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발행분이 60% 육박…차환 리스크 현실화
과거 1~2%대 빚, 3~4%대 금리로 갈아탈 가능성
순증 발행까지 겹쳐 이자비용 상승 우려
이형일(가운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초과세수를 활용해 10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5조원 축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저금리로 발행한 국고채가 내년 이후 잇달아 만기를 맞으면서 정부의 재정 전략에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속에 낮은 금리로 조달했던 국채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간 100조 원에 육박하는 국고채 순증 발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국채의 차환 비용까지 높아지는 이중 부담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경제신문이 17일 박수영·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재정경제부에서 제출받은 ‘2027~2030년 만기도래 국고채 전 종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만기도래액은 406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발행 당시 낙찰금리가 3% 미만인 물량은 240조 7000억 원으로 전체의 59.2%를 차지했다. 4%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362조 5000억 원으로 비중이 89.2%에 달한다.
3% 미만에 조달한 국고채의 연도별 만기도래액은 △2027년 76조 3000억 원 △2028년 55조 8000억 원 △2029년 38조 7000억 원 △2030년 69조 9000억 원이다.
당장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 110조 7000억 원의 발행 당시 가중평균 낙찰금리는 2.97%였다. 15일 종가 기준 만기별 국고채 시장금리를 각각 동일 연물에 적용하면 가중평균금리는 약 3.97%로 1%포인트 상승한다. 만기도래 물량을 전액 차환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조달비용이 약 1조 1200억 원 늘어나는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추산한 연간 조달비용 증가분은 △2028년 약 9700억 원 △2029년 약 8800억 원 △2030년 약 1조 4800억 원이다.
문제는 향후 시장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더 오를 경우 차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2027~2030년 국고채 이자비용 전망’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예산편성금리 4.1%를 적용해 국고채 이자비용이 내년 40조 4000억 원에서 2030년 51조 1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더 걷혔다면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빚부터 갚아나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만기 110조 조달금리 2.97%…차환비용 1조 넘게 늘어
■저금리 국채의 역습
2030년엔 이자비용 10.7조 늘어
정부 “부채 수준 낮아 감내 가능”
전문가 “리스크 선제 관리 필요”
재경부가 박수영·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27~2030년 만기 도래 국고채 전 종목 현황’에 따르면 2030년 만기 도래 국고채의 과거 평균 낙찰금리는 2.44%로 2028년(3.19%)보다 낮다. 특히 2029년 만기 10년물 28조 3000억 원과 2030년 만기 10년물 40조 9000억 원은 발행 당시 가중 평균 낙찰금리가 각각 1.58%, 1.66%에 불과했다. 두 해 만기 10년물 69조 1000억 원을 평균 1%대 중반에 조달했다는 얘기다. 개별 낙찰금리가 실제 1%대였던 물량만 63조 3000억 원에 달한다.실제 2030년까지 연도별 만기 도래 국고채에 이달 15일 시장금리를 적용한 뒤 기존과 동일한 연물로 차환한다고 가정하면 조달비용 증가분은 2027년 1조 1170억 원, 2028년 9720억 원, 2029년 8760억 원, 2030년 1조 4770억 원으로 추산됐다. 2030년에는 만기 도래액이 89조 1000억 원으로 2028년보다 40조 원가량 적지만 차환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폭은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차환만이 문제는 아니다. 내년 국고채 총발행 계획은 222조 8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만기 상환과 시장 조성 등을 위한 차환성 발행이 126조 6000억 원이고 국가채무 잔액을 늘리는 순증 발행도 96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순증 규모는 올해보다 13조 1000억 원 줄지만 여전히 100조 원에 육박한다. 과거 낮은 금리에 조달한 빚을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는 동시에 새로 쌓이는 빚 역시 저금리 시절보다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되는 구조다.
정부는 2027년 예산편성금리 4.1%를 적용해 국고채 이자비용이 내년 40조 4000억 원에서 2030년 51조 1000억 원으로 10조 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이미 재정 운용의 주요 제약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3월 발표한 글로벌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이자 지출 비율은 3.3%로 최근 10년간 고점인 3.4%에 근접했다. 저금리기에 발행했던 국채가 높은 금리로 차환되는 가운데 대규모 신규 자금 조달 수요까지 겹치면서 이자 부담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만기도래하는 국고채 가운데 과거 3% 미만의 저금리로 빌린 국고채가 24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미국이 대표적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2월 발표한 재정 전망에서 연방정부의 순이자 지출이 2026년 1조 달러에서 2036년 2조 100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분의 절반가량은 정부 부채에 적용되는 평균금리 상승에서 비롯될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역시 2025~2026회계연도 정부 부채 이자 지출이 약 1090억 파운드로 전체 재정지출의 8%를 차지했다. 국채 이자 부담이 확대될수록 다른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정부도 차환 부담이 재정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황순관 재경부 국고실장은 “금리가 과거보다 올랐기 때문에 순수하게 이자비용 부담은 늘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전체 부채 수준이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하게 낮아 이자비용이 늘더라도 리스크 관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금리 시절 쌓아둔 부채가 더 비싼 부채로 교체되는 동시에 신규 부채도 높은 금리로 쌓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전과 달라진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가채무 감축과 국고채 발행 물량 및 만기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이자비용 상승 속도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채 발행 물량 조절과 바이백 등을 대응 수단으로 삼을 만하다”며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 상환도 대응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해 국채 순증 발행 규모를 12조 5000억 원 줄이기로 했다. 올해 초과세수를 활용해 연말 국고채 발행을 얼마나 추가로 줄일지도 향후 이자비용을 낮출 수 있는 변수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고채 발행 물량은 줄여주면 좋지만 내년도 물량은 예산안에 반영돼 있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