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9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민슝 항공우주 및 드론 산업단지 기공식과 연구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했다. 대만 총통부 제공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9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민슝 항공우주 및 드론 산업단지 기공식과 연구 캠퍼스 개소식 연설에서 제갈량의 ‘만사구비 지흠동풍(萬事俱備 只欠東風·승리를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으나 동풍이 부족하다)’이라는 글귀를 인용했다. 이 고사에 빗대 “드론은 적벽대전의 동남풍”이라면서 “드론이 현대 방위의 중요한 전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드론 산업 발전을 위해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라이 총통은 “대만은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정밀 제조 등 분야에서 산업적 우위를 갖춰 드론 산업 발전의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드론 산업을 발전시켜 민주주의 파트너들의 연구·개발과 양산 능력을 제고하고 더욱 신속하게 국방·국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슝에 ‘아시아 민주 드론 허브’ 구축라이 총통이 연설한 장소는 대만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이 남부 자이현 민슝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드론 연구 거점이다. NCSIST는 최근 3년간 민슝 드론 연구 캠퍼스 1단계를 완공했고, 이번에 2단계 캠퍼스와 드론 산업 기지 착공식을 가졌다. 라이 총통은 이를 기반으로 대만을 ‘민주 드론 공급망의 아시아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만 총통부에 따르면 20㏊(헥타르) 규모의 민슝 캠퍼스는 드론의 연구·시험·검측·생산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드론 산업 단지는 민간기업·국책연구기관·대학이 함께 모이는 드론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대만의 드론 기업 267개가 이곳에 입주할 방침이다. 특히 대만은 이곳에서 중국산 기술과 부품이 없는 이른바 ‘비홍(非紅·non-red) 공급망’을 구축하고, 이를 미국·일본·유럽 등 민주주의 국가와 연결해 ‘아시아 민주 드론 공급망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1단계 민슝 캠퍼스에는 연구동, 격납고, 실험실, 통합 시험 시설 등이 있다. 엔지니어들은 이곳에서 기체 설계부터 추진 및 비행 제어 시스템 구축, 완성된 기체의 시험에 이르기까지 드론 개발의 모든 단계를 수행할 수 있다. 또 이 캠퍼스는 비행 전 시뮬레이션에서 가상 복제본을 만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비롯해 인공지능(AI)도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 조성되는 신규 산업 단지는 2022년 8월 자이현 푸쯔시의 유휴 부지에 문을 연 ‘아시아 드론 AI 혁신 응용 R&D 센터’를 기반으로 확장되는 것으로, 이 센터에는 이미 50여 개 드론 기업과 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대만이 ‘중국산 부품 없는 드론’을 제작하려는 것은 중국이 무력 통일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중국이 유사시 자국 민간 업체들에 부품과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는 등 드론 생산을 차단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용이나 공공 드론의 경우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만으로선 중국산 드론 부품 등을 신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와 국방부는 군용과 공공 드론 입찰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현재 대만 드론의 자국산 비중을 보면 소형 70%, 중형 60%, 대형 30%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는 2030년까지 핵심 기술은 물론 부품의 국내 생산능력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싱크탱크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에 따르면 중국 최대 드론 제조사인 다장이노베이션(DJI)의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외국산 드론과 관련 부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것도 중국의 드론 생산 독점 체제를 견제하려는 것이었다.
대만 정부는 2031년 12월 말까지 2400억 대만달러(약 9조9800억 원)를 투입해 월 10만대 규모의 드론 생산 능력을 갖추고 군용 드론과 무인정 21만 대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진은 대만의 장거리 드론 텅윈-2.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 제공 |
이런 전략에 따라 미국 방산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만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방산기업 에이벡스 에어로스페이스가 대만의 코어트로닉 인텔리전트 로보틱스(CIRC)와 손잡고 ‘밴달’과 ‘오닉스’ 드론을 생산하는 계획을 들 수 있다.
에이벡스에 따르면 두 기종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실전 시험을 거쳤으며 전자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CIRC의 기술을 보강했다. 소형 드론인 밴달은 정보수집과 전자전, 정밀타격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전기 추진 방식으로 4.5㎏의 탑재물을 싣고 460㎞ 이상 비행할 수 있다. 더 큰 기종인 오닉스의 탑재중량은 13.6㎏, 비행거리는 270㎞이며 최대 2.8시간 비행할 수 있다. 모듈형 탑재 공간에는 통신과 정밀타격에 필요한 센서와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두 드론은 위성항법 신호가 약해지거나 끊긴 상황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3D 프린팅을 통해 해외 보급에 의존하지 않고 빠르게 생산될 수 있다.
뤼더윈 전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에이벡스와 CIRC의 생산 방식은 전쟁 중에 유용할 수 있다”며 “대만에서 전시에 수만 대의 드론을 신속히 제작하는 데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뤼 전 대변인은 “중국군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태평양 보급로를 차단하면 이 같은 생산·공급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IRC의 앤 우 회장은 “드론들은 대만 북서부 주난 공장에서 생산되며 수요에 따라 월 최대 4000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만 최대의 정부 지원 조선소인 대만국제조선(CSBC)은 최근 미국 로드아일랜드 소재 자율 무인 시스템 전문 기업 하복과 군사용 자율 무인수상정 공동개발 및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사로닉 테크놀로지스, 앤두릴 인더스트리 등 미국의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방산 스타트업들도 국가중산과학연구원 및 대만 조선사들과 소형 무인수상정 개발 협력에 나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앤두릴은 대만 금속공업연구개발센터와 드론 핵심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만 정부는 앤두릴로부터 공격 드론 203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8월 8일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 열린 연례 군사 훈련 중 M109 고속정에서 감시·정찰용 드론이 발사되고 있다. 뉴시스 |
대만군은 이와 함께 30년 이상 운용된 동부 화롄의 자산기지를 2031년까지 보강할 계획이다. 자산 기지는 대만 중앙산맥 지하에 설치된 지하 공군 기지로, 유사시 250대 이상의 전투기를 보호할 수 있으며 8t 중량의 철문이 60초 이내에 열려 전투기 보호와 긴급 출격이 가능하다. 대만군은 이 기지에 드론을 대거 배치할 예정이다.
대만군은 또 전쟁 발발 시 3군을 지휘하는 타이베이의 헝산 지휘소, 타오위안의 육군사령부 다한 지휘소, 타이베이 찬추산의 공군작전지휘부 연합공중작전센터 등에 대한 방폭 성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의 제중 연구원은 “중국이 침공할 경우 대만이 상당 기간 독자적으로 견뎌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드론 등 비대칭 전력을 자체 생산하고, 전쟁 대비 물자 비축량을 늘리고 지휘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9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민슝 항공우주 및 드론 산업단지 기공식과 연구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했다. 대만 총통부 제공
대만 정부는 2031년 12월 말까지 2400억 대만달러(약 9조9800억 원)를 투입해 월 10만대 규모의 드론 생산 능력을 갖추고 군용 드론과 무인정 21만 대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진은 대만의 장거리 드론 텅윈-2.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 제공
8월 8일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 열린 연례 군사 훈련 중 M109 고속정에서 감시·정찰용 드론이 발사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