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에 대한 노골적 무시"…트럼프는 러 비난 대신 우크라 압박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훼손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 차량. 2026.10.12 ⓒ AFP=뉴스1(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 합의를 발표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 비난은 피하고 있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공격 정보 공유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RBC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수도 키이우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3곳을 모두 공격했다고 세르히 코레츠키 우크라이나 총리가 밝혔다.
코레츠키 총리는 "러시아군의 탄도미사일이 키이우와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 주변 지역의 에너지 시설들을 공격했다"며 "특히 수도에 있는 시 소유 열병합발전소 3곳이 모두 피격됐다"고 밝혔다.
열병합발전소는 전기와 지역난방용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설로, 겨울철 전력과 난방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도와 주변 지역의 에너지 시설들이 공격받으면서 키이우에서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공격은 러시아가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 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키이우 데스냔스키구의 다층 주거용 건물과 홀로시이우스키구의 비주거용 건물도 공격받아 최소 3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탄도미사일 39발과 공격용 드론 및 자폭형 무인기 120여 기를 동원해 키이우와 인근 키이우주,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의 에너지 시설과 핵심 기반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에너지 분야 휴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에 또다시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한 바로 그 에너지 기반시설에 러시아가 의도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며 "러시아가 미국에 이처럼 노골적인 무시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사흘 연속 키이우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있다.
13일 밤에는 시내 제4열병합발전소가 주요 표적이 됐으며, 데스냔스키구의 고층 주거용 건물도 공격받아 2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하루 전인 12일에도 키이우 시내 교통시설을 포함한 민간 기반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 "에너지 휴전이 즉각 발효된다. 양측 모두 합의했다. 이를 어기지 말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제한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는 에너지 휴전 합의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피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3일 기자들로부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자 "우크라이나도 그 전날 많은 시설을 공격했다"고 답했다.
러시아가 에너지 분야 휴전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12일과 13일 밤 러시아 탄도미사일이 키이우를 타격할 당시 서방 협력국들로부터 사전 경고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의도적으로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정보 공유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 차질을 초래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측에 공격 중단을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