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K배터리 3사, 실적 방어전…보상금·ESS가 갈랐다

요약
  • 국내 배터리 3사의 3분기 실적은 고객사 보상금 규모와 ESS 판매 성과에 따라 엇갈릴 전망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보상금 및 고부가 제품 판매로 흑자를 기록하는 반면, SK온은 일회성 효과 소멸로 적자 전환이 예상됩니다.
  • 향후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따른 북미 ESS 시장이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LG엔솔 역대 최대 영업익·삼성SDI 흑전 전망
SK온, 일회성 정산 효과 소멸…적자 돌아설 듯
AI 데이터센터발 북미 수주·탈중국 규제 호재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3분기 성적표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판매 성과와 완성차 업체로부터 받은 보상금 규모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수요 정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북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ESS 시장을 발 빠르게 파고들고 고객사 위약금을 확보한 곳은 가파른 실적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와 달리 합작법인 정산 효과가 직전 분기에 일찌감치 소멸하고 현지 ESS 양산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은 기업은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한파 메운 고객사 보상금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매출 4조388억원, 영업이익 191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591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수치다. 지난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2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은 9조6434억원, 영업이익은 7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0%, 25.7% 늘어난 규모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7.6%, 영업이익은 567.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당초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컨센서스가 매출 8조7989억원, 영업이익 3264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의 두 배를 훌쩍 넘긴 셈이다.

이번 실적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169억원을 제외하더라도 매출 9조2265억원, 영업이익 3391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1277억원 적자(보조금 2410억원 제외 기준)에서 자력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SK온은 지난 2분기 달성했던 사상 최대 흑자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달 들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iM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DB증권, LS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 전망치를 단순 합산한 결과 SK온의 3분기 매출은 1조9727억원, 영업손실은 2293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매출 2조9460억원, 영업이익 8218억원을 기록하며 분사 이후 최대 실적을 냈으나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 전환을 앞둔 상태다.

하반기 들어 배터리 3사의 실적이 엇갈린 배경에는 북미 전기차 시장의 침체와 이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위약금 정산 시점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47% 급감하는 등 전방 수요 회복은 여전히 더딘 흐름을 보인다.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지연이 맞물리면서 낮아진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2028년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완성차 고객사들이 당초 계약한 배터리 최소 구매물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합작법인을 정리하면서 지급한 일회성 보상금이 배터리 업체의 분기 손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3월 구광모(왼쪽) LG그룹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에서 ESS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지난 3월 구광모(왼쪽) LG그룹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에서 ESS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전기차 고객사의 구매물량 미달과 합작사 청산 등에 따른 보상금이 3분기에 집중 반영되며 이익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3분기와 4분기에 나뉘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3000억원에서 35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이 3분기에 한꺼번에 잡히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까지 흑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 가동률 개선과 유럽 지역 전기차 배터리 출하 증가가 맞물리며 생산시설 고정비 부담을 덜어낸 점도 수익성을 뒷받침한 대목이다.

삼성SDI 역시 미국 GM과의 합작사업 종료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정산 이익이 3분기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2024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35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북미 수요 둔화가 길어지자 지난 8월 합작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삼성SDI가 GM 측 지분 49.99%를 인수해 합작법인 시너지셀즈를 단독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최소 구매물량 약정에 따른 정산금 1500억원에서 1800억원가량이 3분기 장부에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일회성 이익을 걷어내더라도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유닛(BBU) 등 고부가 산업용 배터리 판매가 늘고 고출력 소형전지 가동률이 살아나면서 연결 기준 영업흑자 기조는 무난히 유지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SK온은 고객사 물량 축소 보상금과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사업 분리 정산금이 지난 2분기에 선반영된 탓에 3분기에는 일회성 이익 공백을 고스란히 떠안을 위기다. 앞서 SK온과 포드는 지난 5월 합작사 분리 절차를 마무리하며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단독 운영하고 켄터키 공장 두 곳은 포드가 소유하는 형태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바 있다. 

미·유럽 무역 장벽이 띄운 호재

일회성 보상금을 제외한 본업의 기초 체력을 가르는 핵심 동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성장하는 북미 ESS 시장이다.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사용량이 몰릴 때 공급하는 ESS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AI 데이터센터의 필수 설비로 자리매김 중이다. 

에너지 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미국 ESS 설치량이 지난해 51GWh에서 올해 70GWh로 약 37% 늘어나고 2030년에는 110GWh에서 120GWh 이상으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엔비디아가 지난달 AI 팩토리의 전력 및 냉각 설계 표준화를 위해 출범한 'DSX 레디' 인증 프로그램에 배터리 기반 ESS(BESS)를 첫 번째 인증 분야로 포함하면서 시장 확대에 불을 지폈다.

가장 발 빠르게 수혜를 입은 곳은 테슬라, 히타치에너지와 함께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엔비디아의 첫 BESS 인증 협력사로 선정된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 회사는 상반기까지 3조원이 넘는 ESS 신규 수주를 확보한 데 이어 셀 생산 대비 완제품 조립 공정이 뒤처지던 북미 현지 생산 병목 현상을 해소하면서 3분기 ESS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해당 라인 가동률은 이미 90% 수준에 도달했으며 4분기 중 병목 문제가 완전히 풀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랜싱 공장과 얼티엄셀즈, 혼다 합작 거점을 적극 활용해 올해 약 57GWh 수준인 북미 ESS 생산능력을 내년 73GWh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도 3분기 ESS 매출이 전 분기보다 30% 이상 늘어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에는 미국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SPE)의 전기차 배터리 라인 일부를 가격 경쟁력이 높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해 현지 양산에 돌입했다. 4분기부터 미국 생산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더해지는 가운데 내년까지 북미 거점 생산능력을 32GWh로 넓히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온 역시 올 하반기 미국 조지아 공장과 테네시 공장을 중심으로 ESS용 LFP 배터리 양산과 라인 전환을 추진해 연말부터 수주 물량을 실적에 반영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맺은 최대 7.2GWh(우선협상권 포함, 기본 1GWh) 공급 계약에 이어 지난 8월에는 네오볼타 파워와 2027년부터 5년간 약 1조5000억원(9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에는 포스코퓨처엠과 1조원대 LFP 양극재 구매 계약을 맺으며 국내에서 생산한 소재를 미국 조지아 공장에 투입하는 안정적인 공급망까지 구축한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배터리를 겨냥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는 점도 국내 3사에는 구조적인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중국산 전력 장비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BESS를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조사기관 리스타드에너지는 올해 6월까지 1년간 미국이 수입한 리튬이온배터리의 중국산 비중이 수입액 기준 50%에 달해 중국산 비중이 3%에 불과한 변압기보다 배터리 공급망에서의 대체 수요가 훨씬 클 것으로 추산한다. 

게다가 미국이 지난 7월부터 중국산 리튬이온배터리에 40.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한국산(12.5%)과의 관세 격차가 28.4%포인트까지 벌어진 데다 청정전력 투자세액공제(ITC) 등 세제 혜택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미국 내 LFP 배터리 생산능력 또한 LG에너지솔루션(60GWh)과 삼성SDI(50GWh)가 중국 궈시안(35GWh)이나 CATL 기술을 도입한 포드(20GWh)를 크게 앞서고 있다.

안회수 DB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셀과 관리 소프트웨어의 통합 및 인증이 병행돼야 하는 ESS 특성상 공급망 분리가 어려워 미국의 전력망 안보 규제가 강화될수록 국내 셀 기업의 높은 가동률 확보와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업별로는 3분기 실적 반등 추세를 재확인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공정 병목 해결을 통한 수익성 정상화와 시스템 통합 역량이, 삼성SDI는 4분기 LFP 배터리 양산 시작과 함께 나타날 ESS 외형 성장이 핵심 확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산을 견제하는 정책이 구체화하며 국내 기업들의 반등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EU는 역내 생산 요건을 담은 산업가속화법(IAA) 입법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산 일반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의 연간 수출 대수를 4년간 50%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주요 권역의 통상 정책 변화가 현지 생산 기반을 선점한 국내 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는 모양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도 중국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출 급증이 가장 큰 교란 요인이었으나 이번 합의로 한국산 배터리 장착 차량의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내년 초 확정될 산업가속화법 역시 차량 부품의 70% 이상을 역내와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조달하고 셀을 포함한 주요 배터리 소재·부품의 원산지를 증명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유럽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는 중국과의 경쟁 격차를 좁힐 기회"라고 분석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