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김용민·유시민 검찰개혁 후퇴 반발…지지율 하락 부추겨
● ‘좌아하게’ “모두가 친노·친문”…‘진영 언어’로 멀어진 중도층
● 즉각 대응할 사안엔 침묵, 대응 안 해도 될 사안엔 적극적
● ‘에코체임버’ ‘필터버블’ 효과로 여론 착각 가능성
● 우크라에 보인 반응 절반이라도 대북 대응에 보였어야
● ‘모두의 대통령’ 되려 노력해야 40%대 지지율 회복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김용민 “검찰개혁 무력화 ‘7대 반동’ 즉각 중단”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9월 17일 김 의원은 “검찰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검찰개혁을 무력화하는 ‘7대 반동’을 즉각 중단하고, 김지용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1일에는 “광복 이후 만든 반민특위에 친일파를 위원장으로 임명하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말로 김지용 중수청장을 비판했다. 민주당 외부 인사인 유시민 작가도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구상해 온 수사·기소 분리의 구체적인 방식을 국민에게 진작 밝혔어야 했다”며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국정 방해 행위”라며 사실상 최고 수위의 경고를 보냈지만, 대통령의 경고가 여권 인사들에게조차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 유시민 작가(위쪽부터) 등 범여권 인사들이 김지용 중수청장 지명을 둘러싸고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뉴스1 |
이후 이 전 부지사가 “저의 진의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오히려 “대통령님의 고뇌도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논란 자체가 대통령의 권위와 정치적 입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처럼 대통령에게 이화영 전 지사 측이 공공연히 반발하는 상황이라면 청와대가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내야 하는데도 청와대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이런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 안타까운 것은 정작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에는 침묵하면서 굳이 직접 대응하지 않아도 될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지만 침묵함으로써, 자칫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측면이 있다. 반대로 검찰 문제를 둘러싼 강경파의 공세에는 오히려 대응을 자제했어야 했는데, 이들에게는 반응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들에게 반응하면 할수록 이들의 정치적 몸집은 더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더욱 어려운 여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아는지 모르겠다.
李, 적극 대응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 구분 못해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은 외교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을 한국으로 송환했다는 사실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공개하자, 우리 정부는 비밀 유지 합의를 위반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반발하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서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비밀 유지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 10월 2일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공개 사과에 응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주(駐)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했다.
이 대통령이나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있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송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상당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러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포로 송환 사실을 비밀로 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오니 우리 정부로서는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크라이나로부터 북한군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강경 대응이 오히려 우리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했다.
반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북한이 설치한 지뢰로 인해 우리 장병들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일정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전을 벌이는 데 그쳤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이러한 작전을 펼치고서 스스로 ‘강경 대응’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강경 대응’인지 아닌지는 상대의 반응과 국민 여론을 통해 평가돼야 하는데, 정부가 앞장서 ‘강경 대응’이라고 주장하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국내 사안에서는 불필요한 대응에까지 대통령이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보인 반응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북 대응에서 보여줬어야 했다.
SNS 활용, 에코체임버와 필터버블 효과 가능성이렇듯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대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의 낮은 대통령 지지율에 당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낮다 보니 이를 어떻게든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기고, 그 결과 결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선별적 대응’이 나오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무엇을 하든 지금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기는 힘들어 보이는 것이 문제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일 자신의 SNS에 정부 성과를 정리해 홍보한 한 지지자의 게시물을 인용하며 “많이들 함께 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고 썼다. 이재명 ‘X’ 계정 @Jaemyung_Lee |
하지만 대통령은 지나친 SNS 활용이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대표적 부작용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다. SNS에서 대통령이 사소한 말실수라도 하면 그것이 예상치 못한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주변에 홍보수석이나 대변인 등을 두는 이유 중 하나도, ‘정제된 언어 사용’을 통해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SNS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빈번하게 내놓으면, 이들의 역할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발생한 논란을 수습하는 데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대통령이 여론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른바 ‘에코체임버(echo chamber)’ 효과나 ‘필터버블(filter bubble)’ 효과 때문이다. 에코체임버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은 의견을 반복해서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지는 현상을 의미하고, 필터버블은 인터넷의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 골라 보여주면서 다른 관점의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런 현상 때문에 대통령은 여론을 ‘착각’해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지지층 결집을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다가 오히려 중도층과 거리가 벌어지고 지지율이 더욱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그가 사용하는 용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은 10월 1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정리해 홍보한 한 지지자의 게시물을 인용하며 “많이들 함께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고 썼다. ‘좌아하다’는 ‘우아하다’의 ‘우’를 정치적 좌우의 ‘좌(左)’로 바꾼 일종의 은어로, 최근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이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사용되는 ‘그들만의 언어’다. 대통령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특정 지지층의 정서와 언어를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대통령 지지율의 필연적 하락 법칙대통령이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9월 18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한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다”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들으면서 필자는 상당히 놀랐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통령 기자회견의 모두 발언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런 언급과 ‘진영 언어’의 사용은 중도층을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음에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진영 언어’와 ‘진영적 사고’를 드러냈다는 사실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지지율 하락에 적지 않게 당황한 나머지 지지층 결집에만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것이 중도층 이반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외에도 부동산 문제, 증권시장의 침체, 안보 불안 등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전월세 문제가 심각하다는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 대응이 미흡할 경우 민심 이반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통령 지지율의 필연적 하락 법칙’에 따르면 당황한 나머지 사용 가능한 모든 카드를 던진다고 해도 지지율 반등은 쉽지 않다. 정치학계에서 거론되는 이 ‘법칙’은 대통령 임기가 진행될수록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월 12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모두의 대통령’ 되려 노력해야 40%대 지지율 회복 가능전임 대통령 탄핵 이후 들어선 정권은 일반 정권보다 레임덕이 시작되는 지지율 기준선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통은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후반까지 떨어져야 레임덕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지만, 탄핵 직후 출범한 정권은 30%대에서도 레임덕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탄핵이 낳는 극단적 정치·사회적 양극화 때문이다. 탄핵 이후 정권에는 이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생기고, 이들의 결속력 또한 매우 강하다. 이런 반대를 넘어 국정을 운영하려면 그만큼 높은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금은 비상 국면임이 분명하고 그래서 대통령이 당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40%대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대통령이 말한 ‘모두의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40% 안팎의 지지율은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을 되새길 때다.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 유시민 작가(위쪽부터) 등 범여권 인사들이 김지용 중수청장 지명을 둘러싸고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일 자신의 SNS에 정부 성과를 정리해 홍보한 한 지지자의 게시물을 인용하며 “많이들 함께 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고 썼다. 이재명 ‘X’ 계정 @Jaemyung_Lee
10월 12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