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경관 논란에 유적 보존 심의까지 지연
“매달 금융비용 20억”…사업 장기화 부담
세계유산영향평가와 매장유산 심의 분리 요구[이데일리 이정현 기자]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주민들이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종묘 앞 고층 개발에 따른 경관 훼손 논란과 사업부지 내 조선시대 유적 보존 문제가 맞물리면서 사업이 지연되자 주민들이 직접 국가유산위원회에 조속한 심의를 호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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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명문에서 “매장유산 보존조치 심의는 발굴된 유구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라며 “건축물의 높이나 세계유산과 관련된 절차는 다른 법과 다른 기관이 다뤄야 할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세운4구역은 종묘 인근에서 추진 중인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서울시·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국가유산청이 유적 보존 및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았으나 8월 국가유산위원회의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가 보류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사업시행자 측은 이미 인가된 사업계획을 기준으로 유적 보존방안을 심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심의위원회는 사업계획 확정 이후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묘 주변 고층 건축물의 경관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지하 매장유산 보존 문제와 맞물리면서 갈등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주민들은 세운4구역이 종묘 경계에서 약 170m 떨어져 법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100m 범위 밖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7년 문화재청 고시에서 별도 문화재 영향검토 관련 심의 조항이 삭제됐고 2023년에도 세운4구역 협의 기준이 의무적 이행사항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는 것이 주민 측 설명이다.
주민들은 이 같은 행정기관의 판단을 신뢰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년간 약 3만1000㎡ 부지에 대한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했고 발굴된 이문과 배수로 등을 보존하기 위해 상업공간을 줄여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등 유적 보존방안을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 부담도 호소했다. 이들은 “세운4구역 사업과 관련해 누적된 채무는 약 8000억원에 이르고 매월 발생하는 금융비용도 20억원을 넘는다”며 “주민들은 재개발을 위해 세입자를 이주시킨 이후 임대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사업이 20년 넘게 지연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의가 한 달 늦어질 때마다 그만큼의 비용이 추가로 쌓인다”며 “반복되는 심의 보류는 단순한 행정절차의 지연이 아니라 재산과 생존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라고 호소했다. 국가를 상대로 2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거론하며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를 강조했다.
주민들은 오는 12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에 세계유산 관련 쟁점과 별개로 제출된 유적 보존방안 자체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두 차례 현장조사에서 유구의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것이 주민 측 주장으로, 세 번째 현장조사 이후에는 심의를 마무리해 달라는 입장이다.
주민대표회의는 “여전히 보완할 점이 있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달라”며 “스물두 해를 기다려온 주민들이 더 이상 무책임한 말 바꾸기와 힘겨루기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