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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주 소각, 안건 올려야"...실적 앞두고 해외펀드까지 공개서한

요약
  • 삼성전자가 이달 말 주주환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외 헤지펀드들이 우선주 매입 및 소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 해외 펀드들은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 괴리 해소를 주장하고 있으나, 국내 법제와 지배구조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실적 발표 전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말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겨냥한 국내외 헤지펀드들의 주주제안 공세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영국계 팰리서 캐피탈에 이어 전날 미국계 달튼 인베스트먼트까지 삼성전자에 대한 우선주 매입과 소각을 요구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그러나 국내 운용사가 설계한 우선주 매입 요구를 그대로 차용한 수준인데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등 한국 상법과 지배구조 현실을 외면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 달튼 "우선주 27% 할인된 채 거래…궁극적으론 주식 통합해야"

달튼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 진행 시 우선주를 집중적으로 매입·소각하고, 보통주와 우선주를 단일 주식으로 통합할 것을 담은 주주서한 성명을 공개했다다. 10년 이상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보유해 온 달튼은 지난 5월 삼성전자와의 대면 미팅에 이어 이번 서한을 통해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달튼은 현재 삼성전자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약 27%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동일한 자본을 투입할 경우 보통주보다 약 1.37배 많은 주식을 사들여 소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통주 매입을 배제할 경우 단기적인 수급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수급 효과보다 할인된 주식의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편이 주주에게 더 이익이라고 밝혔다.

성명에서 달튼은 과거 호주와 영국에 이중 상장했던 광산기업 BHP가 2006~2007년 당시와 같은 유사 사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BHP는 8~9% 할인 거래되던 영국 상장 주식을 60억 달러어치 매입해 호주 상장 주식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기업 가치를 키웠다.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 그룹 역시 미국과 영국 상장 주식의 가격 괴리가 커지자 비싼 주식을 팔고 같은 수량의 싼 주식을 사들이는 주식 스왑 프로그램으로 2015년 700만 달러, 2016년 100만 달러의 순자본 확충 효과를 거두는 등 주식의 가치 하락을 방어해왔다는 설명이다.

달튼은 또한 BHP가 2022년, 카니발이 2026년 이중 상장 구조를 끝내고 단일 상장 체제로 통합해 가격 괴리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했다며, 삼성전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보통주와 우선주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우선주 소각은 기본?…이중상장 통합, ADR 발행 주장까지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는 커졌지만, 달튼과 팰리서가 내놓은 서한은 일부 국내 법제와 시장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달튼이 궁극적 해법으로 제시한 '보통주·우선주 단일화'는 지배구조와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간과한 주장이다.

반면 국내 상법상 의결권이 없는 기존 우선주를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통합하려면 정관 변경과 종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는 등 난관이 존재한다.

현재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1대 1 통합할 경우 기존 보통주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와 의결권이 동시에 희석돼 동의를 얻기 어렵다. 더구나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웃도는 삼성전자 우선주 물량의 구조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배력이 약해지는 문제까지 안게 된다.

앞서 지난 14일 팰리서 캐피탈이 손 투자 콘퍼런스에서 제안한 삼성전자의 미국 ADR 발행과 우선주 매입·소각 주장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고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팰리서는 미국 상장에 나선 SK하이닉스 ADR이 국내 원주 대비 40% 이상의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점을 근거로 삼성전자의 ADR 발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이례적인 프리미엄은 한국 원주의 ADR 전환 한도가 총발행주식의 2.5%로 막혀 발생한 수급 불균형에 기반하고 있다.

상장 전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던 차익거래 경로가 막히면서 원주와 괴리율이 커졌을 뿐, 만약 삼성전자가 우선주 매입 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대규모 ADR을 발행하면 물량 공급으로 프리미엄이 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유통주식을 줄이는 자사주 소각을 위해 신주 ADR을 발행한다는 것 역시 재무적 논란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소송 비용 부담 등을 안게 되는 한계가 있다.



◆ 국내 운용사 설계한 '우선주 소각' 논리에 외국계까지 가세…29일 삼성 실적이 분수령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해외 펀드들이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깔아놓은 주장과 논리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우선주 가치 제고는 국내 헤지펀드인 라이프자산운용이 지난달 14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내며 먼저 공론화했다. 라이프운용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서도 2015년 삼성전자가 우선주 괴리율이 22%에 달했을 당시 사례를 들어 이사회를 설득해왔다.

해외 펀드들과 국내 기관 주장의 또 다른 차이는 규제 환경에 대한 해석이다. 국내 운용사가 내세운 우선주 소각을 요청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금산분리 제약을 덜어내고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키우려는 목적이다.

제도적으로 삼성 그룹 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을 합산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 보통주를 단독 소각하면 금융계열사 지분율이 기계적으로 상승해 한도 초과 문제가 발생한다.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최대 110조원 규모의 연간 주주환원 계획과 함께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 15조원 매입을 발표했으며, 이달 29일 3분기 확정 실적 발표에 앞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지난 8월 예고한 주주환원 계획의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방식을 검토할 예정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한국경제TV와 통화에서 "주주환원과 배당 여부는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 결정지어야 할 사항"이라면서 "29일 실적 발표 전 이사회에서 이러한 논의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과 이로 인한 연준의 긴축 우려에 전날까지 조정을 받아온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약 2% 오른 21만4천원선, 삼성전자 우선주는 4% 상승한 16만 5천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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