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앞으로 안 오겠다” 눈물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아기의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자료사진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18개월 된 손주를 하루 12시간씩 돌보고 저녁 식사까지 챙겨준 장모가 사위로부터 육아 방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박을 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달 내내 아이를 봐주고 계신 장모에게 월 120만원을 주고 있다며 소리친 남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결혼 3년 차 맞벌이 부부로, 현재 친정어머니에게 18개월 된 아이를 맡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60대인 친정어머니는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홀로 손주를 돌봤다. 딸 부부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까지 준비한 뒤 귀가했다고 한다.
A씨는 “당연히 공짜로 부탁드릴 수는 없어 매달 수고비로 120만원씩 드리고 있다”며 “시부모님도 친정엄마가 고생하신다며 고마워하셨고, 저희도 엄마 덕분에 마음 놓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남편의 엄격한 육아 방침에서 비롯됐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은 육아 서적을 늘 가까이 두고 아이에게 설탕이나 과자를 주거나 TV·유튜브를 보여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하지만 A씨는 활동량이 많은 18개월 아이를 60대 어머니가 하루 종일 혼자 돌보는 상황에서 영상이나 간식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엄마가 잠깐이라도 숨을 돌리려면 ‘뽀로로’를 틀어주거나 과자를 한두개 쥐여줄 수밖에 없다”며 “그 고충을 너무 잘 알기에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면서 갈등이 터졌다. 당시 장모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손주에게 떡뻥을 쥐여주고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은 상태였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A씨는 “그 모습을 본 남편이 장모님 앞에서 한숨을 쉬더니 ‘아이에게 유튜브 보여주지 말고 과자를 주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느냐’, ‘저희가 공짜로 부탁드리는 것도 아니고 매달 120만원씩 드리는데 최소한 육아 방침은 지켜주셔야죠’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다.
충격을 받은 친정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짐을 싸 집을 나갔다고 한다.
A씨가 남편에게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고 식사까지 챙겨주는 장모에게 돈 이야기까지 꺼내며 화를 내는 것은 지나치다고 따졌지만, 남편은 “돈을 안 드리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데 왜 육아 기준을 지키지 않느냐. 이럴 거면 차라리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원 도우미를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A씨는 “엄마는 큰 상처를 받아 앞으로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하신다”며 “당장 다음 주부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남은 연차를 모두 끌어 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당한 대가를 줬으니 장모라도 지적할 수 있다는 남편이 너무 무례하고 상식 밖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돈을 준다고 장모를 혹사해도 되는 것이냐”, “자기 어머니에게 120만원을 주고 아이를 맡겨보라”,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라며 남편의 태도를 비판했다.
반면 “18개월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도 이해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만 2세 미만 미디어 노출, 발달에 어떤 영향 미칠까실제로 영유아의 미디어 노출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육아 문제 중 하나다. 늦게 보여줄수록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현실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꺼낼 때는 아이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집안일 등을 해야 할 때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의 소란으로 인한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유아 미디어 노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리즈대·리즈 트리니티대·애스턴대·러프버러대 등이 참여한 iADDICT 연구진은 생후 첫 1001일, 즉 임신부터 생후 약 2세까지의 디지털 미디어 노출에 관한 연구를 종합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만 2세 미만 영유아가 디지털 화면에 노출될 경우 건강과 발달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애 초기의 스크린 사용이 보호자와의 유대 형성, 신체 놀이, 언어 발달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도한 자극과 수면 장애, 눈 건강 문제, 소아 비만, 기기에 의존한 감정 조절 문제와도 관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아기. 아이클릭아트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발표한 5세 미만 아동의 신체 활동·좌식 행동·수면 지침에서 만 1세 아동의 좌식 스크린 시간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 2세 아동의 경우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고 권고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도 2024년 발표한 관련 지침에서 만 18개월 미만 영아는 영상 통화를 제외한 스크린 미디어 사용을 피하도록 권고했다. 생후 18~24개월에는 미디어를 도입하더라도 양질의 콘텐츠를 선택해 보호자와 함께 시청하고, 아이 혼자 영상을 보게 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화면을 보여주는 대신 아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비디지털 장난감을 활용하며 다른 사람들과 직접 만나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사 시간에는 스크린 사용을 피하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부모가 육아 원칙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그 원칙을 실제로 지키기 위해서는 아이를 돌보는 사람의 상황과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돌봄을 맡기는 부모와 조부모가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준을 미리 충분히 상의하고, 서로의 역할과 한계를 존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