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속도 조절보다 추가 공급·이주대책 필요”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데일리안 = 이수현 기자] “오늘의 정비사업 인허가가 내일의 착공을 만들고 3~5년 뒤 입주 물량을 만듭니다. 이러한 연쇄고리를 중간에 단절시키면 공급절벽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13일 서울갤러리에서 열린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라운드테이블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정비사업 속도조절론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이 자리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속 열렸다. 서울시가 2031년까지 정비사업 주택 31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후 이주 수요에 대한 논쟁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참석자들은 이주에 따른 단기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률적인 사업 지연보다 생활권별 수요 분석과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비사업의 인허가권은 시장을 통제하는 무기가 아니라 공급을 지원하는 도구”라며 “사업을 늦추면 금융비용과 조합원 분담금이 늘고, 3~5년 뒤 신규 입주 물량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을 이끌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가 실증연구를 분석한 결과 이주 전후 2~3개월에 전세가격 상승이 집중되고 이후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영향 범위도 주로 사업지 반경 1㎞ 안팎이나 인접 주거지에 국한됐다.
김 교수는 “멸실에 따른 주택 재고 감소, 이주 수요 증가로 주변 임대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 발생한다”며 “이주 권역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공 전후 정비사업 주택 공급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는 대부분 연구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이주대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개발사업에는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 등의 제도가 있지만 순환용주택 등 임시거주시설 공급은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김준형 교수는 “조합등 사업시행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할 것을 요청할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1990년대 관악구 신림동을 제외하면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사업시행자가 주택을 만들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지 않고 제도만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성을 그렇게 요구한다면 공공이 자금을 내야 한다”며 “사업시행자가 임시거주시설이나 순환용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주지 않은 채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3기 신도시 용적률 300% 상향…속도 조절은 최소화해야정 교수는 3기 신도시 고밀화로 늘어나는 주택 일부를 정비사업 이주민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정비사업 이주 시기와 신도시 입주 일정을 연계하고 이주민에게 신규 임대주택을 우선 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여 6만4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도심 순환정비와 이주 지원 정책을 병행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무작정 정비사업을 늦추기보다 공급을 확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하 동국대 교수는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과 시점을 파악하고 인접 지역의 임차주택 공급량, 통근·교육 등 생활권 여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정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면 이주 예상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한정해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수도권 지자체 간 협력 체계를 마련하고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의 부담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