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춤했지만 서울 외곽 번져지난해 '10·15 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1년간 집값은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10·15 대책은 규제 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과천·분당·수지 등 경기 12곳으로 확대하고 고가 주택의 대출한도를 낮췄는데, 사람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곳을 찾아다니며 수도권 집값 전반을 키웠다.▷관련기사: 불붙은 서울 집값 '실거주·대출·세금' 총동원해 잡는다(2025년 10월15일)
▷관련기사: 집값 따라 주담대 한도 '6억→2억'(2025년 10월15일)
강남구 1.4% 오를 때 성북구 16.5% 상승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첫째 주(10월5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작년 10월 셋째 주(10월20일) 대비 10.4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변동률이 0.43%에 그친 점과 비교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구는 1.40% 상승하는 데 그쳤고, 서초구 변동률 역시 3.35%에 머물렀다. 용산구의 경우 7.16%, 송파구도 9.12%로 서울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그러나 집값 안정화 정책은 목표를 달성한 게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 오름세가 뚜렷해지면서다. 지난 1년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16.52%를 기록한 성북구였다. 서대문구(14.40%), 강서구(14.39%), 구로구(13.69%) 등이 뒤를 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만 선호하는 '아파트 편식 사회'가 되면서 규제 지역 지정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경기 지역은 더욱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10·15 대책 이후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지역은 20.72%에 달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였다. 이어 경기 광명(20.05%), 경기 용인 수지구(19.66%), 경기 안양 동안구(18.59%), 경기 수원 영통구(17.88%) 등이 뒤를 이었다. 영통구 바로 다음 순위가 서울 성북구(16.52%)일 정도로 경기 지역 상승폭이 눈에 띄었다.
10·15 대책 당시 규제지역이 아니었던 경기 용인 기흥구(15.14%), 경기 구리(14.79%)도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 상위 8,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곳을 찾는 수요가 비규제 지역을 찾는 수요로도 이어지며 곳곳의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린 셈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0·15 대책은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서울 아파트값이 87주 연속 상승하는 등 시장 전반의 안정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제한적"이라며 "강남권은 가격 부담과 대출 규제로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차별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강남 11개구 아파트 평균가 20억 넘었다(2026년 10월4일)
전세도 올랐다…"집값 안정 효과 없어"10·15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135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 '9·7 공급대책'에 이어 등장한 부동산 정책이다. 주택시장 과열 양상을 조기에 차단하고 자본이 생산적 부문으로 투자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그래서 기존 규제지역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 경기도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 수원 영통·장안·팔달, 안양동안, 의왕, 하남, 용인수지)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6억원 이하 제한,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등이 적용되고, 토허구역 집을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10·15 대책을 통해 주담대 한도를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의 경우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2억원으로 제한했다.
이같은 실거주 정책, 가격별 차등적 대출 제한이 아파트 값을 15억원 안팎까지 올리고 전월세 강세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10·15 대책 이후 9.96% 올랐다. 이 기간 지방은 2.16% 오르는데 그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김정재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국토교통부 상대 국정감사에서 "실거주 강요 정책 탓에 임차인들이 전셋집에서 쫓겨났지만 전세난으로 전세를 구하지 못해 월세로 가고, 비싼 월세를 내는 것보다 '6억원 이하 대출이 나오는 15억원 이하 집을 구하자'고 외곽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나 홍지선 국토부 장관이 국감에서 "토허제의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정부는 올해 말까지로 잡아둔 서울·경기 주요 지역에 대한 토허구역 지정 연장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화에 방점을 둔 부동산 정책 방향성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0·15 대책은 반만 성공한 정책"이라며 "대책 발표 이후에 공급계획, 추가 대책 등이 효과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결국 집값 안정 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