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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여성만 피해 가나요"…'女 징병제' 다시 불붙은 이유 [이정우의 중대사안]

요약
  •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급감으로 여성 징병제 도입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 정치권과 일부 여론에서는 양성 징병제를 촉구하는 반면, 병무청과 전문가들은 시설 문제와 신체적 한계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을 보이고 있습니다.
"군대 갈 남자가 없다"…전문가들 "그래도 女징병제 시기상조"
軍, 2043년 병역자원 12만명 수준 전망
정치권 "양성 징병제 대안도 고려해야"
병무청장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아"
女 응답자 54.5%도 '여성 징병제' 찬성
전문가 "시설·신체 한계 등…시기상조"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군인이 부족해서 고아, 탈북자들도 징집 검토한다면서요?"

한 여성 누리꾼 A씨는 '여성 징병제'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겼다. 그는 "총알이 여자는 피해 가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요즘같이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북한에서도 도발을 일삼고 있는데 여자도 군대에 가서 자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훈련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대하거나 군내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누리꾼 B씨는 "군대 다녀오면 굳이 인생 여러 번씩이나 힘들게 애 낳아서 육아까지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리꾼 C씨는 "군대 내에서 반복적으로 여군 성범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므로, 이를 막을 수 있는 조치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성 징병제가 다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입영 대상 남성 대부분이 현역으로 가는데도 병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다만 홍소영 병무청장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문제"라며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고, 전문가들도 여성 징병제보다는 복무기간 연장 등 다른 대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 병역자원 급감…정치권 "여성 징병 논의해야"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 /그래프=ChatGPT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 /그래프=ChatGPT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성 징병제 논의의 배경에는 현역 판정 비율이 높아지는데도 병역자원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은 2018년 80.4%에서 △2019년 81.3% △2020년 81.2% △2021년 83.1% △2022년 83.6% △2023년 83.7% △2024년 86.4% △지난해 86.7%로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현역과 보충역 판정을 받은 비율은 전체 수검 인원의 94.2%에 달한다.

이는 인구 절벽으로 입대 가능 병역자원이 줄어든 영향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20세 남성 기준 가용 병역자원은 1차 인구 절벽이던 2019년 33만2000명에서 2022년 25만7000명으로 줄었다. 2차 인구 절벽이 본격화하면 2035년에는 22만8000명, 2043년에는 12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병무청은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고아와 귀화자, 북한이탈주민 등에 대한 병역 감면 제도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전시근로역 편입이나 면제 처분을 받았다. 다만 이 같은 방향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반발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사실상 남성이면 다 보내겠다는 것"이라며 "군대에 애당초 보내면 안 되는 사람들을 보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성 징병제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이 아니라 정말로 효율적인 병력자원 운용을 하려면 양성 징병제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홍 청장은 "여성 징병제를 갑자기 도입하는 것보다는 여성 간부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 女 54.5% "여성 징병제 찬성"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여성 징병제는 그간 젠더 갈등 소재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다. 당시 헌재는 "군 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이른바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 이를 특별한 희생으로 보아 일일이 보상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가산점제를 "실질적으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자 "병역면제자와 보충역복무를 하게 되는 사람을 차별하는 제도"라고 판단했다.

병역법 자체도 수차례 헌법소원 대상이 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지만, 병역법은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대상으로 남성을 명시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남녀 간 신체적 차이 등을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며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29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 등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최근에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안보 불안이 커지며 여성 징병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혁연구원이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병역제도 개편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59.6%로 반대(34.0%)를 크게 앞섰다. 여성 응답자 중에서도 54.5%가 찬성했다.

여군 장교 출신 김모 씨(29)는 "군대에는 전투 보직도 있지만 행정 보직 등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도 많다"며 "국가 안보가 튼튼하지 못하면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들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다. 인구 감소 국면에서 여성도 국가 안보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軍 전문가 "아직 여성 징병은 시기상조"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전문가들은 여성 인력을 수용할 시설 문제, 남녀 간 갈등, 전투 임무 수행의 신체적 한계 등을 이유로 여성 징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 교수는 "병역제도 하나만 건드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작전 개념부터 군 구조 개편, 편제까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종합 진단을 해 종합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복무기간을 늘려 병력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민호 우석대 군사학과 교수는 "복무기간을 18개월에서 24개월로 늘려야 한다"며 "그래야 숙련된 인원이 1년간 겹쳐 전투 병과에 복무하는 인원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 취업 가산점 등 혜택을 과감하게 줘야 한다"며 "군 가산점제는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없어졌지만 부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비전투 분야의 인력 운용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봤다. 그는 "작전 지속 분야는 군무원이나 초급 간부를 유입해 경제적 혜택을 주고 숙련도를 유지하는 쪽이 낫다"며 "경계 근무 같은 비전투 분야는 과감하게 민간군사기업(PMC)에 아웃소싱하고 우리 병력은 전투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무인 장비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3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2%포인트다. 선거 여론조사가 아니라 사회 현안 조사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신고 대상은 아니다.
'중대사안'은 사법(司)·안보(安) 이슈를 짚습니다. 검찰청 폐지·국군사관학교 통합 같은 굵직한 변화부터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야기까지, 이정우 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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