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금리 5.6% 돌파에 재정 불안까지…고금리 매수세는 완충 요인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채권 매도세가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금리옵션 변동성 확대와 인공지능(AI) 관련 회사채 발행 급증, 주택담보증권(MBS) 헤지 거래, 초장기 국채 기피 등 네 가지 위험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분석했다.
지난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135bp(1bp=0.01%포인트) 상승한 5.23%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3월 저점 대비 약 110bp 오른 5.614%에 달했다. 모두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고유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으로 촉발된 국채 매도가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거래를 자극해 금리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금리옵션 변동성 급등·AI 회사채 발행 확대첫 번째 경고 신호는 금리옵션 시장이다. 미국 10년물 스와프 금리가 향후 3개월간 200bp 급등할 위험에 대비하는 옵션 비용은 132bp까지 올라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스와프 금리에 연동된 1개월물 옵션의 내재변동성도 21.4bp로 3월 말 이후 가장 높아졌다. 장기금리 추가 상승을 우려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 급증이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국채시장에도 매도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채 선물을 매도하거나,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를 매입하기 위해 보유 국채를 처분한다.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닐 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회사채 발행 가격이 정해지고 나면 오후에는 모두가 국채 선물을 매도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대형 AI 기술기업들이 내년에 사상 최대인 4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전망했다.주택담보증권 헤지 매도·초장기 국채 기피세 번째는 MBS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거래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소유자들이 기존 저금리 대출을 조기에 갚지 않으면서 MBS의 예상 만기가 길어진다. 그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 위험도 커진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채 선물을 매도한다. 하지만 이 같은 매도가 국채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추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리스이노베이션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관련 대규모 거래가 9건 포착됐다.
네 번째는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 격차 확대다. 지난주 두 금리의 차이는 약 37bp로 벌어졌다. 30년물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투자자들이 초장기 국채 보유에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의 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F/m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모리스 공동창업자는 투자자들이 30년물보다 10년물을 선호한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재정 상황에서 잘못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사실상 미국 재무부에 '당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채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만큼 매력적인 이자수익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을 안정시킬 가능성도 있다. 실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가 과도하다며 미국 단기 국채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로, 장기 국채는 '중립'으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