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8월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 AFP=뉴스1(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관세를 일부 유예하자 러시아 크렘린궁이 "역사적 순간"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에 담긴 일부 제재와 관세, 규제 적용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발효를 이틀 앞두고 있던 이 법에 제동을 건 것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법 유예는 진정으로 중대하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됐다면 미국 경제와 세계 시장에 일차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 대화와 평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제재 공백, 침략자에 대한 압박 완화, 푸틴에 대한 금전적 보상, 이 모든 것이 그가 계속 공격하도록 부추길 뿐"이라며 유럽 동맹국들에 대러 압박을 유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이란 제재법'은 러시아산 수입품에 최대 500%의 관세를 물리고 러시아 고위 인사와 은행, 그림자 선단을 전면 제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법에는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의회에 서면으로 인증할 경우 일부 조처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발동해 에너지 공급망에 숨통을 틔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핵심 정유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드론 등으로 타격해 국제 유가를 자극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보수 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가리켜 "별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상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를 시사하기도 했다.
대러시아 제재법은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로 도입됐었다. 그는 20년 넘게 상원을 지킨 집권 공화당 중진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지난 7월 갑작스럽게 숨졌다.
그레이엄은 사망 직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하는 등 대러 강경 기조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의 부재 속에 트럼프 행정부가 실리 중심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일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디젤 30만 톤을 곧 공급하고 11월에 50만 톤을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