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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워싱턴서 결정"…SK가 HBM 만큼 공들이는 것 [강경주의 테크X]

요약
  •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반도체 자국 생산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 내 대관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 최태원 회장은 미 의회와 직접 소통하며 한미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한편, 유력 로비업체인 발라드 파트너스를 선임해 정책 대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 또한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조건으로 중국 다롄 공장의 장비 반입 허가를 요청하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테크X126>

"SK하이닉스, 美공장 조건으로 中 장비 반입 요청"
최태원 회장, 대미 대관 강화…발라드 파트너스 선임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SK 홈페이지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SK 홈페이지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산 압박이 거세지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 의회를 상대로 대관을 강화하며 한미 경제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 다롄 공장의 장비 반입 허가부터 미국 투자 확대까지 SK하이닉스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워싱턴 정·관계와의 접점을 넓혀 정책 대응력을 끌어올리려는 행보다.

17일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다롄 공장의 생산 확대를 위한 장비 반입 허가를 미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다롄 사업장 부지 내에 건물은 완공했지만 장비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공장(모드B·2공장)의 장비 반입을 위해 미 정부와 협의 중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중국에 공장을 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장비 반입 포괄허가를 취소하며, 장비를 수입하려면 일일이 허가를 받게 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에 인수해 솔리다임으로 개편했다. 기존에 인텔이 다롄에 두고 있던 생산공장을 그대로 이어받은 SK하이닉스는 인수 이듬해인 2022년 다롄 2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나 2023년 건설을 마친 뒤 장비를 반입하지 않았다. 당시 메모리 시장 침체가 이유였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로이터에 "모드B의 장비 설치는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승인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며 "생산능력 확대는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미 정부의 승인을 거쳐 장비 반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다롄 2공장 장비 반입은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와 미 정부 간에 내년 이후의 장비 반입 허가에 관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가 지난해 말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내준 장비 반입 허가는 2026년에 국한된다.

이같은 내용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계 첫 상원의원인 앤디 김 뉴저지주 상원의원을 만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미 경제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국 생산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미 의회와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SK그룹의 미국 투자는 미국과 한국의 경제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며 "우리가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관계"라고 적었다.
워싱턴 DC의 유력 로비스트인 '발라드 파트너스'의 브라이언 발라드 회장. 발라드 파트너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워싱턴 DC에서 가장 잘나가는 로비업체로 꼽힌다. / 사진=발라드 파트너스 워싱턴 DC의 유력 로비스트인 '발라드 파트너스'의 브라이언 발라드 회장. 발라드 파트너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워싱턴 DC에서 가장 잘나가는 로비업체로 꼽힌다. / 사진=발라드 파트너스
이 자리에는 지난달 SK㈜에서 SK하이닉스로 소속을 옮긴 유정준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참석해 최 회장의 북미 대관 행보에 힘을 보탰다. 그룹 내 '미국통'으로 불리는 유 부회장은 최근까지 미국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2022년 그룹 최초로 미국 기업·정부 업무를 총괄하며 대미 창구 역할을 수행했고, SK아메리카스 대표로 북미 지역 대외협력을 이끌었다.

SK그룹은 최근 미국 접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지 정부 대응을 전담할 부사장직을 신설하고, 안드레스 카스트리욘 전 퀄컴 대관 담당 수석이사를 최근 대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솔리다임이 2021년 출범한 이후 대관 총괄 임원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그룹의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현지 법인인 SK아메리카스는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정책 대응을 위해 워싱턴 DC의 유력 로비업체인 '발라드 파트너스'를 새로 선임했다. 발라드 파트너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워싱턴 DC에서 가장 잘나가는 로비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 창립자인 브라이언 발라드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0년 지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인이던 시절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기업의 로비를 맡으며 인연을 맺은 측근이다. 2016년과 2024년 대선에서는 선거 자금 모금과 관련해 역할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기여했다. 발라드 파트너스의 로비 분야는 무역과 과학기술이다.

미 연방 의회에 등록된 로비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발라드 대표가 직접 솔리다임 담당 로비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의 하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마이카 케철, 트럼프 1기 백악관 무역제조정책국 부국장을 지낸 헌터 모건,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을 지낸 애머릴리스 폭스 케네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입법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토머스 부드리가 등록됐다.

미국 대관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워싱턴DC에서 대관은 단순히 인맥을 쌓는 일이 아니라 정책이 만들어지는 경로를 읽고 의사결정권자에게 기업의 이해를 정확히 전달하는 일"이라며 "반도체는 보조금부터 수출통제, 공급망 안보까지 행정부와 의회가 얽혀 있어 어느 한쪽만 상대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법안과 규제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면 로비스트는 관련 상·하원 의원실과 보좌진, 행정부 실무진을 각각 만나 조항별 파급효과를 설명하고 기업에 불리한 문구가 들어가지 않도록 물밑에서 조율한다"며 "정책이 발표된 뒤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누가 초안을 쓰고 어느 의원실이 반대하는지 먼저 파악해 정책이 굳어지기 전에 기업의 논리를 반영하는 역량이 투자 성패와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앤디 김 뉴저지주 상원의원(왼쪽 가운데)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가운데)이 한미 경제 협력과 뉴저지 지역의 혁신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사진=앤디 김 뉴저지주 상원의원 SNS 앤디 김 뉴저지주 상원의원(왼쪽 가운데)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가운데)이 한미 경제 협력과 뉴저지 지역의 혁신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사진=앤디 김 뉴저지주 상원의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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