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9000달러대 추락 후 美 증시 회복에 반등
ETF 자금 오락가락…FOMC가 다음 분수령
이번 주 비트코인은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 지표에 8만 달러 아래로 밀렸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빠르게 8만2000달러선을 회복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데일리안 = 김민희 기자] 잠잠하던 비트코인이 물가 지표 한 번에 롤러코스터를 탔다.이번 주 초 8만3000~8만4000달러대에서 버티던 비트코인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한때 8만 달러선마저 내줬다.
이후 미국 증시가 낙폭을 줄이자 곧바로 8만2000달러대까지 반등했다.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던 가격이 거시경제 변수에 한꺼번에 출렁이는 장세가 다시 반복된 것이다.
1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의 가격 흐름을 보면 비트코인은 지난 12일 오전 8만3691달러에서 움직인 뒤 같은 날 오후 8만4173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영향이다.
하지만 반등을 이어갈 만큼 매수세가 강하지는 않았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직전 한 주 동안 6억81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순유출이었다.
현물 수요가 약해진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달러가 다시 오르자 비트코인은 곧바로 압박을 받았다.
중동 지역의 긴장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달러인덱스는 102.6을 넘어서며 약 18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높은 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달러 강세까지 더해지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도 줄어든다.
이에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오전 8만1774달러까지 내려왔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과 솔라나도 각각 1.9%, 3.6% 하락하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으로 약세가 확산했다.
다만 비트코인은 8만1000달러대에서 추가로 밀리기보다 다시 8만3000달러선을 회복했다.
아시아 증시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가격을 떠받쳤다.
기관투자자들도 현물을 한꺼번에 처분하기보다 파생상품을 활용해 하락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도 시장의 불안을 일부 덜어줬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지만 2027년에는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 긴축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완화되면서 비트코인은 한때 8만3900달러까지 올랐다. 주식시장도 앞선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그러나 연준 인사의 발언으로 형성된 안도감은 실제 물가 지표가 나오자 빠르게 사라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9월 CPI는 한 달 전보다 0.6% 상승했다.
시장 예상과 같았지만 지난 8월 상승률인 0.4%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3.7% 올라 시장 전망치인 3.6%를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한 달 전 대비 0.3%, 1년 전보다는 2.6% 상승해 각각 예상치를 넘어섰다.
이어 PPI까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자 시장은 연준의 금리 경로부터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CPI 발표 직후 약 22%에서 47%까지 치솟았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도 인상 가능성이 한때 50%에 근접했다.
이후 인상 확률은 다시 낮아졌지만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한 뒤 연말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금리 불안은 곧바로 다른 자산시장으로 번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284%까지 올랐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코스피가 7.57%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오후 8만828달러까지 떨어진 데 이어 16일에는 7만9000달러대로 내려갔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8만 달러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더리움은 더 크게 흔들렸다.
지난 12일 2500달러 중반에서 거래됐지만 15일에는 2355달러까지 밀렸다. 같은 날 24시간 하락률은 6.0%로 비트코인의 3.1%를 크게 웃돌았다.
가격 하락과 함께 기관 자금도 다시 빠져나갔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지난 14일 1억505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의 순유입 흐름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기관 수요가 아직 가격을 안정적으로 떠받칠 정도로 회복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만 8만 달러 아래에서는 매수세도 빠르게 유입됐다. 미국 증시가 낙폭을 줄이자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심리도 일부 회복됐다.
비트코인은 8만1000달러선을 되찾은 데 이어 16일 오전 9시에는 8만2192달러까지 올라섰다. 8만 달러 이탈이 연쇄적인 투매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이번 주 흐름은 비트코인 시장의 달라진 변동성 구조를 보여준다.
기관과 기업의 현물 수요가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물가와 금리 전망이 흔들리면 눌려 있던 변동성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커지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급등락을 10차례 기록했다. 큰 약세장을 겪었던 2018년보다도 많은 횟수다.
기관 참여와 현물 ETF 도입으로 평소 가격 움직임은 과거보다 차분해졌지만 레버리지 포지션이 한쪽으로 몰리거나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하면 가격이 더 빠르게 반응하는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향하고 있다.
연준이 추가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ETF 자금까지 돌아온다면 비트코인은 다시 8만3000~8만5000달러선에 도전할 수 있다.
반대로 연말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지고 기관 자금 유출까지 이어진다면 8만 달러선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