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X(옛 트위터)이번 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3일부터 사흘 연속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중국·러시아 견제 성격의 다영역 특임단(MDTF) 배치 등과 관련해 주요 발언을 하면서 여권이 반발하고 있다. 브런슨은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환수를 벼르는 전작권에 대해 “조건이 변했다”며 안보 환경에 맞춘 새 기준을 강조했다. 그러자 국방부가 “골대를 옮기면 영원히 (전작권 전환을) 하지 못한다”(정빛나 대변인)고 반발했고, 여권 의원들은 “브런슨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 “저 입을 막으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과거 한미연합사에서 브런슨과 손발을 맞췄던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미국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브런슨은 이번 주 미 육군협회(AUSA) 연례 회의 참석차 워싱턴 DC에 머물고 있다. 12일 AUSA 패널 토론을 시작으로 13일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14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에 대해 비교적 허심탄회한 발언을 했다. 특히 14일엔 전작권에 대해 “여건이 변화했고, 우리 작계도 바뀌었기 때문에 충족해야 할 새 기준이 있다”며 우리 정부와 이견을 보였고, “동맹을 이간질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브런슨은 강경화 대사가 13일 대사관에서 주재한 ‘코리안 나이트’ 행사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브런슨의 이런 발언에 여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전작권 환수는 한미가 오랜 기간 논의하고 준비해 온 합의 사항”이라며 “주한미군사령관이 무슨 권한으로 합의 이행에 연일 찬물을 끼얹는단 말인가.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의 김준형 원내대표는 “브런슨의 입을 막고 우리 정부가 입을 열라”며 “정부가 지금부터 각을 세우지 않으면 그들의 주도권에 말려든다. 브런슨의 입을 막을 사람은 워싱턴이 아닌 서울에 있다”고 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노골화되는 미국의 몽니를 그냥 두고 볼 것인가”라고 했고, 같은 당 김종훈 의원은 “브런슨의 오만한 태도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며 “한국인으로서 불쾌하다”고 했다.
미군의 현역 4성 장군이 동맹의 군사 문제를 사흘 연속 구체적으로 거론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브런슨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새로운 교훈을 얻었고 이를 빠르게 적용하고 있는 점도 언급하며 한미가 훈련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언론 기고에서 “브런슨은 북한의 군사 능력 발전부터 지속 지원, 전력 방호, 전쟁 지속 능력, 상호 운용성, 전작권 전환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했다”며 “이건 단순한 미국 장군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다.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 때 한미 연합군을 지휘해 싸워야 할 책임이 있는 현직 사령관의 전문적 판단으로, 브런슨의 말을 소홀히 하는 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