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배민·GS리테일·홈플러스 등
지적에도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
/그래픽=비즈워차[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다 아는 이름들이구만
추석이 지나자마자 유통업계가 바쁩니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 맞이 준비였다면 좋았을 텐데, 현실은 국정감사를 맞아 고위 임원들이 차례차례 국회로 불려가느라 바쁩니다. 평소엔 딱히 하는 일이 많지 않아 보였던 임원이지만, 이맘때면 누구라도 고개를 저을 만큼 고생입니다.
국감은 매년 새로운 이슈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출석하는 기업은 늘 비슷비슷합니다. 사고도 '쳐 본 놈'이 더 잘 친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밉보인 자식'이라 틈만 나면 불려나오는 걸까요. 하나로 뭉뚱그려 말할 수는 없겠지만, 거론되는 기업이 늘 거기서 거기인 건 사실입니다.
올해에도 낯익은 기업들이 줄줄이 국감장으로 소환됐습니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GS리테일, 홈플러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내내 여러 이슈로 뉴스란을 수놓아 왔던 기업들이죠. 그 중에도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건 역시나 쿠팡입니다.
조사도 허락 받고 하나요
지난 12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거부한 데 대한 질의를 받았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부터 쿠팡이 가격매칭쿠폰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고 보고 확인을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사전통지를 받지 못했다며 조사관을 막아섰습니다.
쿠팡은 '절차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습니다. 공정위가 사전통지를 생략한 건 증거 인멸 우려 때문인데, 쿠팡은 '증거 인멸 우려를 입증하라'고 했죠.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무산된 건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이날 질의를 진행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차원의 대응을 넘어 정무위 결의문 채택이나 위원장·여야 간사 명의의 공동 논평 등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번 이슈 앞에선 여야 갈등도 없었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증시 상장이 우리의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특혜 면허가 돼서는 안 된다"며 여야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이렇게 예민한 이슈임에도 쿠팡 측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출석한 주성원 쿠팡 총괄부사장에게 현장조사 거부를 결정한 게 누구인지 물었지만 주 부사장은 "내부 논의를 거쳤다"고만 답했습니다.
본인이 커머스 부문을 총괄하고 있음에도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답한 겁니다. 지난해 개인정보유출사태 이후 열린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의 태도가 생각나는 대응입니다.
우리도 혼났어요
홈플러스 역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극적인 긴급운영자금(DIP) 투입으로 청산을 면하고 현재 영업이 재개됐는데요. 아직까지 입점업체들의 피해 복구나 영업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합의되지 않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최근 매출은 목표액의 30% 수준에 그쳤다고 합니다. 거래처와의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현금·선지급 거래로만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영업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수합병(M&A)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M&A가 불발될 경우의 대안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불안감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가중시키는 국감이었다는 평가입니다.
홈플러스 강서점./사진=윤서영 기자 sy@GS리테일의 경우 전직 임원과 관련된 벤더업체가 5년간 170억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이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실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서 유통 마진만 챙긴 '이상거래'라는 지적입니다.오진석 GS리테일 부사장은 이에 대해 "퇴직 임직원이 설립했거나 관련된 업체와 거래할 때 이해충돌 여부도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이상거래 사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자사의 문제 행위를 지적하는데 제 3자처럼 대답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의 '한집배달' 논란이 지적됐습니다. 한 곳만 배달한다는 이유로 추가 배달비를 받으면서도 여러 집에 배달하는 '알뜰배달' 건을 함께 수령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요. 김용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통합배차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집과 함께 배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키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내년엔 달라질까
매년 국감이 진행될 때마다 수많은 편법과 관행들이 거론되고, 불려나온 임원들은 "시정하겠다", "반영하겠다", "반성하고 있다" 등등의 대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에 국감이 열리면 또 비슷한 이슈들이 거론됩니다. 매년 비슷한 기업들이 국감장에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이러다보니 국민들에게는 국감이 한 차례의 연극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대기업 임원이나 대표들을 불러 호통을 치며 혼을 내고, 기업인들은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줘 모두가 '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겁니다. 물론 이 연극이 끝나면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래픽=비즈워치물론 순기능도 있습니다. 국감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통해 이슈가 되면 여기에 주목하는 눈도 많아집니다. 다른 이슈에 바빠 몰랐다가 국감을 통해 해당 이슈를 알게 되기도 하죠. 기업 역시 고위 임원이나 대표, 오너가 직접 나와 의원들과 대면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출석을 피하기 위해 국감을 앞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올해에도 유통 기업들은 국회에 불려가 혼쭐이 났습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데, 한바탕 혼이 난 유통 기업들은 이번 국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로 반성을 하고 개선을 하게 될까요? 내년에는 똑같은 이유로 혼나지 않는, 조금 더 나아진 기업이 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