을 정지당하거나 적어도 모종의 한도제한을 당할 가능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즉각적인 결과는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부채 상환 비용을 증가시키고 적자를 더욱 확대하여, 재정 규율의 결여에서 비롯된 악순환을 고착화할 것입니다. 미국 국채 바이백 비용은 일반 현금재원으로 조달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채 발행을 더 늘림으로써 채워지게 됩니다. 장기국채 바이백이 증가함에 따라 단기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만큼, 이로 인해 정부의 전체 부채 규모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부채 만기 구조를 단축시켜 당시 적용되는 금리에 따라 더욱 빈번한 차환이 필요해집니다. 이는 미국 재정상황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막대한 정부 적자를 충당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일은 미국 경제성장에 수반되는 일상적인 자금수요 외에 별도로 발생하는 것이며, 여기에 수조 달러 규모의 AI 투자까지 더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서 부채 및 자기자본 수요가 커지게 됩니다. 경제학의 가장 간단한 법칙은 어떤 것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그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자본 수요가 증가하다 보면 돈의 가격, 즉 금리에 상승압력이 가해질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노릇입니다. 장차 AI 인프라 구축에 수조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며,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AI와 직접 관련된 데이터센터에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조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아마 차입을 통해 조달되겠지만, 주식 매각으로 조달되는 자금조차 가용자본 총공급량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이므로, 투자자 유인을 위해 채권이 지급해야 할 이자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동시에, 재무부는 연간 적자에 대한 이자비용을 조달하는 한편 만기가 도래하는 막대한 액수의 국채를 차환해야 할 것입니다. 재무부 발행 국채 대부분은 단순히 만기 도래 부채를 재발행하는 것이겠지만, 새로 추가되는 약 2조 달러의 신규 발행액은 투자자들이 소화해야 할 공급량을 증가시켜 수익률 상승 압박을 가하고 금리가 조만간 내릴 가능성에 반하는 주장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
8월 22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이 이란 전쟁의 영향과 국채 30년물 시장의 ‘매우 열악한’ 유동성 상황을 언급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목요일에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저는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전술한 바와 같은 펀더멘털을 실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제 생각에 재무부나 연준 발표 내용의 파급효과는 흔히 상당 부분 심리적인 것이며, (이번 발표가 하루 동안 그러했듯이) 특정 반응을 일으키도록 계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저 원인에 대한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특히나 더더욱 그 효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 관한 결론은 시장이 별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에버코어 ISI(Evercore ISI)가 9월 9일에 배포한 리서치 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베선트 재무장관의 강도 높은 ‘트레저리 트위스트(Treasury Twist)’ 바이백 제1차 계획이 전격 공개됐다. 지난 목요일 재무부는 회당 최대 바이백 규모를 2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8월에 약속한 ‘최소 40억 달러보다’ 더 많이—3배 늘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문 작성 시점 기준 수익률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모습이다.
금리를 누르는 데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들에 대한 대처에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금리를 억지로 끌어내리는 것은 의사가 열이 있는 환자에게 얼음주머니를 대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냉찜질로 환자의 체온을 낮출 수도 있겠지만, 발열의 기저 원인에 대한 처치를 하지 않고서는 환자가 건강해질 리 없을 것입니다.
부채가 문제인가?
저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 답을 간파해내기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선, 간단히 말하자면, 미국이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영원히 계속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제학자 허버트 스타인(Herbert Stein)이 예전에 말했듯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는 것은 결국 멈추게 마련”입니다. 이 점은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부채를 늘리는 방법으로 적자재정 비용을 계속 조달하지 못할 까닭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내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2016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운동 초기에 미국 정부부채에 대한 협상을 모색할 수 있다는 몇몇 모호한 내용의 발언을 했지만, 저는 미국이 예정대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중대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발행하는 통화로 표시된 부채인데, 상환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제가 어렸을 때 1920년대 초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발행된 1천 마르크 지폐 한 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위에 ‘1백만 마르크’라는 금액이 덧씌워져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부채 및 배상의무에서 비롯된 막대한 국가채무를 떠안고 있었고, 돈을 찍어내는 것이 적자를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이는 화폐가치 폭락에 일조하고 말았습니다.
달러화가 세계 주요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한—달러화의 비중은 2025년 외환거래의 89%, 2026년 1분기 중 통화별 내역이 공개된 공적 대외준비자산의 57%—미국은 자국 화폐로 재정적자 조달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아, 그렇지만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달러화를 지나치게 많이 찍어내면 화폐로서 인정을 덜 받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씀하시겠지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세계경제가 외환보유고를 준비하고 국제거래를 수행하기 위해 안전하고 유동성 높은 준비통화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달러화를 주요 기축통화로 사용하지 않으려면, 다른 통화 또는 통화 집단이 더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15년 전에는 유로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유로화는 여전히 세계 제2의 준비통화이기는 하지만, 달러화와의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중국이 발전하면서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위안화는 아직 통화별 내역이 공개된 공적 대외준비자산 가운데 단 2% 정도를 차지할 뿐이며, 자본규제 및 국제긴장관계를 고려해볼 때 급부상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중국, 러시아, 이란이 달러화의 대안이 될 통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소문은 있습니다.) 금은 거래수단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지 않으며—자명한 이유들로 인해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데—다만 미쓰비시UFJ은행이 지난 주 발표한 리서치 노트에 따르면, 최근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 보유자산으로서 금이 달러화를 앞질렀다고 합니다. 끝으로, 암호화폐는 보유자산으로서 단지 미미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로서는 아마도 전 세계가 달러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부채 상환을 위해 달러화로 명목대금 지불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으로서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화폐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경우 해당 화폐의 가치는 ‘실물’ 및 기타 화폐 대비 줄어들 수 있습니다. 1천 마르크 지폐를 1백만 마르크 지폐로 쉽사리 바꿔버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것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단지 염소 한 마리뿐일 수 있습니다(2008년 메모 <부정론의 한계 (The Limits to Negativism)>에서 설명한 내용). 사실, 미국의 부채 해결책이 무엇일지 고심하는 이들은 구매력이 낮아진 달러를 가지고 부채를 갚게 하는 조치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즉, 더 적은 마릿수의 염소를 넘겨주는 방식—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8월 22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채권 수익률을 억누르려는 재무부의 새로운 시도는 미국이 지출을 억제하기보다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장을 왜곡시켜 차입비용을 제한할 태세임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이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에 대하여 더 많은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한 조치가 자책골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상환 받게 될 달러화의 구매력에 대한 우려를 가지게 만들어서 신규 달러 부채에 대해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덧씌워 인쇄된 바이마르공화국 지폐 이야기를 2008년에 했던 것은 국민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막대한 액수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임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그로 인해 달러화가 다른 통화들에 비해 약세를 띠게 되거나 물가상승을 가속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달러화는 다른 주요국 통화들에 비해 오래도록 그 가치가 희석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고물가 상황이 도래하지도 않았습니다.
2008년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는 당시 진행 중인 것으로 보였던 세계 금융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요긴하고 현명한 조치였습니다. (결국 드러난 바와 같이, 이 조치로 달러화 가치가 희석되지는 않았습니다. 제 견해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야기된 화폐 및 신용 가치의 붕괴를 대체로 상쇄시켜준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의 막대한 적자 조달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적자에 대한 대책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호황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므로, 총수요 및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워런 버핏의 명언으로 장식하는 것이 최선일 때가 많으니, 이 섹션은 그가 2025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총회에서 했던 발언을 인용하면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재정정책이야말로 미국에서 저를 두렵게 하는 존재입니다. . . . 우리는 지금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불가능한 수준의 재정적자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 . . 그것이 2년이 될지, 혹은 20년이 될지는 알 수 없는데, 왜냐하면 미국과 같은 나라는 이전에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강조표시 추가)
해결책은 있는가?
지금 다루고 있는 문제는 추측의 영역이 아니라. . . 단지 수학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는 중이며, GDP 대비 부채는 증가하고 있고, 이자비용이 급증하는 중입니다.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자라나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고, 오래도록 경고해온 문제이며, 이제 뼈저리게 다가오기 시작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절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지금껏 아무도 이를 시정하려 나서지 않았습니다. (국채 입찰 불발이나 매수자 측 보이콧 같은) 중대 문제 발생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고질적인 것이며 이미 우리에게 부과되고 있습니다. 드러켄밀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바와 같이, “30년물이 소화되려면 5.5%에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위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청구서입니다.” 우리는—그 비용이 얼마로 늘어나든—내야 할 돈을 지불하던가, 아니면 그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또는 국가)이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면, 진정한 장기적 해결책은 오직 하나, 행동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유일한 희망은 아래와 같은 일들을 해내는 데 달려 있습니다. ‘부채 갚아나가기’라든가 ‘부채 완납’같은 말을 잊는다 부채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재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예산과 그 영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증가곡선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든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등장한 표현) 소득세율 인상(특히 최고 연방 한계세율이 전후 상당 기간에 비해 현저히 낮게 적용되고 있는 고소득층 대상) 및 세금우대 폐지를 통해 GDP 대비 세수 비율을 높인다 자원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규율을 적용하여 지출 증가율을 GDP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한다
도움될 만한 한 가지 일이 더 있습니다.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GDP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세수도 증가시켜주고 GDP 대비 총지출 규모도 줄여줄 것입니다. 이를 달성할 최선의 방법은 생산성 향상일 것이며, 이는 (a) 견고한 경제성장, (b) 뭐니 뭐니 해도 생산성 향상 수단이라 할 수 있는 AI의 활용 확대, (c) 효율성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주는 기업친화적 정책, 이 세 가지의 병행을 통해 촉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마지막 요소는, 바로 세수 증가분이 지출되어버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이 일들을 해낸다면, GDP 대비 연간 적자 비율이 줄어들 것이고, 연간 부채 증가분도 작아질 것이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상술한 모든 요소들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가령, 세금을 더 내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지출을 삭감할 뜻이 없는 국가라면 세입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저는 이밖에 달리 유용한 해결책이 있으리라고는 정녕 생각지 않습니다.
그동안 해야 할 일
미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한 친구—투자 전문가는 아니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업가—가 지난 달 저에게 바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할까?”
그것은 답이 아니라고 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당면한 문제는 미국 주식시장이나 미국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미국의 재정운용에 관한 문제이며, 궁극적으로는 미 달러화가 가진 잠재적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미국 주식을 매도한다면, 그 돈을 어디에 두시겠습니까? 은행? 머니마켓펀드? 채권? 만약 그것들이 달러화를 기준으로 하는 것들이라면, 여기서 논의 중인 리스크를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일 미국의 나쁜 습관들이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고 미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게 되면, 이는 달러화에 대한 평가 하락으로 그 실체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리스크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싶다면, (a)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표시된 자산이나, (b) 금이나 미국 외 지역의 부동산 같은 비금융자산, 혹은 (c) 미국 외 국가의 기업이나 암호화폐로 옮겨가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달러나 미국과는 무관한 자산으로 옮겨가는 데는 또 다른 리스크가 따라옵니다. 다른 선진국의 여러 기업들의 경우 미국 유수의 기업들에 비해 성장 전망이 좋지 않고 규모도 더 작으며(따라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더 적고), 규제가 훨씬 더 심하면서 기업친화적이지도 않은 관할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신흥시장 기업들이 종종 훌륭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잠재력이 실현될지는 훨씬 더 불분명한 일입니다.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지금까지 미국에 높은 비중을 두고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성공의 원인들—자유시장체제, 기업친화적인 환경, 경제활력, 혁신 정신 및 변화 적응력, 기술·경영 전문성, 법치주의, 적절한 규제, 우수한 고등교육 수준, 탄탄한 자본시장—은 여전히 전반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다른 어떤 나라도 이런 강점들을 미국만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자금을 빼는 데는 쉽사리 실패할지도 모를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아직은 대가를 치를 날이 요원할지도 모르는 문제를 회피하느라 이런 일을 한다면 특히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를 읽고서 적자재정을 운용하는 나라가 미국뿐이라는 인상을 받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달러 자산에서 돈을 빼서 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있는 다른 통화 자산으로 옮겨간다면 무슨 득이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달러화에서 벗어나 자산을 다각화하는 것을 딱 잘라 반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달러화가 아닌 통화에 대한 보유 필요성, 투자목표, 또는 포부를 가진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달러 표시 자산 보유를 줄이는 것도 합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술한 이유들에 비추어볼 때 이를 대규모로 실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 *요점은, 경제법칙을 무시하면서 궁극적인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이 들어오는 돈 이상의 지출을 무한정 계속하면서도 자국 신용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당하지 않거나 국가 차용증—미국 통화 및 국채—의 신인도 하락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투자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이지만 투자자들에게도 문제가 됩니다. 달러 자산 매각은 해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소하기에 충분할 만큼 매도를 단행할 수 있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고, 그런 행동은 장기간에 걸쳐 큰 착오로 비치기 십상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마침내 표면화되기는 할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능성 있는 해결책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과연 우리는 문제를 직시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요?
출처=오크트리캐피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