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공장 직원 모두 대피했는데 왜 진입시켰나”…현장 지휘·구조체계 비판
장인, 구조 과정 기록한 수첩 공개하며 진상 규명 촉구…추미애 지사도 조문
◇부천 공장화재 진압하다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 퇴근을 불과 20여 분 앞두고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에 동료 소방관과 유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소방위의 빈소는 무거운 침묵과 슬픔에 잠겼다.
빈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제복을 입은 동료와 선후배 소방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침통한 표정의 소방관들은 두 손을 맞잡은 채 빈소 앞을 서성이거나 고개를 숙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 딸과 아내를 남기고 떠난 김 소방위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결혼 8년 차인 김 소방위는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일하는 아내와 함께 불과 2주 뒤 경기도의 한 아파트로 이사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할 새로운 출발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끝내 이루지 못할 약속이 됐다.
유족들에 따르면 소방관 경력 11년 차인 김 소방위는 사고 당일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 퇴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전 8시 38분께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곧바로 소방차에 올랐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김 소방위 등 소방대원 4명은 건물 3층으로 진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하면서 김 소방위와 동료 대원 1명이 건물 내부에 고립됐다.
함께 고립된 동료는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김 소방위는 동료가 발견된 지점보다 약 5m 더 깊숙한 곳에서 27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구조 당시 그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 소방위의 상태는 위중했다. 의료진은 기적적으로 호흡이 돌아오더라도 식물인간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전했고, 가족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유족들은 구조 당시 김 소방위가 착용했던 방독면이 벗겨져 있었다는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소방위의 처형은 “발견 당시 방독면이 벗겨져 있었다고 해 소방 측에 물어보니 삼중 잠금장치가 있어 웬만해서는 벗겨지지 않는데 열기에 녹아내린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구조가 늦어지는 동안 유독가스를 그대로 마셔야 했던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사고 당시 현장 지휘와 구조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구조 당시 시간대별 상황과 의문점을 빼곡하게 적은 수첩을 공개하며 현장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장 작업자들이 이미 모두 대피해 추가 인명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는데도 최소한의 상황 파악 없이 퇴근을 앞둔 대원을 위험한 현장으로 들여보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상황이 위험했다면 즉시 철수시키거나 추가 인력을 투입했어야 했다”며 “지휘부의 판단과 현장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자기 자식이었다면 그 불구덩이로 등 떠밀었겠느냐”며 소방당국의 현장 지휘 및 구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도 유족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추 지사 앞에서 “손녀가 내년 취학 통지서를 받았는데 국가는 안전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대한민국에서 일하러 갔다가 퇴근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오열했다.
추 지사는 약 30분 동안 조문한 뒤 자신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과 관련해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퇴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추 지사를 향해 “사진 찍으러 왔느냐. 그런 망언을 하고…”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16일 오전 8시 38분께 발생해 2시간 28분 만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김 소방위가 순직하고 40대 소방대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다른 소방관 4명은 열탈진 증상으로, 공장 관계자 2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김 소방위 외에 모두 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고 김진석 소방위 유족이 작성한 구조 상황.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