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 특별강연
한미동맹 인·태 번영 핵심축
연합훈련 축소에 매우 실망
K조선 등 양국 경제협력 중요
AI위협엔 전세계 협력해 대응
2028년 대선출마 아직 생각중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14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한국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가 미국의 위협이나 압박에 따른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한미 경제협력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또 해리스 전 부통령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며 향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동맹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14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26 아산기념강좌'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와 관련해 "위협의 결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을 진행한 이정민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대미투자가 불가피함을 언급하자 해리스 전 부통령은 "신뢰 관계는 상호적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동맹국에 대한 일방적인 투자 압박은 반대한다는 취지다.
특히 해리스 전 부통령은 한미 조선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조선업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며 "이 분야에서 한국이 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날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들과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도 공개하며 양국 간 조선업 협력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 기업의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산업 분야 대미투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해리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국제적 신뢰가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신뢰하기 어려운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동맹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서더라도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 '징벌적' 관세정책과 대북 접근 방식 등도 한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뿐 아니라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 간 협력 확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국가의 협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지속적인 한미동맹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떠받쳐온 핵심축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미국은 세계를 이끌 능력과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동맹국들과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기적인 금전적 이익에 치중하는 '거래주의적 외교'를 비판하며 미국의 리더십은 경제력과 군사력뿐 아니라 동맹의 힘에서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분야로는 인공지능(AI), 기후위기, 경제협력 등을 제시했다. 특히 AI가 초래할 수 있는 사이버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안전 기준 마련을 촉구하며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리스 전 부통령은 2028년 미국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생각 중이며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과 상원 승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거운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