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반영 못한 제도 설계 잘못”
SH 이어 LH 장기전세서도 갈등 확산
서울시 조례 기간 제한, LH 만기 후 방침 미정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와 분양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공급한 송파구와 강동구 일대 일부 단지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에서도 분양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서울시가 조례 시행규칙을 근거로 기존 임차인의 퇴거 원칙을 고수하며 분양전환 요구에 선을 그은 것과 달리 LH는 임대의무기간 종료 이후 판단할 문제라며 대응에 차이를 보였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자곡힐스테이트 임차인대표회는 ‘505동 임차인 여러분께 드립니다’라는 호소문을 통해 505동 장기전세주택 370가구에 대한 분양전환 기회를 요구했다. 전체 1339가구 가운데 1~4동의 분납임대주택과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이미 분양전환이 완료됐지만, 505동 장기전세주택 370가구는 분양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임차인대표회는 “장기전세주택은 저렴한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거주를 보장하는 대신 그 기간 동안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주거사다리였다”며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서울 집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하면서 입주 초기에는 크지 않았던 분양 세대와의 자산 격차가 10억원 이상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전세 세대는 만기 시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보증금만 돌려받아 주변 전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라며 “집값 폭등을 반영하지 못한 국가제도 설계의 명백한 실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LH를 상대로 장기전세 세대에 대한 합리적인 분양전환 방안을 협상하고자 한다”며 “선제적으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상 장기전세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은 20년으로, 기간 종료 이후 주택의 운영 방침 자체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지는 2015년 6월 입주가 이뤄진만큼 의무기간 종료까지 9년 가량 남아있기 때문이다.
LH는 “분양 전환, 계약연장 등 여러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공주택 특별법상 임대의무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임대운영 여부 등은 당시의 정책 상황과 공사의 사업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자곡힐스테이트 임차인대표회 호소문 [인터넷 커뮤니티]이어 “임차인대표회로부터 분양전환과 관련한 공식적인 협의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사안은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입장은 기존 입주민의 퇴거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는 서울시의 대응과도 차이가 있다. 서울시는 조례 시행규칙 제7조 제1항을 근거로 장기전세주택에 대해 최장 20년 임대기간이 끝나면 기존 임차인이 퇴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애초 분양전환을 전제로 공급된 주택이 아닌 만큼 기존 입주민에게 우선 분양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의 분양전환 요구 등에 대해 “비양심적 억지”라고 비판하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앞서 서울시가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에서도 임대기간 종료를 앞두고 기존 임차인들의 계속 거주와 분양전환 요구가 잇따랐다. 지난 6월에는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의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200명이 모여 서울시에 계약 연장과 개별·단계적 분양전환을 요구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강동구 강일리버파크와 강일리엔파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이 재계약 보장과 분양전환을 요구했다.
서울시와 달리 LH는 임대의무기간 종료 이후 기존 임차인의 거주 여부에 대한 운영 방침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주택 특별법은 해당 물건의 임대 의무기간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며 “임차인에 대한 거주 기간 규정이 없어 서울시도 조례 시행규칙을 통해 이를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 도입이 20년을 넘어가면서 임대기간 만료 물량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에는 송파파인타운·마곡수명산파크·신월동 동도센트리움 등 3개 단지에서 총 310가구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만기 도래 물량은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