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5월 말 고점 대비 70%↓…국내 매수 기반 약화에 낙폭 확대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10.13 ⓒ 뉴스1 박세연 기자(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외국인이 수조 원대 매물을 쏟아내도 버티던 코스피가 최근에는 비슷한 규모의 매도에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매도를 받아내던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약해진 데다 기관까지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국내 증시 수급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6월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 1조 원 이상 순매도한 날은 총 26거래일이었다. 이 가운데 코스피가 하락한 날은 11일에 그쳤고 15일은 오히려 상승했다.
3조 원대 매물이 나온 날에도 지수는 비교적 견조했다. 지난 5월 13일 외국인이 3조 7227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는 2.63% 상승했다. 같은 달 18일에도 3조 6492억 원 순매도에도 0.31% 올랐고, 6월 30일에는 외국인이 3조 7992억 원어치를 팔았지만 지수는 0.97% 상승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9월 14일 외국인이 3조 3375억 원을 순매도하자 코스피는 3.26% 하락했고 같은 달 28일에도 3조 2682억 원 매도에 2.70% 밀렸다. 9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외국인이 1조 원 넘게 순매도한 15거래일 중 14일 코스피가 하락했다.
차이는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국내 투자자의 매수 강도에서 두드러졌다. 외국인이 하루 1조 원 이상 순매도한 날 개인의 순매수액은 지난 5~6월 하루 평균 3조 5620억 원에 달했지만 9~10월에는 1조 5450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기관도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5~6월 기관은 하루 평균 약 2800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9~10월에는 약 3900억 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물이 나올 때 개인과 기관이 함께 받아내던 상반기와 달리 최근에는 국내 매수 주체의 힘이 동시에 약해진 셈이다.
증시 전체의 거래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 5~6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50조 3000억 원이었지만 9~10월에는 약 21조 4000억 원으로 57% 감소했다. 지난 5월 29일 거래대금이 80조 3000억 원까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일평균 거래대금은 고점 대비 70% 넘게 줄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알려진 악재 범주 안에서 증시가 급락했지만 투자심리가 취약해지고 거래도 말라붙은 관계로 매도세에 대한 가격 저항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밸류에이션이 아무리 낮아진 상태인들 시장에서는 미래 이익에 신빙성을 부여하지 않다 보니 밸류에이션 주장도 잘 통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투자자의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LS증권은 개인 투자자가 2024년 7월 이후 약 195조 원을 증시에 투입했고, 투자 자금으로의 이동으로 가계·비영리단체의 유동성 자산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외국인까지 순매도에 나서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둔화하는 것뿐 아니라 매물을 받아낼 국내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전날(13일) 장중 외국인이 추가 순매도에 나선 뒤에도 개인과 금융투자의 매수가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저점 대비 2% 넘게 반등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물량 흡수에는 금융투자의 기여가 컸지만 이를 지속적인 추세 수요로 가정하기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며 "외국인 매도 강도가 낮아지고 기업·장기 투자자의 매수가 이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