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통·호흡곤란시 심정지 위험 신호
의식 혼미·구토·두통 등 증상도 주의
근육경련 때는 걸으며 상태 파악해야“조금만 참으면 결승선인데….”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앞두면 ‘조금만 더 참고 달리자’는 생각이 커진다. 하지만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가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20대 참가자가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져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마라톤을 안전하게 완주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본다.
마라톤 도중 가슴이 쥐어짜이듯 아프거나 숨이 심하게 막히면 바로 멈춰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가슴 아프지만 조금만 더?” 지금 멈춰야=마라톤 도중 가슴이 쥐어짜이듯 아프거나 숨이 심하게 막히면 바로 멈춰야 한다. 심정지의 전조일 수 있다. 2016년 프랑스·미국 공동연구진이 심정지 환자 839명을 분석한 결과 430명(51.3%)이 쓰러지기 전 경고 증상을 겪었지만 응급구조대에 신고한 사람은 19%에 그쳤다. 주요 증상은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이었다.
◆“이러다 정신 잃을 것 같아” 바로 휴식을=더운 날 달리다가 유난히 덥게 느껴지거나 갑자기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도 위험 신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올 4월19일 경기 파주 마라톤대회에서 기온이 29℃까지 오르자 참가자 12명이 의식저하·경련·탈진 증상을 보였고, 이 가운데 7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미국애슬레틱트레이너협회(NATA)는 열사병의 핵심 증상으로 의식 변화, 혼란, 비이성적 행동을 꼽는다. 이런 느낌이 든다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그늘에서 몸을 식히거나 의료 부스를 찾아야 한다.
물을 지나치게 마셔 생기는 저나트륨혈증도 위험하다. 땀으로 염분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맹물을 과도하게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심한 경우 뇌세포 부종이나 의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구역질과 구토가 이어지는 것도 중요한 이상 신호다. NATA는 이같은 증상을 보이는 참가자에게 의료진 진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구토가 반복되면 달리기를 멈추고 의료진에게 몸 상태를 알려야 한다.
마라톤 등 장거리 달리기 과정에서 근육 경련이나 통증을 느낀다면 잠시 걸으며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게 좋다. 클립아트코리아 ◆절뚝이며 부상투혼? 걸으며 컨디션 확인=장거리 달리기 경험이 적으면 한쪽 무릎이나 발목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근육이 갑자기 강하게 수축하며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련이 올 수도 있다. 흔히 ‘쥐가 난다’고 하는 증상이다. 풀코스 마라톤 114회, 철인3종 경기 27회, 울트라 마라톤 10회를 완주한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은 “장거리 달리기에서 갑작스러운 근육 경련이 오면 일단 천천히 걸으며 몸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육이 풀리면 다시 뛰어도 되지만 금세 회복되지 않으면 경기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달리다 갑자기 발목 뒤에서 ‘툭’ 소리가 나면 아킬레스건 파열일 가능성이 크다. 올해 베를린 마라톤 여자부 경기에서는 에티오피아의 티지스트 아세파 선수가 결승선을 2㎞ 앞두고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남 원장은 “이 경우 프로 선수라서 완주했으나, 일반인이면 당장 의료진에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이 공개한 자료. 남혁우 원장 인스타그램 캡처 ◆“무리한 욕심 안 돼”…주최측도 의료 지원 충실히=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억지로 대회에 참가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조형’에서 ‘마라톤 대회 사망 왜 일어날까’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준비 부족, 기록 집착이 문제”라며 “일반인들이 수면 부족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훈련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대회에 나서면 사고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감독은 대회 주최측도 의료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앰뷸런스를) 출발선과 도착지점 각 1대, 5㎞ 코스 2대, 10㎞ 코스 4대, 하프코스 8대, 풀코스에는 10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 원장도 “2025년 미국 마라톤·하프마라톤 연구를 보면 2000~2009년, 2010~2023년 심정지 비율은 대체로 비슷했으나 사망비율은 71%에서 34%로 감소했다”며 “연구진은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즉시 제세동이 가능한 응급대응 체계가 생존율 개선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회 주최측이 코스별로 자동심장충격기(AED), 즉각 투입 가능한 구조 인력, 구급차 확충 등 응급대응 시스템을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