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내리기 위해 올리는 것"
반도체 사이클 예상보다 강하면
인상 폭 시장 예상 뛰어넘을 수도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가 1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글로벌 채권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데일리안 = 강현태 기자] 중동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미국 장기채 금리 고공행진이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과 뒤엉켜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그간 'AI 기대감', 국내의 경우 '반도체 기대감'이 고물가·고금리 우려를 찍어 눌러 왔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전세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AI 기대감이 정점을 찍고 꺾이는 순간 시장이 감내해야 할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중앙은행 입장에선 '인하를 위한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출신인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1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글로벌 채권포럼'에서 "금리는 내리기 위해서 올린다고 생각한다"며 "금리의 '룸(운신 폭)'이 있어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 금리 룸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과 8월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기준금리를 3%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겠지만, 3.5%까지는 높일 수 있다고 본다"며 "내년 1분기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선 뒤 내년 1분기에 또 한 번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부터 반도체가 다운 사이클에 들어갈 수 있고, 2028년에는 진짜 다운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며 "그러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예상보다 더 강할 경우, 상방도 좀 열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이 이어져 금리 인상을 감내할 체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시점에 과감한 인하에 나설 수 있도록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인상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와 관련해선 12월 인상을 예상하는 시장과 달리, 블룸버그는 연내 동결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50% 이상의 확률로 12월 인상 가능성을 보는 것 같다"면서도 "블룸버그는 12월에 인상하지 않고, 내년 하반기에 인하 사이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우려가 있긴 하지만 억제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 금리의 지속적 상승이 소비 및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금리 인상 압력을 낮출 거란 설명이다.
"반도체 하방 리스크 증가
베이스라인이 떨어진 건 아냐"
권 이코노미스트는 역대급 실적에도 반도체 투톱 주가가 하락하는 배경에 대해선 "우리가 예상하는 값이 있고, 상방 리스크와 하방 리스크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하방 리스크를 고민하게 하는 소재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는 반도체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장기 금리 상승. 중국 반도체 기술 추격. 미국 AI 데이터센터 차질 등이 반도체 주가에 제동을 거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하방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뜻이지 베이스라인 자체가 떨어졌다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주 조정은 발생할 수 있지만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