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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만 보다 다 뺏겼다"…잘 나가던 한국 자동차마저 '초토화'

요약
  •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CPTPP 미가입으로 인해 2018년 이후 자동차와 조선 등 주요 공산품의 역내 경쟁력이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 특히 멕시코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는 회원국들에 밀려 한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보고서는 CPTPP 미가입에 따른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멕시코와의 통상 관계 개선 등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
韓, CPTPP 가입 미룬 사이
수출품 47.7% 해당국서 경쟁력 하락
우리가 잃은 파이, 회원국이 일제히 흡수
글로벌선 멀쩡… 범인은 '관세 장벽'
車·조선 직격탄에 멕시코는 '무관세 블랙홀'
"모니터링 시급"… 커지는 통상 압력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된 2018년 이후 조선과 자동차 등 한국 공산품 2500개의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국책연구원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CPTPP 가입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는 사이 회원국들 끼리 무역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책연구원이 CPTPP에 미가입한 간접적 '기회손실'을 데이터화해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CPTPP 발효 이후 韓 경쟁력 잃어
14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산업경제 이슈 : CPTPP 발효 전후 우리나라의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CPTPP 출범 이후 비회원국인 한국의 K-제조업이 해당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 약화를 겪고 있다. 보고서는 CPTPP 발효 전(2012~2018년)과 발효 후(2021~2024년)를 비교 분석한 결과, CPTPP 회원국 11곳(영국은 제외)에 수출된 5185개 한국산 제품 중 47.7%인 2474개 품목의 역내 경쟁력 지표(대칭현시비교우위지수·RSCA)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RSCA란 특정 국가의 상품이나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수출 경쟁력(비교우위)을 가지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총수출 중 해당국(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통해 구한다. 1 이상이면 비교우위, 미만이면 비교열위에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5개 주요 제조업 업종 모두 한국의 CPTPP 시장 내 경쟁력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은 전체 수출품의 70.8%인 168개 품목이 RSCA가 떨어졌다. 생활용품(65.3%), 비금속광물제품(60.9%), 자동차(56.3%), 일반기계(54.4%) 등 주력 수출 분야가 모두 직격탄을 맞았고, 디스플레이는 4개 품목 모두가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 사이 회원국들은 CPTPP 발효 이익을 보고 있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지수가 떨어진 품목에서 CPTPP 11개 역내 회원국들의 지수가 예외 없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무관세 혜택을 등에 업은 회원국들이 파이를 차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CPTPP 국가 안에서 공급망 가동
CPTPP 시장에서 한국 제품 경쟁력이 하락한 원인은 CPTPP 국가들이 회원국 내부에서의 수출입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CPTPP 역내 지수가 하락한 세부 2474개 품목의 역외(글로벌 시장) 지표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32.2%에 달하는 796개 품목은 역외 시장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상승했다. CPTPP 밖에선 한국산 제품의 비교우위가 여전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하면 글로벌 시장에선 잘 팔리는 한국산 제품들이 유독 CPTPP 블록 안에서만 밀려나고 있다는 의미다. 지수가 떨어진 품목의 하락폭 중앙값 역시 역내(-0.183)가 역외(-0.035)보다 훨씬 컸다. 보고서는 “지수가 하락한 품목 대상으로만 조사한 것이어서 CPTPP 단일 요인으로 (한국산 경쟁력 하락 이유를) 한정하긴 어렵다”면서도 “K-제조업 본연의 부진이 아니라, 역내 시장에서 발현되는 비회원국으로서의 관세 격차가 타격을 줬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블랙홀'에 빠진 韓 모빌리티 CPTPP 발효 이후 가장 뼈아픈 업종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CPTPP 내부에서의 경쟁력 지수 하락폭이 조선(-0.2623)과 자동차(-0.1987) 부문에서 특히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자동차 업종의 피해는 멕시코 단일 국가 요인이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자동차 지수가 폭락할 때 CPTPP 회원국들은 +0.04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상승분은 멕시코(+0.312)가 사실상 독식했다. 나머지 10개국은 오히려 마이너스(-0.042)였다.

보고서는 11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지 않은 멕시코 시장에서, 무관세 특혜를 쥔 역내 국가들이 한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을 앗아갔다고 진단했다. 한국 주력 수출 품인 전기차(0.8214→0.4983), 배기량 1500~3000cc 승용차(0.0788→-0.0440)를 비롯해 파라자일렌(0.7625→0.0195)과 유조선(0.8607→0.6854)의 경쟁력 지수가 크게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인쇄회로나 폴리프로필렌(+8.6%p)의 경우 한국의 대(對) CPTPP 수출액 자체는 늘어났다고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CPTPP 시장에서의 '경쟁력 지수'는 자체는 떨어졌다. 이는 전체 시장 파이가 팽창하는 속도를 점유율 확대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빚어진 착시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CPTPP 미가입으로 인한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 2026년 1월부터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5~50%의 무거운 관세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CPTPP 회원국이 늘어나고 공급망 의존도가 심화할수록 해당 시장 진입 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CPTPP 비회원국 지위는 더 이상 가입 시 추가로 얻을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가입하지 않을 경우 역내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는 ‘생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시장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가입 여부와는 별개로 멕시코와의 통상관계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하락 품목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과 더불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세·원산지 정보 제공 등 실질적인 후속 대응 논의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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