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투입해 실시간 피해 평가
복구 자재 90% 현지 생산·비축
사고 대응 속도 업계 평균의 6배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예상보다 빠르게 가동을 재개하면서 신속한 복구의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저장 시설 / AP=연합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원유를 운반하는 약 1200㎞ 길이의 동서 송유관은 지난달 10일(현지 시각)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원유가 수송되고 있었다.
동서 송유관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피격 이후 국제사회의 우려가 컸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송유관 운송망에 장기간 차질이 빚어질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 전반에 충격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복구에 최대 6주가 걸릴 수 있다는 당초 전망과 달리 송유관은 예상보다 빠르게 가동을 재개했다. 공격 발생 12일 만인 지난달 22일 동서 송유관의 일부 가동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같은 달 27일에는 얀부와 알무아지즈 터미널에서 약 10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처럼 신속한 복구는 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아람코가 공격 상황에서도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얼마나 크게 발전시켰는지 보여준다”며 아람코의 위기 대응 능력을 조명했다. 아람코가 수년간 중동 전역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겪으면서 대응 체계를 강화해 왔다는 것이다.
아람코가 이처럼 빠른 복구 능력을 갖추게 된 계기는 2019년 발생한 대규모 석유시설 공격이었다. 당시 사우디 동부의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아람코의 원유 생산량이 급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처리시설 중 하나인 아브카이크가 타격을 입자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큰 충격이 발생했다.
아람코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제로아워 대응팀(zero-hour responders)’으로 불리는 전문 신속 대응팀을 구축했다. 여러 시설이 동시에 공격받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후 아람코는 비상 대응 계획을 정비하고 드론을 활용한 피해 평가 체계와 예비 부품 공급망을 강화하는 등 복구 역량을 꾸준히 확충해 왔다. 이러한 준비가 이번 동서 송유관의 신속한 재가동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석유회사들은 사고를 수습한 뒤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만, 아람코는 사고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드론을 투입해 피해 평가에 착수한다. 사고 수습과 피해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복구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아람코 측에 따르면 사고 대응 속도는 업계 평균보다 6배 이상 빠르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점검용 드론은 현장 상황을 매우 상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며 “상황이 통제될 무렵이면 우리는 이미 복구 작업에 착수할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복구에 필요한 자재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도 강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람코는 수년간 공급망을 구축하고 재고를 확충해 복구에 필요한 자재의 약 90%를 현지에서 생산하거나 현지 창고에 비축하고 있다. 덕분에 실제 복구 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필요한 자재를 현장으로 보낼 수 있다.
나세르 CEO는 기술 발전 덕분에 공격 발생부터 복구 작업 착수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은 아람코가 다양한 상황에서도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시설 복구 역량 강화에 이어 원유 수송로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송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세르 CEO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