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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 차이로 번갈아 낙찰'…교복대리점, 7년간 학교 나눠 먹었다

요약
  • 공정거래위원회가 용인·울산·영천 지역 교복대리점 10곳이 학교별 교복 구매 입찰에서 낙찰자와 투찰가격을 사전 합의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 공정위는 이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1억 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 이번 담합은 지역 내 대리점들이 학교를 나누어 낙찰받는 방식으로 수년간 지속되었습니다.
공정위, 용인·울산·영천 10개 교복대리점에 과징금 1억200만원
51건 입찰서 낙찰자·투찰가 사전 합의…낙찰률 98% 넘기도
중·고등학교 교복 구매 입찰에서 낙찰자와 투찰가격을 미리 짠 교복대리점 10곳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경북 영천의 두 대리점은 7년 넘게 학교를 번갈아 가며 낙찰받았다. 순서를 정해두는 이른바 '낙찰 순번제' 방식이었다.

공정위는 경기 용인(기흥·처인)과 울산, 경북 영천 지역 10개 교복대리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1억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대리점은 19개 중·고등학교가 발주한 교복 구매 입찰 51건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 연락은 대면 모임이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았다.

교복대리점 간의 담합 합의 문자와 카카오톡 교복대리점 간의 담합 합의 문자와 카카오톡

담합 기간이 가장 긴 곳은 영천이다. 스마트학생복 영천점과 엘리트학생복 영천점은 2018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4개 학교 입찰 29건에서 담합했다. 두 대리점의 당시 대표는 2018년 한 고등학교의 교복 샘플 설명회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역 브랜드 교복업체가 두 곳뿐이라는 점을 들어 경쟁하지 말고 학교를 나누기로 했다. 학교별로 직전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가 다음 입찰에서 낙찰받는 구조다.

대리점 대표가 바뀐 뒤에도 담합은 끊기지 않았다. 새 대표가 합의 내용을 넘겨받아 그대로 이어갔다. 2019년에는 대상 학교를 4곳으로 늘렸다. 중학교 2곳과 고등학교 2곳을 묶어 번갈아 낙찰받는 방식이었다.

2024년부터는 투찰가격까지 맞췄다. 기초가격을 토대로 최대 낙찰률을 끌어낼 수 있도록 낙찰예정자는 33만8000원, 들러리는 34만원을 써내기로 했다. 차이는 2000원이었다. 그 전에는 교복 상한가로 낙찰가격을 예측할 수 있어 들러리가 알아서 더 높게 써내는 식이었다. 영천에서는 2018년 이후 대상 학교 입찰 가운데 제3의 업체가 저가로 따낸 3건을 빼고 모두 합의대로 계약이 돌아갔다.

용인시 처인구에서는 4개 대리점이 2022년 9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개 학교 입찰 15건에서 담합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영업해 온 스마트학생복 용인점이 담합을 주도했다. 스마트 용인점은 2022년 입찰 3건에서 유찰을 막으려고 다른 대리점에 들러리를 서 달라고 요청했다. 2023년부터는 매년 7~8월쯤 낙찰받고 싶은 학교 명단을 다른 대리점에 문자로 보냈다. 저가 수주를 막고 목표 물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다른 대리점들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일부 입찰에서는 투찰가격까지 합의했다. 그 결과 예정가격 대비 평균 낙찰률은 98.29%에 달했다. 처인구 교복 시장은 2021년까지 기존 사업자 2곳이 주도했다. 2018년 이후 신규 대리점이 잇달아 들어오면서 2022년 저가 투찰 경쟁이 붙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당 입학생도 2023학년도 199.8명에서 2025학년도 180.3명으로 줄었다. 물량이 줄고 경쟁이 거세지자 담합으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용인시 기흥구에서는 스마트학생복 신갈점과 스쿨룩스 기흥점이 2025년 8월 중학교 입찰 1건에서 담합했다. 이 학교는 입학생이 90명뿐이어서 대리점들이 꺼리는 곳이었다. 기존 납품업체인 스마트 신갈점은 재고를 상당량 갖고 있어 한 번 더 낙찰받아야 했다. 단독 응찰로 유찰될 것을 우려한 스마트 신갈점은 스쿨룩스 기흥점에 전화로 들러리를 부탁했다. 이어 문자로 투찰가 51만원을 알려줬다. 스쿨룩스 기흥점은 그 금액을 그대로 써냈다. 낙찰률은 96.843%였다. 공정위는 입찰 1건에 그쳐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내렸다.

울산 남구에서는 아이비클럽 울산남구점과 스마트학생복 남구점이 2022년 9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6개 학교 입찰 6건에서 담합했다. 두 대표는 예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알게 된 사이다. 각자 대리점을 차린 뒤에도 친분을 이어왔고, 카카오톡으로 학교별 낙찰예정자와 투찰가를 정했다. 6건 가운데 5건이 합의대로 낙찰됐다. 나머지 1건은 낙찰예정자가 부적격으로 탈락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스마트학생복 용인점이 39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아이비클럽 용인점 1800만원, 엘리트학생복 용인점 1200만원, 엘리트학생복 영천점 1100만원, 스마트학생복 영천점 1000만원, 아이비클럽 남구점 500만원, 스마트학생복 남구점 400만원, 쎈텐학생복 용인점 300만원 순이다.

지역별 관련매출액은 처인 31억원, 영천 7억원, 울산 4억원, 기흥 7000만원으로 모두 42억7000만원이다. 과징금 총액은 이 금액의 2.4% 수준이다. 7년 넘게 담합을 이어온 영천 두 대리점의 과징금은 합쳐서 2100만원이다.

공정위는 2010년 이후 서울·경기·대구·광주 등 전국에서 교복 입찰담합 52건을 제재했다. 같은 유형의 담합이 끊이지 않는 셈이다. 공정위는 올해 4월 과징금 고시를 개정했다. 부과 기준율 하한을 크게 올리고 반복 담합 사업자를 가중 제재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적발되는 담합 사건에는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한층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는 개정 고시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올해 5월부터 16개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복 입찰 정보를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과 연계하고 있다. 담합 징후를 집중 감시하고, 의심 사례가 나오면 직권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8월에는 형지엘리트, 아이비클럽, 더엔진(스쿨룩스), 스마트에프앤디, 호전리테일(쎈텐) 등 5개 교복 제조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리점 대상 법 준수 교육과 점검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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