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은 규모
심지어 부채비율 높은 상장사
대규모 냉·난방 에너지 공급 역할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 가능하고
고도의 경영판단 능력도 있어야
전문성 없으면 큰 사회적 피해
평가점수 꼴찌 선임은 비상식적
낙하산, 적어도 능력은 검증해야
임추위 활동 적극적 공개 필요# 3조9537억원. 2025년 매출 규모다. 시가총액은 9000억원을 오르내린다. 내로라하는 증권사·식품사보다 코스피시장 순위가 높다.
# 업무는 주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전국 주요 도시의 공동주택·상업시설 등에 냉·난방 에너지와 전기 등을 공급하는 게 주요 업무다. 실제로 지역난방공사가 난방 배관을 소홀하게 관리한 탓에 문제가 생겨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은 일도 적지 않다.
# 이처럼 지역난방공사는 '하찮은 기관'이 아니다. 이곳을 이끌려면 전문성은 물론 고도의 경영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삶을 생각할 줄 아는 식견도 있어야 한다.
# 그런데 지역난방공사의 현 사장은 '공모 과정'에서 꼴찌를 기록한 인사다. 에너지 전문가도 아니고, 큰 조직을 이끌어본 적도 없다. 대체 그는 어떻게 사장직에 오른 걸까. 지역난방공사는 정말 아무나 맡아도 괜찮은 곳일까. 더스쿠프가 질문을 던져봤다.
'실용'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가 공기업 인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최근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3월 공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 사장의 선임 안건이 통과했을 때에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하 사장은 '집단 에너지공급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주거밀집지역과 상업지역 등에 공급'하는 지역난방공사의 사장직을 맡을 만한 전문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2019년에 잠깐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한 걸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력은 환경운동·문화 분야에서 쌓았다.
당연히 하 사장의 뒷배에 시선이 쏠렸고, '성남 인맥'이 등장했다. 중심엔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하 사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때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엔 성남문화재단 문화진흥국장, 판교환경생태학습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엔 "이재명 후보가 위기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적임자"라며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하 사장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봤다.
이 대통령부터 김현지 실장까지…. 이쯤 되면 '현 정권의 실세가 그를 공사 사장에 앉혔다'는 비판은 정치 공세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선임 과정도 다소 불투명하다. 하 사장은 공사 사장 공모 당시 서류심사를 통과한 8명 중 85.8점을 받아 꼴찌였다. 여기서 5명을 추려서 면접심사를 했는데, 면접점수 역시 81.42점으로 꼴찌였다. 평가점수가 가장 나빴던 후보가 사장 자리에 앉은 셈이다(나경원 의원실 자료).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평가 순위가 곧 임명 순위는 아니다"면서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정부는 기관장으로서의 리더십, 정책 수행 능력, 조직 운영 역량, 공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임명한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 사장이 이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하 사장은 공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99% 찬성'으로 지역난방공사 수장에 올랐다. 지역난방공사의 대주주가 사실상 정부라는 점에서 '예정된 결과'이긴 하지만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지역난방공사가 그렇게 '하찮은 기관'일까.[※참고: 지역난방공사의 지분은 기후에너지환경부(34.55%), 한국전력공사(19.55%), 한국에너지공단(10.53%)이 64.63%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민 삶과 맞닿는 지역난방공사 = 우선 규모부터 보자. 지역난방공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9537억원, 영업이익은 3147억원이었다. 국내 식품 선두기업인 농심이나 오뚜기보다도 규모가 크다. 임직원 수 역시 2213명으로 결코 적지 않다. 심지어 지역난방공사는 코스피 상장사다. 14일 기준 지역난방공사의 시가총액은 9066억원으로 전체 주식시장 상장기업(2867개) 중 330위에 올라있다. 공사가 속한 코스피 시장만 놓고 보면 941개 기업 중 239위다.
증권사인 한화투자증권, 음료기업인 롯데칠성보다 높다. 게다가 이 공사는 부채도 많다. 2025년 기준 총부채는 5조8752억원, 자본총계 대비 부채비율은 280.7%였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선 방만한 예산 운영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역난방공사 사장직을 맡으려면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 주주 이익, 투자자의 신뢰, 공시와 지배구조 등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여기에 전문성은 필수다. 지역난방공사는 전국 주요 도시의 공동주택이나 상업시설 등에 냉·난방 에너지와 전기 등을 공급한다. 개별 가구가 보일러를 돌리는 것과 달리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열을 배관망으로 직접 전달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곳이 여기다. 그래서 이 공사가 제 역할을 못 하면 수백만 가구의 일상이 차질을 빚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18년 12월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도로 지하에 묻혀 있던 공사의 온수배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섭씨 100도가 넘는 뜨거운 온수가 분출되면서 60대 시민 1명이 숨졌고, 수십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인근 아파트 단지 등 2800여 가구엔 난방과 온수 공급이 끊겨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추위에 떨었다.
사고 원인은 노후 배관의 관리 부실이었는데, 사고 전 나타난 이상 징후를 경영진이 묵살하고, 선제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사고 직후 열린 상황 보고 현장에선 당시 사장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 하고, 웃음을 지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역난방공사 경영진의 판단이 회계장부의 숫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 낙하산 논란 막을 방법 없나 = 이처럼 지역난방공사의 사장직은 고도의 경영 수완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국민과 지역 주민, 임직원, 주주, 투자자를 모두 고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 사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가십거리쯤으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더구나 지역난방공사의 역대 사장직은 대부분 낙하산 인사였다.
[사진|뉴시스]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행법만 잘 지켜도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는 걸러낼 수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임원추천위원회의 회의록과 심사 기준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을 엄수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임추위 위원의 이름을 이니셜로 처리하거나 논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 식이다. 면접 평가표나 개인별 점수, 탈락 사유 등도 개인정보란 이유로 비공개에 부친다. 이제 다시 물어볼 때다. 답은 대통령, 김현지 실장, 지역난방공사 임추위 위원들 중 누구든 해도 좋다. 하 사장에겐 정말 '지역난방공사'를 맡을 만한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있는가.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 인사'가 이런 것인가. 낙하산 인사, 뿌리 뽑을 방법은 정말 없는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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