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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좋은 일은 그만할래”…증시 호황에 줄퇴사하는 대만 펀드매니저들

요약
  • 대만 증시가 AI 열풍으로 급등하는 가운데, 엄격한 개인 주식 거래 규제에 따른 박탈감을 느낀 펀드매니저들이 잇따라 퇴사하고 있습니다.
  • 이들은 규제가 완화된 민간 투자회사 등으로 이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은 핵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AI發 대만 증시 올해 62% 급등했는데
개인 주식 거래 규제에 박탈감 커져
“회사 돈은 벌어주지만 내 돈은 못 벌어”
30~40대 운용역·신입 인재 이탈 가속

 지난 6월 대만 증권거래소 사무실에서 한 남성이 대만 증권거래소(TWSE) 지수 그래프를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월 대만 증권거래소 사무실에서 한 남성이 대만 증권거래소(TWSE) 지수 그래프를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대만 증시가 올해 세계 주요 증시에서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식을 운용하는 핵심 인력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엄격한 개인 주식 거래 규제로 투자 기회를 놓치는 데 대한 박탈감이 커지면서 자신의 돈을 직접 굴리기 위해 이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은 펀드 정보 사이트 머니DJ를 인용해 대만의 주요 국내 주식형 뮤추얼펀드 20개 중 동일한 펀드매니저가 3년 넘게 운용을 맡고 있는 펀드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대표 주가지수인 가권지수는 올해 62% 급등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약 1조8000억달러(약 2500조원) 증가했다.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난야테크놀로지와 매크로닉스인터내셔널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는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번 주 글로벌 증시가 매도세에 휩싸인 가운데서도 대만 증시는 주요국 증시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만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주식 운용을 담당하는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겪으면서 이직에 나서고 있다.

“내가 고른 종목 폭등했는데”…박탈감에 퇴사  엄격한 개인 주식 거래 규제와 까다로운 보안 절차로 인해 대만의 펀드매니저들이 역외 헤지펀드나 민간 투자회사로 잇따라 이직하고 있다. [챗GPT] 엄격한 개인 주식 거래 규제와 까다로운 보안 절차로 인해 대만의 펀드매니저들이 역외 헤지펀드나 민간 투자회사로 잇따라 이직하고 있다. [챗GPT]펀드매니저들이 회사를 떠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엄격한 개인 주식 거래 규제가 꼽힌다. AI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정작 자신이 분석한 종목에 개인적으로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만은 홍콩,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산운용사에 근무하는 투자 전문가들에게 본인과 가까운 친족의 주식 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내부자 거래나 개인 또는 차명 계좌를 통한 미공개 정보 이용을 막기 위함이다.

물론 개인 주식 거래 제한은 전세계 금융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대만의 규제는 특히 까다롭다. 개인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법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산운용업계의 행동강령에 따라 펀드매니저와 투자부서 책임자의 개인 주식 거래는 사실상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펀드나 일임운용 계좌가 특정 대만 상장주식 또는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하기 전후로 각각 7영업일 동안 해당 종목을 개인적으로 매매할 수 없다.

반면 이 규정은 역외 헤지펀드나 대만의 민간 투자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간 투자회사는 대만 경제부에 일반 기업으로 등록되고, 대중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지 않아 금융감독위원회의 자산운용업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 자산운용사들의 엄격하고 번거로운 보안 절차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투자 담당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면 휴대전화와 노트북, 스마트워치를 별도의 전자식 보관함에 맡겨야 한다. 대만 증시가 마감하는 오후 1시 30분까지는 개인 소지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일부 회사에서는 보안 검색대를 설치해 직원들의 가방을 검사하거나 펀드매니저의 컴퓨터 근처에 카메라를 설치해 업무 활동을 감시하기도 한다.

2024년 대만의 한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했던 펀드매니저 켄 차이(40)에게도 투자 판단을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속이 쓰렸던 기억이 있다. 그는 당시 운용하던 펀드에 AI 서버 간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는 부품을 공급하는 한 대만 기업을 최대 보유 종목으로 편입했다. 이 기업의 주가는 이듬해 5배 이상 급등했고 올해 다시 6배 상승했다.

하지만 차이는 개인 주식 거래 제한에 묶여 해당 종목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못했다. 자신의 투자 판단으로 펀드 수익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자 박탈감을 느낀 그는 지난 7월 회사를 떠났다.

그는 수익 배분 체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개인 투자에 대한 재량권도 큰 타이베이 소재 민간 투자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차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강하게 느꼈다”며 “그 주식을 자유롭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토로했다.

금융 인재들 떠나자…인력난 직면한 자산운용사  대만의 펀드매니저들이 높은 보수와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찾아 민간 투자회사 등으로 이직하면서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챗GPT] 대만의 펀드매니저들이 높은 보수와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찾아 민간 투자회사 등으로 이직하면서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챗GPT]오랫동안 대만의 금융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었던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은 핵심 인력 이탈과 신규 채용난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만의 한 대형 자산운용사를 떠난 직원 약 10명 가운데 절반이 민간 투자회사로 이직했다. 특히 투자 조직의 중추 역할을 하는 30~40대 펀드매니저들이 민간 투자회사와 역외 헤지펀드로 이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글로벌 금융회사의 신입 지원자 수도 올해 절반으로 줄었다. 젊은 구직자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투자 환경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민간 투자회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일부 자산운용사는 채용 기준을 낮추고 있다. 한 외국계 금융회사는 대만 주식 담당자를 채용하는 데 6개월 넘게 채용을 진행한 끝에 당초 계획보다 경력이 짧은 지원자를 채용했다. 또 다른 외국계 회사는 현지 주식 운용 인력을 증원하기로 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여 격차도 인재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만 뮤추얼펀드 매니저들의 초임은 일반적으로 홍콩 동종 업계 종사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력이 쌓인 이후에도 격차가 계속된다. 대만 펀드매니저들의 연간 보수는 성과와 직급에 따라 약 12만4354~31만884달러(약 1억6500만~4억1430만원) 수준인 반면 홍콩 펀드매니저들의 연간 기본급은 22만9372~63만7144달러에 달한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인재 유출 문제와 관련해 개인 주식 거래와 휴대전화 사용 제한 규정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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