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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리단길은 남기고 아파트를 짓는다…망원1구역 재개발의 선택

요약
  • 서울시가 망원동 일대에 약 1,55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하며, 기존 망리단길 골목상권을 보존하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 정비구역과 상권 사이에 완충공간을 마련하고 공공보행통로와 공원을 조성해 새 주거단지와 기존 상권의 상생을 도모합니다.
밸류업 인사이트
신속통합기획으로 1550가구 조성, 정비구역 밖 골목상권의 가치는?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망원동 포은로 일대를 걸어보면 평범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은 감각적인 카페와 개성 있는 상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연남동이나 홍대입구 거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아담한 느낌이다. 바로 옆에는 망원시장이 있어 세련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정겨운 전통시장의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망리단길의 매력은 이런 조합에 있는 것 같다. 화려한 대형 상업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별 건물이 특별한 경쟁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작은 가게들이 모여 거리의 분위기를 만들고, 그 분위기에 이끌린 사람들이 다시 골목을 찾는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망원동 재개발 계획을 보면서 이 골목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서울시는 마포구 망원동 416-53 일대 약 6만8879㎡ 부지에 최고 29층, 약 155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7층 이하로 제한됐던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용적률은 최대 250%까지 적용하는 계획이다.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위치도/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위치도/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지침도/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지침도/자료=서울시)

눈길을 끄는 것은 정비구역의 경계다. 인접한 포은로의 망리단길 상권을 재개발 구역에서 제외했다. 노후 주택을 정비해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면서 이미 형성된 골목상권은 그대로 남겨두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통상 재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용적률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일반분양 물량이 얼마나 늘어나는 지부터 살펴보기 마련이다. 조합원의 분담금이나 사업기간도 중요한 관심사다. 그런데 이번 망원동 계획에서는 구역 밖에 남은 상권이 새 주거단지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가 더 궁금해진다.

망리단길 같은 골목상권은 개별 건물의 가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카페 한 곳이 손님을 끌어들이면 주변 음식점이나 소품점에도 방문 기회가 생긴다. 망원시장을 찾았다가 인근 골목의 카페에 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점들이 서로 고객을 공유하면서 상권 전체의 매력을 높이는 구조다.

이런 효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새 건물을 짓는다고 같은 분위기의 상권이 곧바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가로경관 계획, 망원동 상권의 가로 풍경을 고려한 건축배치 및 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가로경관 계획, 망원동 상권의 가로 풍경을 고려한 건축배치 및 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신속통합기획 종합구상도/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신속통합기획 종합구상도/자료=서울시)

서울시가 이번 계획에 담은 세부 내용에서도 기존 상권을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포은로 상가와 맞닿은 단지 경계부에는 10m의 건축한계선을 설정하고 녹지 등 완충공간을 둔다. 이 구간의 아파트는 12~13층 수준으로 낮춰 배치한다. 단지 중심부에 최고 29층의 건물을 세우는 것과 대비된다.

보행환경 개선 계획도 주목할 만하다. 망원역에서 망원시장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동서 방향의 공공보행통로를 폭 8m 이상으로 조성한다. 망리단길과 연결되는 곳에는 약 4800㎡ 규모의 공원을 만들고 지하에 140면의 공영주차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상인들이 요구한 공공화장실과 휴식공간도 계획에 반영됐다.

이 시설들이 완성되면 망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동 경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방문을 망설였던 사람들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망원역과 한강을 오가는 보행객이 기존 상권을 거쳐 갈 가능성도 있다. 새 아파트 입주민은 주변 상점들의 일상적인 고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행로를 어디에 내고 상가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사람들이 기존 상권을 거쳐 가도록 유도할 수도 있지만, 새 단지 내부에서 소비를 마치고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 유동인구가 늘어도 기존 점포의 매출이 함께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에는 새 단지의 포은로변에 기존 상권과 어울리는 소규모 상가를 배치하고 준·대형점포 입점은 지양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 골목의 분위기를 고려한 조치다. 그렇더라도 새로 들어서는 상가가 기존 점포들과 고객을 나눠 갖게 될 가능성은 남는다.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조감도/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조감도/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조감도, 한강 및 주변지역으로 열린 도시 경관 형성/자료=서울시) (망원동 416-53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조감도, 한강 및 주변지역으로 열린 도시 경관 형성/자료=서울시)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에게는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정비구역에서 제외된 건물들은 대규모 재개발에 참여하는 대신 현재의 건물과 토지를 활용해야 한다. 이미 임대수익이 안정적인 상가라면 주변 환경 개선을 계기로 건물의 가치를 높일 여지가 있다. 외관을 정비하거나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상권에 맞는 임차인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반면 오래된 주택이나 공실이 많은 건물은 사정이 다르다. 재개발을 통한 일괄적인 개발이익을 기대하기보다 개별 건축물의 상태와 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증축, 리모델링, 용도변경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같은 거리에 있더라도 입지와 건물 상태, 임대료 수준에 따라 최적의 활용 방식은 달라진다.

특히 상권이 좋아진다는 기대만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주변 환경이 개선되면 임대료 인상 여력이 생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임차인의 매출과 임대료 부담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도 임차인이 버티지 못해 공실이 발생한다면 기대했던 임대수익을 얻기 어렵다.

망리단길의 매력이 작은 가게들의 개성과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해 기존 점포들이 떠나고 자금력 있는 프랜차이즈로 채워진다면 상권의 성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별 건물주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도, 거리 전체의 경쟁력에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간도 변수다. 현재는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된 단계다.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인가를 비롯해 실제 착공과 준공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소음과 먼지, 차량 통제 등으로 주변 상인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상권 개선 효과와 그때까지 감당해야 할 부담을 함께 봐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망원1구역은 주택 공급과 골목상권 보존을 함께 고려한 계획이다. 다만 정비구역 밖에 남은 상권이 재개발의 혜택을 얼마나 누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새로운 주거 수요와 보행환경 개선이 상가의 임대수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임대료 상승과 점포 교체로 기존 상권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망리단길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높고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골목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들이었다. 아파트 1550가구가 들어선 뒤에도 그 가게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몇 년 뒤 포은로를 다시 걸어보고 싶다.

천우석 한경닷컴 부장·CCIM skydol@hankyung.com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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