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은 임금상승률이 핵심
연봉제·임금피크제는 DC형 고려
전환 가능 여부는 회사마다 달라
입사할 때 당장 받는 월급 못지않게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수십 년 뒤 받을 퇴직금을 회사에 맡길지, 직접 굴릴지 결정하는 일이다.주현지(사진)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매니저는 “DB형은 임금상승률, DC형은 투자수익률이 퇴직급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월급이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DB형이, 임금 상승 폭이 작고 장기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DC형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운용 사례를 보면 매년 1000만 원씩 20년 동안 총 2억 원을 적립할 경우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한 가입자의 적립금은 약 4억3000만 원,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운용한 가입자는 약 2억7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돈을 넣어도 운용 결과에 따라 수령액이 2배 가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월급 많이 오르면 DB, 수익률 높으면 DCDB형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과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퇴직급여가 정해진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성과에 따른 책임도 부담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명의 계좌에 납입한다. 근로자가 직접 예금이나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선택하기 때문에 운용 손익에 따라 최종 퇴직급여가 달라진다.
주 매니저는 “호봉제처럼 근속연수와 승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근로자는 DB형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봉제나 성과급 중심 기업에 다니거나 임금상승률이 낮은 근로자,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근로자는 DC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30세에 입사해 50세까지 20년간 근무하고 첫 해 월 급여가 300만 원인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5%, DC형 투자수익률을 3%로 가정하면 예상 퇴직급여는 DB형 1억5165만 원, DC형 1억2708만 원이다. DB형이 2457만 원 많다.
반대로 DC형의 장기 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웃돌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DC형의 연간 수익률은 8.47%로 DB형의 3.53%보다 높았다.
주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이 자신의 임금상승률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면 DC형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수익률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투자 성향, 손실 감내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리금보장상품에만 두면 수익률 격차 커져DC형을 선택했다면 계좌를 방치하는 실수도 피해야 한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75.4%, 실적배당형은 24.6%였다. 원리금보장형의 연간 수익률은 3.09%인 반면 실적배당형은 16.80%를 기록했다.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수익률 상위 10%의 평균 수익률은 19.5%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84%에 달했다. 하위 10%는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74%였고 수익률은 0.5%에 그쳤다.
주 매니저는 “퇴직연금은 20~30년 이상 운용하는 장기 자산이어서 작은 수익률 차이도 시간이 흐르면 큰 격차로 이어진다”며 “자신의 위험 감내 수준에 맞춰 실적배당형 상품을 활용하고 자산 배분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배당형 비중을 높인다고 수익률이 무조건 보장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펀드와 ETF 등은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혼합형’과 ‘DB·DC 선택형’은 달라
DB형과 DC형을 함께 적용하는 혼합형과 두 제도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형도 구분해야 한다. 혼합형은 한 근로자에게 DB형과 DC형을 일정 비율로 동시에 적용하는 구조다. 기업이 경영성과급을 DC형으로 지급하기 위해 DB형 99%, DC형 1% 등으로 설계하는 사례가 있다.
DB·DC 선택형은 회사가 마련한 두 제도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회사가 두 제도를 모두 도입하고 퇴직연금 규약에서 전환을 허용해야 선택할 수 있다.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면 전환 시점까지 발생한 DB형 퇴직급여가 DC형 계좌로 이전되고 이후부터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 반대로 DC형에서 DB형으로 전환할 때는 기존 DC형 적립금을 DB형으로 옮기거나 과거 가입기간을 DB형 가입기간으로 소급할 수는 없다.
주 매니저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어 회사 규약과 적용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임금상승률과 기대수익률뿐 아니라 직접 운용할 의사와 능력까지 따져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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