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 이노션 대표(왼쪽 두번째), 박지영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왼쪽 세번째), 김영덕 ACFM 위원장(왼쪽 네번째)이 12일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특별 세션에서 대담을 나누는 모습. /뉴스1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이 한화그룹의 우주항공 사업을 소재로 한 단편 영화 제작에 나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한화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이노션이 한화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 등 그룹 내 광고 물량 변동성이 커지며 광고업계에서 비계열사 고객을 늘리는 전략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노션은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특별 세션’을 열고 브랜드와 영화 창작자를 연결하는 콘텐츠 플랫폼 ‘시네마 바이 브랜드’를 출범했다. 이 브랜드 첫 고객사가 한화다. 한화는 우주항공 사업 홍보를 위해 ‘우주 태양광’을 소재로 한 영화를 이노션에 주문했다.
한화와 현대로템은 방산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우주항공 산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다. 두 기업은 최근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발사체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섰다.
현대로템이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 메탄엔진 기술 개발 과제 수주를 계기로 개발 중인 메탄엔진 조감도. /현대로템최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5호기 체계종합을 맡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쟁에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재사용 기술 시연체 조립에도 착수했다. 2028년까지 재사용 발사체 이륙·착륙 비행 시험을 마치고 한국판 팰컨9을 만들어 우주 수송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하반기 조직 개편에서 방산 사업 부문을 AD(Aerospace·Defense)&RH(Robot&Hydrogen) 사업본부로 바꾸고 우주 사업을 조직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로템 역시 재사용 우주 발사체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현대로템은 2000년대부터 발사체용 메탄 엔진을 연구·개발해왔다. 3000억원을 투자해 전북 무주군에 메탄 엔진 연구·개발 및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작년 1월에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국내 론칭 광고 제작 및 마케팅을 담당하며 업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BYD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I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이 만든 BYD코리아 아토3 광고 중 한 장면. /제일기획전고체 배터리 분야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를 두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BYD가 최근 내년 전고차 배터리를 적용한 차량 시범 운영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양상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내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광고 시장 둔화와 그룹 계열사 실적 변동성 확대가 이 같은 흐름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광고 집행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 주요 그룹사들도 마케팅 비용 효율화에 나서면서 광고 업체들이 비계열사 물량 수주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제일기획은 올해 네이버쇼핑, 에어비엔비, 두나무 업비티 등 비계열사 신규 고객을 발굴하면서 꾸준히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노션 역시 올해 KT, IBK기업은행, 한국관광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신규 고객으로 영입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계열사 광고주의 물량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데다 산업군도 다양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일각에서 그룹 의존도가 높은 광고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계속되며 비계열사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