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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9시부터 기다렸어요”…두쫀쿠 이어 떡까지, 오픈런은 놀이가 됐다 [르포]

요약
  • 고디바 모찌와 떡 디저트 등 한정판 디저트를 사기 위해 밤샘 대기를 하는 '오픈런' 문화가 SNS 인증과 과시 심리에 힘입어 확산하고 있다.
  • 소비자들은 긴 기다림을 하나의 놀이로 즐기며, 이는 유행에 편승하는 밴드왜건 효과와 자기만족 및 과시 심리가 결합된 소비 방식으로 분석된다.
고디바 모찌 150개 한정…13시간 밤샘 대기
허니버터칩·두쫀쿠 이어 떡 디저트까지 열풍
SNS 인증·과시 심리 맞물려 웨이팅 문화 확산
14일 오전 6시께 서울 롯데월드몰 입구에서 시작된 고디바 모찌 대기 행렬이 100m 이상 이어졌다.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박연수 기자 14일 오전 6시께 서울 롯데월드몰 입구에서 시작된 고디바 모찌 대기 행렬이 100m 이상 이어졌다.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살면서 한 번쯤은 와 볼 만한 것 같아요.”

14일 오전 6시께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역 10번 출구 앞. 해가 뜨기도 전이었지만 롯데월드몰 입구에서 시작된 대기 행렬은 100m 넘게 이어졌다. 건물을 둘러쌀 만큼 길게 늘어선 줄의 목적은 ‘고디바 모찌’였다. 명품 가방을 사려고 줄을 서던 백화점 앞이, 이제 모찌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초콜릿 가나슈에 딸기와 귤 등 과일을 더한 모찌를 롯데월드몰점에서만 하루 150개 한정 판매한다. 매장 개점까지 4시간가량 남은 시각, 이미 150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지었다. 전날 내린 비로 아침 기온은 9도까지 떨어졌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추위를 견뎠다. 1인용 텐트와 침낭도 보였다. 줄 앞쪽에는 피자와 도넛, 컵라면은 물론 소주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말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에 이어 올해는 떡을 중심으로 한 디저트가 인기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사람은 전날 오후 9시께 이곳을 찾았다. 매장 개점까지 약 1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조모(25) 씨는 “지인에게 주고 싶어서 찾았다”며 “대학생이라 시간이 많아 기다려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아들이 먹고 싶다는 말에 새벽 4시 30분 집을 나선 정모(51) 씨는 “근처에 살아 접이식 의자를 챙겨 자전거를 타고 왔다”며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했다.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새벽 2시 30분부터 기다렸다는 대학생 김용우(22) 씨는 “살면서 노숙하듯 기다려 본 건 처음인데, 이런 경험도 나름 재미있다”고 했다.

대구에서 어머니를 위해 서울까지 온 직장인 권학준(28)씨도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고디바 모찌가 인기라고 해서 사러 왔다”며 “오늘은 연차를 썼고, 어젯밤 KTX를 타고 도착해 11시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자신을 ‘모찌팔이소년’이라고 칭하는 이도 있었다. 대학생 A씨는 “공강을 활용해 고디바 모찌를 구매한 뒤 되팔기 위해 왔다”며 “오늘뿐 아니라 내일과 모레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판매 플랫폼에는 연일 구매 대행 게시글이 올라온다. 1개에 9000원가량인 모찌를 4만5000원까지 올려 판다.



고디바 안내가 설치됐다. 수많은 사람이 몰리며 안전을 위해 웨이팅 장소가 변경되기도 했다.  박연수 기자 고디바 안내가 설치됐다. 수많은 사람이 몰리며 안전을 위해 웨이팅 장소가 변경되기도 했다. 박연수 기자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떡지순례’ 오픈런이 한창이었다. 속초 유명 떡집 ‘육구방앗간’, 피자설기로 인기를 얻은 ‘영도다리떡방’ 등이 모였다. 육구방앗간 찹쌀모찌는 오전에 매진될 정도다. 떡지순례 팝업을 시작한 이달 9~11일 롯데타운 잠실 베이커리 상품군의 구매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오픈런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2014년 등장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이다. 당시엔 빈 봉지만 파는 글이 올라오거나 ‘허니버터칩 향’을 판다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올해 3월에는 오리온 ‘촉촉한 황치즈칩’이 출시 직후 품귀 현상을 빚었다. 2주 만에 38만 박스, 낱개로는 503만2000개가 팔렸다.

지난해 말엔 두쫀쿠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장마다 오픈런이 이어졌다.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한 개에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올해 유행은 ‘쫀득한 식감’의 떡이다. 떡지순례 대표주자는 호박 인절미를 파는 ‘창억떡’이다. 올해 초 전남광주 매장에 연일 오픈런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더현대 등 백화점 팝업도 이어가고 있다. 과일 모찌도 대세다. 한정선은 평일 기준 10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관심이 쏠린 메뉴의 생명력은 짧다. 하지만 다음 메뉴가 등장한다. SNS를 통한 구매 인증 문화가 원동력이다. 인기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구했다는 만족감을 공유하고, 긴 기다림마저 하나의 경험으로 즐기는 소비 방식을 노린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맛에 대한 만족감과 유행에 편승해 소비하는 밴드왜건 효과가 더해지며 ‘너도나도 먹어봐야 하는’ 아이템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자기만족과 함께 남에게 과시하면서 얻는 보상 심리가 오픈런을 더 자극한다”고 짚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에 육구방앗간 웨이팅 안내판이 설치됐다. 박연수 기자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에 육구방앗간 웨이팅 안내판이 설치됐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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