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올해 3%대 성장
4년 뒤엔 역성장 우려 나와
대기업 세계화하고 있는데
정치 전근대적 권력투쟁 중
경제체질 개선할 골든타임
반도체 호황기인 지금이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AI 시대를 이끌 주요 산업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 [사진 | 뉴시스]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거의 동시에 제기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크게 높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포럼에서 한국 경제가 오는 2030년부터 역성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IMF의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은 예견됐다. 한국은행과 KDI가 이미 각각 3.3%와 3.2%로 수정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각각 3.7%, 4.0%까지 내다본다. 핵심 요인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열기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이다.
특히 IMF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사상 처음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4만3512달러에 이어 내년 4만9277달러, 2028년에는 5만2100달러로 5만 달러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덕분에 올해 사상 첫 연간 수출액 1조 달러 달성을 앞뒀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4년 뒤 한국 경제가 뒷걸음칠 수 있다는 KDI의 경고는 뜬금없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이 부진하고, 체감경기가 냉랭한 판에 국책연구기관의 쓴소리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KDI는 장기 경제성장률이 1990년대 초부터 5년마다 약 1%포인트씩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런 추세라면 2030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지난 30년간 하락한 장기 성장률 추이와 개별 연도 성장률 등락은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로 인한 일시적 호황을 경제 전반의 체력이 좋아진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같은 포럼에서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반도체산업의 초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고,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미 정체 또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한국이 정치-관료-기업의 3각 지배구조 간 견제와 균형 속 고도성장해온 것으로 보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대기업은 세계화돼 왔는데 정치는 폐쇄회로에 갇혀 전근대적 권력투쟁에 심취해 있다"고 꼬집은 점도 뼈아프다.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미국의 고물가 충격에 따른 빅테크 기업 주가 하락 여파로 15일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급락했다. 코스피지수가 7.5%대 폭락하며 5500대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IMF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대비 0.7%포인트 높인 13일에도 5%대 급락했다. 이날 미국과 한국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한 주요 요인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초미세화 기술(4F²)로 성능을 높인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12일 발표한 점이 꼽힌다.
국내외 여러 상황은 우리가 지금 반도체 초호황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면서도 "AI 관련 수익성·생산성 향상 기대가 후퇴하거나 금융시장이 재평가될 경우 주가 변동성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가 불과 4년 뒤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KDI의 경고는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의 호황=경제체질의 전반적 개선'이 아니라는 의미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누리는 지금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반도체 초격차 유지는 물론 AI 시대를 이끌 로봇, 원전 등 주요 산업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부합하는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도 시급하다. 노란봉투법과 주 52시간제 등 경직된 규제를 손질해 성장친화형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창의적인 인재와 아이디어가 성장의 원천이 되도록 교육과 연구개발, 보상 체계도 바꿔야 한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부합하는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도 시급하다.[사진|뉴시스]중동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해협 통행 문제, 미국과의 통상·외교 갈등 등 대외변수의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수입선 다변화 등 에너지 공급망에 적극 대비하면서 실물경제를 튼실하게 떠받치는 경제안보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려면 제도 개편과 법 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정치·관료 집단의 각성이 절실하다. 6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30일까지 이어진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감시·비판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통제 장치다.
하지만 올해 국감도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과 과격한 발언·충돌 장면을 SNS를 통해 퍼뜨리는 '쇼츠 정치'가 난무하며 정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국감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국감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부 정책 방향과 기업 관련 이슈는 주식·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은 기간이라도 민생과 정책 질의에 집중하는 실용적인 국감을 기대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