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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억 들여 사놓고 20년째 빈땅…'무주공산' 학교부지

요약
  • 수도권 교육청이 학교 설립 무산 후 수백억 원을 들여 매입한 부지를 수십 년째 방치하고 있어 국가적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확한 실태 파악과 관리 주체 간의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 3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장기 미이용 학교용지 현황 제출과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696 일대 '송라중'(가칭) 부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경기교육청은 학교 설립이 무산된 뒤 이 땅을 동두천시에 무상 임대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696 일대 '송라중'(가칭) 부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경기교육청은 학교 설립이 무산된 뒤 이 땅을 동두천시에 무상 임대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경기도교육청 수원교육지원청이 2004년 138억원에 매입한 수원 권선동 ‘권선2중(가칭)’ 설립 예정 부지(1만1516㎡)는 20년째 방치돼 있다. 매입 3년 뒤 저출생과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설립 계획을 취소했다. 이후 이곳은 주민들의 텃밭이나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의 임시 대체시설 부지로 활용됐다.

1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서울·경기·인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립 계획이 취소된 뒤 방치된 수도권 미이용 학교용지는 최소 5만6103㎡다. 세 교육청이 보유한 토지는 학교용지를 포함해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23배다. 정부가 장기 미이용 학교용지를 주택 공급처로 주목하는 이유다.

문제는 미이용 학교용지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미이용 학교용지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교육부 관련 고시는 개발사업 준공 후 5년이 지난 경우 등에 사업시행자가 개발지구 내 학교용지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이 자체 활용 계획을 세우면 미이용 부지 현황에서 제외된다. 교육청별 자료에도 파크골프장, 주차장이나 농촌체험학습장으로 쓰는 땅과 활용 계획만 세운 부지, 빈 땅이 뒤섞여 실제 이용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는 ‘학교용지 복합개발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 내년 3월부터 장기 미이용 학교용지 현황을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청이 보유 토지를 전수조사하고 대장을 정비해 필지별 이용 현황과 활용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3억원 들여 매입한 땅, 주차장으로
지난 12일 찾은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696 일대. 펜스로 둘러싸인 1만3064㎡ 부지에서 시니어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이 송내택지지구 학생 수용을 위해 2004년 52억1257만원을 들여 확보한 ‘송라중’(가칭) 학교 용지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설립이 무산돼 약 20년간 방치됐다가 최근 동두천시에 무상 임대돼 파크골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했지만 예산 문제로 어려워 1년 단위로 임대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활용 계획은 물론 현황 자료도 불확실하다. 경기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현황 자료에는 이 땅을 4억원대에 취득했다고 잘못 적혀 있다. 송내택지지구 개발 초창기 입주해 20년간 거주 중이라는 주민 김모씨는 “학생 수가 줄어서 학교는 못 짓는다면 다른 교육목적 시설로 쓰거나 팔아서 교육청 재정에 보태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내 땅이라면 이런 식으로 관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의원이 서울·경기·인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장기 미이용 학교 용지 5만6103㎡의 취득 당시 가격은 400억원이 넘는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이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소유 부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학교 용지 활용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불분명한 관리 주체와 책임 소재가 꼽힌다.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 소유라도 용도를 바꾸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해 기관 간 협의가 늦어지면 활용도 지연된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도원초’(가칭) 부지가 대표적이다.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은 학교 설립을 위해 2006년 이 땅을 143억9345만원에 매입했지만, 계획이 취소된 뒤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활용이 늦어진 이유를 두고 교육청과 서울시의 설명은 엇갈린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설립이 무산되자 2011년 서울시에 학교 용지 해제 의견을 냈지만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해제에는 교육청의 관리계획 수립과 자치구 제안이 필요하지만 당시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안내했다”며 “최근 도봉구가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정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8·13 부동산 공급대책’에 포함된 미이용 학교 용지를 놓고도 관계 기관 간 입장이 엇갈렸다. 국토교통부는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권선2중’ 부지에 주택 276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국회 제출 자료에서 이곳을 “수원교육지원청 청사 또는 교육 관련 센터 용지로 계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교육청은 뒤늦게 “공공주택 및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의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용지 관리 주체 명확히 해야”
감사원은 2021년 ‘시도교육청 공유재산 관리실태’ 보고서에서 학교 용지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학교 설립을 위해 부지를 확보하고도 후속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장기간 방치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미사용 학교 용지 해제 기준을 마련하고도 이행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해소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미이용 학교 용지를 주택 공급 등에 활용하기 위한 ‘학교 용지 복합개발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했다. 다만 학교 설립 수요부터 정교하게 예측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은 인근 주택 규모와 인구 추계, 주변 학교의 수용 여력 등을 토대로 계획을 세워 자체 심사나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심) 심사를 거친다. 부지 확보 비용 등을 포함한 총사업비가 300억원 미만이면 교육청 자체 심사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

교육재정 효율화 논의에 교육청 소유 토지의 활용 문제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8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에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청 보유 토지의 활용 실태를 점검하고, 보유 목적이 사라진 부지는 관리전환이나 교환 등 처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재정을 투입한 도심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미이용 학교 용지와 폐교 부지의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고 종합적인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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