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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에 나간다더니”…세입자 말 믿고 집 샀다가 ‘날벼락’ [집과법]

요약
  • 세입자가 있는 집을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할 때 세입자의 구두 약속만 믿었다가 입주에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법적 분쟁을 방지하려면 계약갱신요구권 거절 의사를 법정 기간 내에 서면으로 증명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시점과 임대차 만료일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할 때는 “만기에 나가겠다”는 말만 믿기보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와 퇴거 시점, 소유권이전등기 일정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입자가 있는 집을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할 때는 “만기에 나가겠다”는 말만 믿기보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와 퇴거 시점, 소유권이전등기 일정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실거주 목적으로 세입자가 있는 아파트를 샀다가 정작 입주하지 못하고 명도소송에서도 패소한 사례가 있다. 세입자가 “만기에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새 집주인이 갱신거절 통보와 세입자의 퇴거 약속을 서면으로 남겨두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A 씨는 직접 들어가 살기 위해 세입자가 있는 아파트를 샀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세입자에게 계약이 끝나면 직접 거주할 예정이라며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세입자도 당시에는 “만기에 나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만기가 다가오자 세입자는 마음을 바꿨다. 집을 비워주지 않자 A 씨는 결국 명도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문제는 모든 대화가 말로만 오갔다는 점이었다. A 씨에게는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갱신을 거절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내용증명이나 문자도, 세입자가 만기에 나가겠다고 약속한 퇴거확약서도 없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실제로 들어가 살 계획이 있었더라도 법정 기간 안에 세입자에게 갱신거절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한 말 역시 서면이 없어 퇴거 합의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세입자가 먼저 갱신 요구했다면 새 집주인은 못 들어갈까

세입자가 먼저 계약갱신을 요구했다고 해서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이 반드시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세입자가 이미 계약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집을 사서 새 집주인이 된 매수인이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직접 들어가 살겠다는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매수인들은 2020년 7월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고 같은 해 10월 30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사이 세입자는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2심은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할 당시 매수인들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아 집주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매수인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세입자가 먼저 갱신을 요구했더라도 매수인이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새 집주인이 됐다면 직접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봤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이미 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임대인 지위를 이어받은 매수인이 실제로 들어가 살려고 한다면 법정 기간 안에서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계약을 맺은 날짜만 보고 입주 가능 시점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새 집주인이 되는 시점과 세입자의 임대차 만료일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엄 변호사는 “계약서를 쓸 때부터 세입자의 임대차 만료일을 거꾸로 계산해 잔금일과 등기일을 정해야 한다”며 “등기가 늦어져 갱신거절 기간을 넘기면 실거주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세입자 나간대요”…매도인 말만 믿어도 될까


세입자가 있는 집을 실거주 목적으로 산다면 계약 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는지, 언제 나갈 예정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라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주거용 건축물 확인·설명서에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항목이 있어, 관련 서류로 확인했다면 ‘확인’으로 표시하고 확인서류를 첨부한다. 확인하지 못했다면 ‘미확인’으로 표시한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도 지금과 비슷한 분쟁 때문이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산 뒤 소유권이 넘어오기 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서 새 집주인이 예정대로 입주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가겠다”던 세입자가 말을 바꾸면서 집을 사고파는 계약 자체가 흔들린 사건도 대법원까지 갔다.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던 매수인은 계약 당시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집을 비우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잔금을 치르기 직전 세입자가 입장을 바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고 2년 더 살겠다고 통보했다.

매수인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매도인은 잔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매수인이 계약 당시 예상했던 날짜에 집을 넘겨받기 어려워졌다면,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사정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엄 변호사는 매도인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중개사를 통해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세입자에게 직접 퇴거 의사를 확인한 뒤 문자 등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매매계약서에 세입자의 퇴거를 전제로 한 특약을 넣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특정 날짜까지 나가지 않거나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하는 식이다.

다만 세입자가 한때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해서 계약갱신요구권이 언제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퇴거하기로 합의한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 정도인지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내가 들어가 살겠다” 말만 하면 세입자 내보낼 수 있나

새 집주인이 직접 살 목적으로 집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세입자가 반드시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했다면 실제로 들어가 살 생각이었다는 점을 집주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내가 살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집주인이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는 어디인지, 왜 해당 집으로 이사하려는지, 실제로 이사를 준비했는지 등을 함께 살핀다. 갱신을 거절하기 전후의 집주인 행동도 실제 거주 의사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계약 만료 일정이나 이사 준비 자료 등은 실제 입주 계획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매도인이 “세입자가 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이를 믿고 집을 샀는데 사실과 달랐다면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이미 갱신을 요구했거나 퇴거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매도인이 알면서도 숨겼다면 기망을 이유로 계약 취소나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다”며 “특약이 있다면 특약에 따른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여부도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등 확인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면 중개사의 손해배상 책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 퇴거를 전제로 집을 산다면 세입자·매도인·매수인 세 사람이 함께 퇴거확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구두로만 약속하면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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