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지음, 김영사, 232쪽, 1만8000원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넘게 세계평화와 번영의 수호자 구실을 해온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서 국부를 쌓아온 우리로서는 새로운 인식과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책은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패권 변천사를 돌아보며 ‘과거와 같은 미국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16세기 해양 패권을 장악한 포르투갈이 인도양과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세를 받던 상황과 최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뿐만 아니라 1865년 프랑스가 중심이 돼 결성한 라틴 통화 동맹은 BRICS 국가들이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기 위해 추진하는 탈(脫)달러 결제 시스템과 오버랩된다. 또한 영국이 부채 위기를 산업혁명으로 극복한 역사는 최근의 인공지능(AI) 혁명과 연결된다.
역사는 증명한다. 공급망을 틀어쥐고 신용을 창출하며 질서를 만드는 자가 결국 세계를 지배해 왔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이 교역로와 금융, 기술을 둘러싸고 패권 경쟁을 벌이는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 활로를 열어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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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카 지음, 오혜진 옮김, FIKA, 372쪽, 1만8800원
만남은 필연적으로 헤어짐을 잉태하고 있다. 죽고 못 살 것 같아 결혼한 부부라도 같은 날 같은 순간에 죽을 수 없기에 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남겨진 이는 상실에 따른 슬픔에 잠기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뜻하지 않은 병마와 싸우게 되는 일도 다반사다. 나이 듦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 변화에 감정 기복까지 심해지는 경험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게 된다. 이 책은 20년간 이어진 암 투병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사업의 위기와 갱년기까지 겹겹이 밀려온 인생의 시련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간 기록이다. 영원한 기쁨도 영원한 슬픔도 없는 게 인생이니 비록 지금 상실로 인한 절망에 빠져 있더라도 노래 부르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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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지음, 김영사, 448쪽, 2만4000원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역사에서 유일하게 ‘대왕’ 칭호를 받은 프리드리히 2세는 ‘안티 마키아벨’에서 “어떤 왕도 백성의 공포심 위에 군림하는 것이 유일한 정책 목적이라면 결국 겁쟁이들과 노예들 위에 군림하게 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마키아벨리즘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해온 김상근 교수가 ‘안티 마키아벨’을 번역한 이 책은 프리드리히 2세가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어떻게 반박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했는지를 담은 실전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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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외 지음, 생각의창, 342쪽, 1만8000원
에세이가 글로 지은 ‘밥’이라면, 시는 글로 빚은 ‘술’이고, 소설은 잘 숙성된 생지를 오븐으로 갓 구워낸 ‘크루아상’이다. 작가의 미학적 변환 과정을 거친 소설은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빵처럼 다양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인간은 소설을 창작하고 그 소설을 읽는 존재 아닌가. 깊어가는 가을 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밤잠을 설치거나 ‘꿈속에서도 꿈을 꾸는 나는 누구인가’가 궁금하다면, 소설집 ‘나타샤가 왔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문학적 사색이 그 속에 담겨 있다.
유재일 지음, 김영사, 232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