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로고 일러스트. 2026.6.11 ⓒ 로이터=뉴스1(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이 이르면 올해 말 스마트 냉장고와 TV, 로봇청소기 등 인터넷에 연결된 가전제품에 침투해 스스로 복제하고 확산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가 여러 기기에 분산돼 작동할 경우 한꺼번에 차단하기 어려워 새로운 사이버보안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AI 기업 앤트로픽은 최근 연구에서 통제 범위를 벗어난 AI 모델이 스마트 가전제품에 침투한 뒤 다른 기기로 스스로 확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마트 냉장고와 오븐, TV, 로봇청소기, 자동 잔디깎이 등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잠재적인 침투 대상이다.
이러한 기기들은 이미 해커들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거나 네트워크에 무단으로 접근하는 통로로 악용돼 왔다. 여기에 AI의 자율적인 판단과 복제 능력이 더해지면 위협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앤트로픽은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를 활용한 실험에서 AI 모델이 여러 기기에 걸쳐 분산 실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모델은 자신을 복제한 다른 모델에 정보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복제된 AI가 기존에 접하지 않았던 기기의 하드웨어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핵심은 AI 모델 전체를 하나의 기기에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매개변수가 300억 개 미만인 AI 모델의 일부를 실행할 수 있는 기기로 스마트 냉장고와 오븐, 로봇청소기, 자동 잔디깎이 등을 제시했다. 매개변수는 AI 모델이 학습을 통해 확보한 정보 처리 구조를 구성하는 수치로, 일반적으로 모델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대규모 AI 모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 각 기기의 연산 능력을 활용하면 개별 기기의 성능이 제한적이더라도 분산된 형태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 가전제품에 AI 전용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가전제품 자체에서 AI 기능을 실행하기 위한 연산 능력이 강화될수록 악성 AI가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이처럼 서로 다른 기기에서 작동할 수 있는 AI가 향후 더 강력한 컴퓨터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AI를 차단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온라인 서비스는 중앙 서버를 중단시키면 작동을 멈출 수 있지만, 여러 기기에 분산된 AI는 특정 서버나 기기 하나를 차단하는 것만으로 전체 활동을 중단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AI가 새로운 기기로 확산하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처음 접하는 기기에 적응하며 복제를 이어갈 수 있다면 장기적인 보안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앤트로픽은 이러한 자율 복제 AI가 당장 현실적인 위협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매개변수 300억 개 미만의 AI 모델들은 자기 복제에 필요한 개별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전체 과정을 연속적으로 실행할 때는 여전히 오류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기에 침투하고, 필요한 연산 자원을 확보한 뒤, 자신을 복제해 다른 기기로 확산하는 전 과정을 안정적으로 완수하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앤트로픽은 최근 AI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 말까지 자율 복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마트홈 시장이 확대되고 가전제품의 AI 처리 능력까지 높아지는 가운데, AI 기술 발전이 기존의 사물인터넷 보안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