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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거주]④살라더니 배상하라고…'누더기' 규제의 그림자

요약
  •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했으나, 단기간 거주 후 재임대한 사실이 인정되어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 규제가 오히려 전월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 등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책적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싫거주: 실거주가 싫어서]
실거주 이유로 갱신거절했다가 3000만원 물어줘
14개월 거주 후 재임대…"정당한 사유 아냐"
실거주 규제 부작용에도 '땜질'만…근본책은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강조할수록 시장은 이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진심'이다. 규제 부작용도 나타난다. 집주인이 들어가려면 세입자가 나와야 하니 전세 시장도 요동친다. 전세 대신 매매로 눈을 돌린 자와, 실거주할 한 채만 남기려는 자로 매매 시장도 뜨거워졌다. 비즈워치는 실거주 규제 강화가 낳은 주택시장 혼란상을 들여다봤다.[편집자]

3080만원.

집주인 A씨가 전 세입자 B씨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이다. 새로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 376만원에서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193만원을 뺀 183만원의 2년치, 총 4400만원 범위에서 인정된 금액이다. 여기에 지연손해금까지 더하면 지금 당장 지급하더라도 3568만원에 달한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 A씨가 전 세입자 B씨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미지=챗GPT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 A씨가 전 세입자 B씨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미지=챗GPT툭 던진 '실거주' 불씨, 법적 다툼 번졌다

이는 지난달 확정된 대법원 판결이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이후 집주인의 '실거주'는 갈등의 씨앗이 됐다.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하려면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실거주,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대출규제 실거주 의무가 겹치면서 몇 년 뒤 어떤 청구서가 날아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 사례의 1~3심 판결문을 보면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는 2020년 7월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를 B씨에게 2년간(2020년 9월~2022년 9월) 보증금 6억6000만원에 임대했다. 이후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요구를 거절했고, 2022년 9월 전입신고한 뒤 이듬해 2월 입국해 2024년 4월까지 실거주했다.

A씨는 2024년 2월 제3자에게 2년간(2024년 4월~2026년 4월) 보증금 8억2000만원에 임대하기로 계약했다. 이에 전 세입자 B씨는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갱신됐을 기간(2년)이 만료되기 전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14개월간 실제 거주했고 갱신거절 당시 A씨가 소유한 다른 부동산의 세입자 6명이 동시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점을 짚었다. 재임대를 막을 경우 3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며 팔아야 했을 텐데 이를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제한'이 되는 경우로 봤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보증금을 받으면 금융이익을 차임으로 얻고 제때 돌려줘야지, 다른 용도로 보증금을 사용한 뒤 새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기존 보증금을 돌려막으려 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대출규제는 언제든 변동 가능한 요소인 만큼 '예측 불가능한 사정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심 역시 A씨의 사정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없고, 갱신거절 후 재임대할 '정당한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땜질 더한 누더기법…근본 해결해야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지금까지 29차례나 개정됐다. 그럼에도 이 같은 임대차 분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최근 시행 중인 각종 실거주 규제 역시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근본 처방 대신 '땜질'식 보완만 거듭하고 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를 내년 말까지로 연장한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투기 방지와 임차인 보호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거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거주 의무로 임대인을 압박하자 전월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올라 결국 임차인 피해로 이어졌다"며 "수도권 전반에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본래 취지에 맞게 제한적인 범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실거주 의무는 여러 정책과 맞물려 있어 하나만 손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거주 예외를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비거주=투기'라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역시 "경자유전 논리를 주택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잘못된 정책이라면 과감히 폐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허제를 풀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3개월만 지나도 시장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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