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달 규제 강화…韓 기업 부품 원산지 관리 필요
안두릴의 자폭드론 알티우스-600M. 사진 제공=안두릴미국 드론업체들이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만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군사용 드론 등 방산제품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한국 방산업계에도 대응이 시급하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방산 스타트업들이 대만의 제조업 역량을 활용해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지 않는 드론 생산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2032년까지 드론 등 무인무기 산업 육성에 7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과 대만 기업 간 체결된 드론 관련 협력 협약도 최소 13건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대만 최대 조선업체인 국제조정공사(CSBC)는 미국 하복AI(HavocAI)와 무인수상정 개발에 협력하고 있으며,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Anduril)도 대만과 순항미사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AI)·자율운항 기술과 대만의 반도체·전자부품 제조 역량을 결합하려는 구상이다. 미국은 중국산 부품 공급이 차단될 위험을 줄이고,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미국은 최근 방산 공급망에서 중국산 부품과 핵심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군사용 드론의 특정 중국산 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한편 방산업체들에 부품 원산지 확인과 대체 공급처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방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도 제품에 사용되는 중국산 소재·부품의 비중을 파악하고 미국의 조달 요건에 맞춰 공급망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한국의 반도체·배터리·전자부품 업체들이 미국의 새로운 방산 공급망에 참여할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중국산 부품 배제로 미국산 무기의 부속 장비가 공급되지 못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한국 기업들에는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대만군이 안두릴로부터 자폭드론 ‘알티우스-600M’ 291대를 인도받았지만 충전기는 함께 받지 못했다. 당초 충전 장비에 중국산 부품이 포함돼 있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만군은 드론 인도 이후 이 문제를 인지하고 미국 측에 대체 충전기 확보를 요청했다.
이번 사례는 미국의 대중국 방산 공급망 규제가 드론 본체뿐 아니라 충전기 등 주변 장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중국 등 적성국과 관련된 배터리의 군사 조달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중요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탈중국 정책은 배터리 완제품뿐 아니라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등 핵심 소재의 공급망 관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산 제품보다 높은 생산비에도 한국산 배터리와 소재가 주목받는 것은 미국의 방산 조달 규정을 충족할 수 있는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군사용 드론 생산 확대와 중국산 부품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수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