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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 주력 전투기 슈퍼호넷, 5세대급 최첨단 함재기로 환골탈태

요약
  •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인 슈퍼호넷은 예산 절감과 차세대 사업 백지화 등의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으나, 현재 블록 III 개량을 통해 5세대 전투기에 준하는 성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 미 해군은 F-35C 배치와 차세대 F/A-XX 개발 속에서도 고도화된 전자장비와 데이터링크를 탑재한 슈퍼호넷을 계속 활용할 전망이다.
AI 스텔스 미사일 탑재… 美·中 항모 경쟁 ‘게임 체인저’로 진화 전망

블랙비어드 미사일을 탑재한 미국 해군 F/A-18E/F 슈퍼호넷. 미국 해군 제공  블랙비어드 미사일을 탑재한 미국 해군 F/A-18E/F 슈퍼호넷. 미국 해군 제공 
최근 미국 해군은 차세대 항공모함 탑재 전투기 ‘F/A-XX’ 프로그램 사업자로 보잉을 선정했다. 이 사업은 현용 주력 함재기인 F/A-18E/F ‘슈퍼호넷’을 2030년대 중반부터 대체하는 게 뼈대다. 그렇다면 슈퍼호넷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21세기 미 군사 작전서 맹활약슈퍼호넷은 명실공히 미 해군 주력 전투기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을 비롯해 미국이 21세기 들어 수행한 거의 모든 군사 작전에서 맹활약했다.

600대 넘는 슈퍼호넷이 해군에 도입됐고, 파생형인 그라울러 전자전기도 160대 이상 전력화됐다. 항모에 파견돼 항모 전단의 일부로서 함께 작전하는 미 해병대 F/A-18C/D 레거시 호넷까지 포함하면 미 해군이 운용 중인 호넷·슈퍼호넷 계열 항공기는 900대에 육박한다.

현재 미 해군 항모에는 1개 항모비행단(CVW)이 실린다. 각 비행단은 10~12대 전투기가 투입된 비행대 4개를 중심으로 편성된다. 최근 이 가운데 비행대 한 곳의 전투기를 F-35C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종 교체 전까지 모든 비행대는 슈퍼호넷 또는 전작인 레거시 호넷으로만 구성됐다. 호넷(hornet)은 말벌을 뜻하는데, 미 해군 항모는 그야말로 말벌집이었던 셈이다.

사실 호넷은 미 해군이 원했던 전투기가 아니다. 1980년 배치된 F/A-18A/B 호넷, 1999년 전력화된 F/A-18E/F 슈퍼호넷 모두 ‘땜빵’ 용도로 등장했다. F/A-18은 1970년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였던 F-14를 대량 도입하려던 미 해군의 시도가 의회에 가로막히며 탄생했다. 1974년부터 도입된 F-14A는 순수 기체 가격만 대당 1400만 달러(약 188억 원)가 넘었다. 비용 절감 압박에 미 공군은 대당 600만 달러(약 81억 원) 미만인 경량 전투기 도입(LWF)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에서 F-16의 원형인 YF-16이 선정됐다.

예산 절감 ‘땜빵’ 전투기로 등장미 의회는 예산 절감을 위해 해군도 YF-16을 사라고 압박했다. 이에 미 해군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 해공군은 서로 같은 전투기를 쓰는 데 강한 거부감을 가진 라이벌이었다. 당시 미 해군은 “F-16 엔진이 하나뿐이라 해상에서 엔진 하나가 고장 나면 추락 위험이 크다” “F-16의 설계 자체가 함재기로 개조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논리로 LFW 사업에서 F-16에 패한 YF-17을 항모 탑재형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의회의 압박이 사그라질 때까지 F-14 보조 전력으로 YF-17을 쓰되, 공대공 작전용 F-18과 공대지 임무용 A-18을 따로 만들어 쓴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런데 이때 공대공·공대지 모드를 선택해 쓸 수 있는 신형 레이더가 등장하면서 F-18과 A-18은 F/A-18이라는 단일 기종으로 통합됐다. 1980년 일선에 배치되기 시작한 이 전투기의 초기 납품 가격은 1700만 달러(약 230억 원)로 같은 시기 F-14(2500만 달러·약 336억 원)보다 훨씬 저렴했다. 그럼에도 미 해군은 F-14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보급형 모델로 여겨지던 호넷을 주력 함재기로 쓸 생각이 없었다. 미 해군은 호넷이 배치되기 시작하자 F-14와 A-6을 대체하는 차세대 함재기 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탈냉전 후 군비 삭감 기조에 따라 일련의 개발 프로젝트가 조용히 백지화됐다. F/A-18E/F 슈퍼호넷은 이처럼 미 해군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 사업이 모두 취소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만들어졌다. 호넷 외에는 대안이 없던 미 해군은 호넷 제작사 맥도넬 더글러스가 엔진 추력을 높이고 기체를 대형화한 ‘호넷 2000’이라는 신형 설계안을 마련하자 이를 채택했다. 이것이 바로 F/A-18E/F 슈퍼호넷이다.

이처럼 슈퍼호넷은 무기 범용성이 최고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모난 데 없이 균형 잡힌 성능으로 만들어진 기종이다. 1999년 배치되기 시작한 슈퍼호넷은 노후화로 퇴역한 F-14와 A-6을 모두 대체했다. 2010년대 들어선 F/A-18C/D 레거시 호넷까지 슈퍼호넷이 모두 대신하게 됐다. 최대이륙중량 30t에 이르는 슈퍼호넷은 최고속도 마하(음속) 1.8에 최대 8t의 넉넉한 무장 탑재량을 갖췄다. 신형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하는 등 성능이 준수하고 신뢰성과 가동률도 높다.

그렇다고 미 해군이 슈퍼호넷을 곱게만 바라본 것은 아니다. 미 해군 수뇌부에는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 많다. 이들은 자기네 전투기가 당대 적성국 주력기보다 압도적 성능을 갖춰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슈퍼호넷이 미 해군 수뇌부의 성에 안 찼던 것이다. 실제로 슈퍼호넷은 미 해군의 단일 주력 전투기로 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 중국·러시아 전투기에 비해 레이더 탐지거리가 비슷하거나 약간 열세였다. 공대공미사일 사거리가 짧은 데다, 공대함 타격 능력도 그리 우수한 편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슈퍼호넷이 전력화된 지 30년이 돼간다. 이미 미 해군에는 F-35C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되고 있고, 후속 모델인 F/A-XX도 10년 안에 전력화될 예정이다. 당초 슈퍼호넷이 곧 도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슈퍼호넷이 금방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이미 슈퍼호넷은 5세대 전투기에 준하는 수준으로 현대화된 전자장비를 탑재한 블록 Ⅲ 사양으로 개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신무기와 지원 장비를 결합해 환골탈태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중국 해군 항공모함 푸젠에서 J-35 함재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중국 해군 항공모함 푸젠에서 J-35 함재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시스
5세대 전투기 수준 업그레이드새로 탄생하는 슈퍼호넷 블록 Ⅲ의 DTP-N 임무 컴퓨터와 TTNT 고속 데이터링크 시스템에는 대용량, 초고속 데이터링크 시스템이 결합된다. 4.5세대 전투기 슈퍼호넷은 F-35 등 5세대 전투기에 준하는 정보 융합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이로써 자체 레이더와 적외선 센서, 전자장비로 수집한 정보는 물론, 데이터링크로 연결된 아군 조기경보기나 위성, 이지스함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할 수 있게 된다. 슈퍼호넷이 수백㎞ 밖 전장 상황까지 파악해 대응할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슈퍼호넷에는 막강한 무장도 추가된다. 바로 AIM-174B ‘건슬링어’와 AIM-260 JATM이다. 건슬링어는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SM-6 함대공미사일(사거리 400㎞ 이상)을 공대공 버전으로 개조한 것이다. 적 전투기는 물론, 지상 표적과 군함,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만능 미사일이다. 새 슈퍼호넷에는 이 거대한 미사일이4발이나 들어간다. JATM은 암람의 사거리 부족 문제를 해결한 차세대 중거리공대공미사일이다. 사거리는 300㎞에 이르고 비행 속도는 마하 4~5다. 크기는 암람과 비슷해 슈퍼호넷에 최대 10발까지 탑재된다. 이들 미사일을 운용하는 슈퍼호넷은 데이터링크로 파악한 수백㎞ 밖 적기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슈퍼호넷에 탑재될 다른 타격 수단도 막강하다. 최근 미군에는 하푼을 대체하는 차세대 공대함미사일 AGM-158C LRASM이 대량 배치되고 있다. 내년 작전 배치를 목표로 ‘블랙비어드’ 극초음속 미사일의 전력화 준비도 마무리 단계다. LRASM은 최대사거리 560㎞에 이르는 인공지능(AI) 적용 스텔스 미사일이다. 내장된 AI가 적 함정의 레이더 특성과 약점을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돌입 코스를 택한다. 레이더에 거의 탐지되지 않는 데다, 전자전도 통하지 않아 최강 대함 무기로 평가된다. 게다가 하푼의 2배에 달하는 고위력 탄두가 실려 어지간한 구축함은 한 방에 두 동강 낼 수 있다. 블랙비어드는 고위력 LRASM을 쏘기 전 ‘물량’을 앞세워 적 함대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극초음속 무기다. 800㎞에 이르는 사거리와 마하 5 이상 속도를 갖췄다. 하지만 덩치는 암람 수준이라서 슈퍼호넷에 6발 이상 탑재할 수 있다. 초기 납품 가격은 발당 38만 달러(약 5억 원), 대량 양산 시 목표 가격은 30만 달러(약 4억 원)다. 현실화되면 연간 수천 발을 생산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물량 공세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미 해군이 사용한 호넷 시리즈는 적 입장에서 보면 조금 따끔한 침을 가진 꿀벌 수준 전투기였다. 반면 새로운 센서와 통신 장비, 무장을 갖춘 슈퍼호넷은 말 그대로 치명적인 독침을 가진 진짜 말벌로 환골탈태할 전망이다. 만에 하나 미국과 중국의 항모 전단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슈퍼호넷은 F-35 같은 스텔스 전투기 이상으로 큰 위협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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