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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순간부터 갈리는 삶…스레드 달군 ‘80억분의1’[잇:써봐]

요약
  • AI로 제작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80억분의1'이 스레드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이 게임은 172개국의 실제 통계를 바탕으로 무작위로 부여된 국가와 환경 속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 이용자들은 게임을 통해 출생 환경에 따른 삶의 격차를 체감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얻고 있습니다.
1인 개발자가 AI로 4시간 만에 만든 '인생게임'
다양한 나라의 사람으로 태어나 일생 키운다
172개국 실제 통계로 나라·성별 무작위 출생
죽을 때까지 한 사람의 삶 끝까지 살아봐
내 삶을 돌아보다...5·15·30·50·70세 시간마다 질문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태어날 나라는 고를 수 없다. 부모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처음 ‘태어난’ 곳은 이름조차 낯선 아프리카의 한 나라였고,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게임을 시작한 지 2~3분 만이다. 최근 스레드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인생 시뮬레이션 ‘80억분의1’을 체험해봤다.

‘80억분의1’은 지구에서 1초에 네 명꼴로 태어나는 아기 중 한 명이 돼 일생을 살아보는 웹 게임이다. 나라와 성별, 가정 형편은 모두 무작위다. 172개국의 실제 통계가 뼈대다. 기대수명과 영아·5세 미만 사망률, 소득 분포, 교육 연수 같은 숫자가 한 사람의 삶으로 풀려난다. 이용자는 해마다 공부·일·가족·건강 중 어디에 힘쓸지 고르고, 진학이나 이주 같은 갈림길에서 선택한다. 개발자는 생성형 AI를 사용해 약 4시간 만에 첫 버전을 내놨다고 한다.

(사진=80억분의1 캡처)
태어난 곳이 직업을 좌우한다

기자는 모잠비크, 솔로몬제도, 나이지리아, 슬로바키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미국 등 10여차례 다른 삶으로 살았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출생이 가능성의 범위를 정한다는 점이다. 일반 게임은 능력치를 키우면 원하는 직업에 닿는다. 이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게임 속 연간 소득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학교에 들어가는 일부터 큰 과제였다. 이후에도 농장과 공장, 목축업 같은 1·2차 산업에서 일하다 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이나 운동 같은 예체능은 꿈꾸기도 어려웠다. 미국에서 태어났을 땐 운동선수로 성장할 길이 상대적으로 넓었다.

같은 아프리카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다른 나라의 격차는 컸다. 그래도 기자가 해본 판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삶을 누리려면 젊은 시절 해외 취업을 떠나는 길뿐이었다. 한국에 베트남, 네팔 등 여러 나라 노동자가 일하러 오는 것과 같은 논리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의외로 잘 산 인생이 그랬다.

이 게임의 묘미는 역설적으로 키우고 싶은 대로 키워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섯 살, 열다섯 살, 서른 살 등 생애 마디마다 시간이 멈추고 질문이 던져진다. 같은 1초에 태어난 네 사람의 삶도 곁에서 함께 흘러간다. 점수나 순위로 삶을 비교하는 장치는 없다. 승패 대신 ‘이 삶이 어땠는가’만 남는다.

(사진=80억분의1 캡처)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태어난 삶의 난이도가 쉽고 만족도 커

가장 오래 살다 평온하게 떠난 건 슬로바키아 여성으로 태어난 판이다. 이 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80세 안팎인 데다 교육과 연금 체계가 갖춰져 있어 게임에서도 노후가 안정적이었다. 가장 넉넉했던 삶은 네덜란드 하위 20% 가정에서 태어난 경우다. 꿈꿨던 예체능 전문가는 되지 못했다. 현실처럼 게임에서도 확률이 낮았다.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돼 소득을 넉넉히 올렸고, 60세에 사업체를 키워 자산 30억 원을 쌓은 채 90세에 생을 마감했다. 행복·관계·지식·건강 지표도 평생 여유로웠다.

여러 삶을 거치며 공통으로 남은 건 감사였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기에 초·중·고 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직업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일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줄 알았다. 이런 소감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다. 비슷한 후기가 온라인에 이어지고 있다.

직접 살아보지 못한 나이까지 가보는 경험도 값지다. 은퇴하고 요양원에 들어가는 과정까지 거치다 보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챙길지, 은퇴 후 어떻게 살지, 경제적 자유는 준비돼 있는지 자연스럽게 되짚게 된다.

맛보기로 즐기려면 16배속이 편하다. 결정 시간을 포함해 15분 안팎이면 한 인생을 살 수 있다. 1년이 3초 안팎으로 흐르는 속도다. 운이 없으면 1분 만에 끝나기도 한다.

이 서비스가 AI를 활용해 불과 몇 시간에 만에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는 점에서 이는 AI의 긍정적인 점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돌아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짧지만 묵직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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