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억달러 초과 장기차입 2영업일 내 사후보고
재경부 전경. ⓒ데일리안DB[데일리안 = 김소희 기자] 정부가 원화 국제화를 위해 외환거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외국환은행의 1억달러 초과 장기 외화차입을 사전신고에서 사후보고로 전환하고, 거주자의 비거주자 대상 원화차입 신고 기준도 연간 1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높인다. 다국적 기업의 자금통합관리에는 원화 사용을 허용하고 최대 한도도 1억달러로 확대한다.
재정경제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 7월 19일 발표한 ‘원화국제화 로드맵’ 가운데 외환규제 완화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오는 26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먼저 외국환은행의 차입 규제가 완화된다. 현재 5000만달러를 초과하는 장기 외화차입은 재경부에 사전신고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1억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차입 후 2영업일 이내 사후보고하면 된다.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선물환포지션, 외환건전성부담금 등 은행에 적용되는 기존 건전성 관리제도를 고려한 조치다.
외국환은행이 비거주자로부터 원화를 빌릴 때 적용되는 규제도 외화차입 수준으로 맞춘다. 현재 연간 10억원을 초과하면 재경부에 사전신고해야 하지만 개정 후에는 500억원을 초과하는 장기차입만 사후보고 대상으로 바뀐다. 그 이하 차입은 사전신고가 면제된다.
거주자와 비거주자가 원화증권을 발행할 때 적용되는 신고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는 금액과 관계없이 재경부에 사전신고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500억원 이하 발행에 대해서는 사후보고가 가능해진다.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기존처럼 사전신고가 유지된다.
원화자금 대차 관련 자본거래 신고 기준도 대폭 높인다. 거주자가 비거주자로부터 원화를 차입할 경우 재경부 신고 기준은 연간 10억원 초과에서 500억원 초과로 상향된다. 외국환은행의 비거주자 대상 원화대출도 한국은행 사전신고 기준이 300억원 초과에서 500억원 초과로 조정된다.
다국적 기업 등이 활용하는 자금통합관리(Cash Pooling) 제도도 손질한다. 현재 외화만 사용할 수 있는 제도에 원화를 추가하고, 사전신고 범위 내에서 운영할 수 있는 최대 한도를 5000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늘린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은 국내외 계열사 간 잉여·부족자금을 원화로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외국계 증권사 국내지점의 자금 조달 규제도 완화한다. 지금까지는 국내지점이 비거주자로부터 외화를 빌리는 데 제한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내 법인과 같은 수준에서 외화·원화 차입을 허용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결제촉진대금 등 증권 결제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권투자를 위해 보유한 원화를 단기 금융상품에 운용할 수 있도록 투자전용계정 제도도 보완한다.
재경부는 이번 규제 완화가 원화자금 활용도를 높이고 환리스크 부담을 줄이는 한편 외환거래 편의성과 의사결정의 적시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거래 선진화 과정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리스크 관리도 병행할 방침이다.
재경부는 이날 오전 국제금융국장 주재로 한국은행과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의 배경과 규제 완화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개정안은 13일부터 26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확정한 뒤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