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섭 맥쿼리자산 CSG 동북아 대표
전력망, AI산업 확산 핵심으로 부상
아태 2.8조弗 투자…가장 비중 커
대역폭 커지며 광섬유도 투자 유망
DC 전력수요만 최소 연평균 5%↑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신중섭 맥쿼리자산운용그룹 CSG 동북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인공지능(AI) 확산의 가장 큰 병목은 반도체가 아닌 전력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이 분야에서 유망 투자 기회가 다수 포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족한 설비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향후 10년간 5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가 전력망에 몰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가장 큰 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신중섭 맥쿼리자산운용그룹 CSG 동북아 대표는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AI 시대의 핵심 제약은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가 아니라 전력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력망과 발전·광섬유는 AI가 만들어내는 가장 직접적인 수혜 영역”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발전 설비의 증설 속도를 전력 생산처와 수요처를 이어주는 전력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력망 용량이 부족해 풍력·태양광 전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출력 제한 현상은 지난해 프랑스·스페인·일본 등 주요국에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전력망 접속을 기다리는 물량은 2061GW(기가와트)로 현재 설치 용량의 1.5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데이터센터의 평균 규모도 2020년 25㎿(메가와트)에서 지난해 80㎿로 커졌고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은 85~174%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전력망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전력망 투자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 5조 9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이 2조 7870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유럽·중동·아프리카 1조 5230억 달러, 미주 1조 4590억 달러 순이다. 신규 설치뿐 아니라 노후 설비 교체와 시스템 보강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신 대표는 “AI가 이미 필요했던 전력망 투자의 시급성을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유망 전력망 투자처로는 송전·계통연계, 배전망, 전력망 서비스 등을 꼽았다. 송전·계통연계는 대규모 발전소와 새 수요처를 잇는 영역으로 용량이 가장 부족하다. 배전망 역시 증설과 함께 디지털 개선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건설, 점검, 긴급 대응을 맡는 전력망 서비스 시장은 작은 회사들로 쪼개져 있어 사모펀드 운용사가 참여해 시장을 통합할 기회가 있다고 봤다.
광섬유도 AI 생태계 확산의 수혜처다. AI 추론 과정에서 데이터 대역폭이 커지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광섬유 설비가 구축돼야 한다. 실제 미국의 장거리 광섬유는 2024년 1억 5900만 마일에서 2029년 3억 7300만 마일로 약 2.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2억 1400만 마일 가운데 6600만 마일은 새 데이터센터를 잇는 데 쓰인다.
시장 일각에서 AI 거품론이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전력망 투자 전망은 밝다고 봤다. 그는 “북미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1% 수준이고 건설 중인 용량의 92%는 이미 임차 계약이 끝났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연평균 4.9% 늘어난다”고 말했다. 산업·전기차·가전 등 데이터센터 외 전력 수요 증가세도 커 AI 확산이 기대치를 밑돈다 하더라도 전력망 투자 논리는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AI 전력망을 포함한 인프라 자산은 다른 자산과 달리 대체될 위험도 낮다고 봤다. 투입해야 할 자본 규모가 상당히 크고 수명이 길며 특정 장소에 묶여 있어 쉽게 복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력망이나 공항, 폐기물 처리 등 물리적으로 운영되는 인프라를 AI가 디지털 방식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며 “AI는 실물 자산을 대체하기보다 운영 효율을 높이는 보완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AI 수요가 예상보다 낮아도 버틸 수 있는 계약 구조와 좋은 입지를 갖춘 자산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