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현재 상태 넘어 남은 수명까지 분석
중고차 가격·보험·사용 후 배터리 진단까지
“올해 매출 6억, 2028년 손익분기점 목표”
중고 전기차 두 대가 있다. 연식도 같고 주행거리도 비슷하다. 배터리 건강상태(SOH)도 똑같이 92%다.
그런데 배터리의 실제 가치는 2.5배 차이가 난다. 하나는 780만원, 다른 하나는 1950만원이다. 왜일까.
차이는 배터리가 ‘지금 얼마나 남았느냐’보다 ‘그동안 어떻게 쓰였느냐’에서 나온다.
배터리는 급속충전을 반복했는지,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달렸는지에 따라 앞으로 쓸 수 있는 기간이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연식과 주행거리, 현재의 배터리 상태가 주요 기준이기 때문이다.
퀀텀하이텍은 달리는 전기차에서 데이터를 모아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다. 제주 개인택시와 부산 버스 등 전기차 약 700대에서 2년 넘게 데이터를 쌓았다. 실증 차량은 연내 2000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안현주 퀀텀하이텍 대표. 현대차 그룹 최초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을 지냈으며, 전기차 배터리 연구과제 수행 중 데이터와 실제 배터리 상태·수명을 연결하는 해석 기술의 필요성을 느껴 창업에 나섰다./퀀텀하이텍배터리를 떼어내 전문 장비로 검사하는 데는 최대 65시간이 걸릴 수 있다. 퀀텀하이텍은 차량에 단말기를 연결해 운행 중 전압과 전류, 온도 변화를 초 단위로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배터리의 현재 상태와 열화 속도, 앞으로 남은 수명을 추정한다.
안현주 퀀텀하이텍 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를 “병원에 가끔 가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매일 재는 것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는 수백 개의 작은 셀로 이뤄지는데, 회사는 전체 평균뿐 아니라 셀별 상태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현재 충전 상태 기준 약 3%, 주행 상태 기준 약 5%의 SOH 예측 오차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 대표는 “팩 전체의 평균값만 보면 배터리가 정상 범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개별 셀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하면 특정 셀의 전압 편차가 점차 커지거나 다른 셀과 다른 열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차량 한 대에 축적되는 배터리 데이터 규모는 연간 최대 4GB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중고차 가격을 넘어 보험과 보증에도 쓰일 수 있다.
사고가 난 전기차는 외관만 보고 배터리를 계속 쓸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면 멀쩡한 배터리를 통째로 바꾸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겉으로 이상이 없어도 내부 이상이 있는 배터리는 찾아낼 수 있다.
안 대표는 “특히 중고 전기차의 해외 수출 과정에서 배터리 진단 결과를 보험·보증 상품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관련 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시장은 사용 후 배터리다. 여기서는 질문이 달라진다. “이 배터리는 얼마짜리인가”가 아니라 “다시 쓸 수 있는가”다.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 중 상태가 좋은 것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재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검사 속도다. 기존 방법으로는 배터리를 분리한 뒤 충·방전을 반복하며 상태를 확인해야 해 수일이 걸렸다.
퀀텀하이텍은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 충·방전 데이터를 분석해 약 2시간 이내에 SOH와 셀 간 편차, 열화 상태 등을 진단하고 등급 판정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퀀텀하이텍의 'TRIZ-AI' 플랫폼./퀀텀하이텍사업화도 시작했다. 배터리 검사장비 업체 스맥과 검사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퀀텀하이텍은 여기에 자체 진단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올해 상반기 관련 라이선스 매출은 1억2000만원이다.
회사가 올해 목표로 잡은 매출은 6억원이다. 현재는 소프트웨어와 검사 시스템 공급, 기업 대상 기술개발과 데이터 분석이 매출의 중심이다.
내년부터는 진단 건당 과금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독,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 반복 매출을 키울 계획이다. 목표는 2028년 손익분기점(BEP) 도달이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시아 시장 실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 완성차 업체, 미국 인증기관과도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안 대표는 “독일 완성차 업체의 경우 대상 차량과 데이터 수집 방식, 검증 항목 등 구체적인 기술검증(PoC) 범위를 협의하고 있다”며 “일본 완성차 업체와도 실제 사업 적용을 위한 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이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년은 실제 서비스와 매출로 전환하는 시기”라며 “전기차에서 검증한 기술을 ESS,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방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배터리 진단·예측 기술을 만드는 것이 퀀텀하이텍이 그리는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