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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비둘기 좀 쫓아주세요"…미국 지하철 투입된 '이 녀석'

요약
  •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등지에서 비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적인 매를 고용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BART와 포드 공장은 이미 매를 활용해 비둘기 활동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보스턴 교통공사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 이는 자연의 천적 관계를 이용해 시설물 부식과 위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더스쿠프 워싱턴 리포트
美 샌프란, 비둘기 퇴치에 매 고용
보스턴 지하철도 도입 검토 중
포드 공장서 비둘기 활동 80% 감소
최첨단 시대에 제몫하는 자연 법칙
서울의 비둘기는 골칫덩이가 된 지 오래다. 공원과 광장, 건물 주변에 몰려들어 배설물을 남기고 악취와 소음을 유발한다. 배설물은 건물과 교량 등 시설물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4년 성산1교 아래에 몰려든 비둘기 때문에 시설물이 부식되고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비둘기가 앉지 못하도록 특수 피아노선까지 개발했다.
서울의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에서 먹이를 주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될 수 있다. [사진 | 뉴시스] 서울의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에서 먹이를 주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될 수 있다. [사진 | 뉴시스]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비둘기 관련 민원은 1658건으로 전년보다 12.0% 증가했다. 특히 비둘기 먹이주기 단속이나 금지구역 확대를 요구하는 민원은 15건에서 910건으로 급증했다. 급기야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주요 공원과 광장 등 38곳을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먹이를 주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비둘기는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도심 지역이라면 골머리를 앓는 공통의 불청객이다. 미국에서는 '날개 달린 쥐'라고 불릴 정도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하던 비둘기와의 전쟁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방식이 있으니 바로 천적인 '매'를 고용하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지하철을 운영하는 광역철도공사(BART)는 2022년부터 매를 고용하고 있다. 주인공은 '팩맨(Pac-Man)'이라는 이름의 해리스매(Harris·hawk)다. 팩맨은 전문 조련사와 함께 지하철 역사 곳곳을 순찰하며 비둘기를 쫓아낸다. 승강장에 나타난 매를 보고 놀라거나 사진을 찍는 승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BART가 처음 매를 투입한 곳은 엘세리토 델 노르테(El Cerrito del Norte)역이다. 비둘기들이 역사에 몰려들어 배설물을 남기고 시설물을 오염시키자 천적을 활용하는 방식을 시험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비둘기는 천적인 매가 주변에 있으면 위험을 느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자연의 천적 관계를 이용해 비둘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BART는 시범사업을 마친 뒤 매를 투입하는 역사를 12곳으로 확대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광역철도 BART가 비둘기를 쫓기 위해 고용한 해리스매 '팩맨'. [사진 | BART, 그래픽 | 더스쿠프] 미국 샌프란시스코 광역철도 BART가 비둘기를 쫓기 위해 고용한 해리스매 '팩맨'. [사진 | BART, 그래픽 | 더스쿠프]BART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전문업체가 운용하는 매와 조련사를 고용하는데 드는 금액은 대략 268만5000달러(약 36억원)에 이른다. 비둘기를 쫓는 데 1년에 7억원 넘는 돈을 지출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그물이나 특수 구조물 같은 기존 퇴치 방법이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보스턴에서 '매'를 고용하는 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6일(현지시간) 보스턴닷컴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의 대중교통 운영기관인 매사추세츠만 교통공사(MBTA)는 최근 전문 조련사들에게 맹금류를 활용한 비둘기 퇴치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문의했다. 역사와 차량 정비시설에 몰려드는 비둘기, 갈매기, 찌르레기 등의 배설물이 시설물을 부식시키고 승객과 직원들의 위생에도 문제를 일으키자 대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보스턴은 지금까지 그물과 조류 접근 방지용 구조물을 설치하고 비둘기를 포획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지난 9월 4일까지 포획해 이주시킨 비둘기만 218마리에 달했지만, 비둘기는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결국 MBTA는 200곳이 넘는 역사와 관련 시설에 매와 송골매 같은 맹금류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자주 출동해야 효과적인지, 한번에 몇시간씩 활동해야 하는지 등을 전문가들에게 문의하고 도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갓 도색을 마친 자동차에 배설물을 떨어뜨리는 비둘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포드 자동차 조립공장에도 매가 활약하고 있다. 멕시코 에르모시요에 있는 미국 포드자동차 조립공장에는 '엘 차로(El Charro)'라는 이름의 해리스매가 출근 중이다. 출근하면 식사를 제공받고 하루 2~3시간 일하며, 공장 직원들과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래픽 | 더스쿠프] [그래픽 | 더스쿠프]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도에 따르면 엘 차로는 공장 상공을 순찰하며 비둘기를 쫓고 둥지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 지금까지 300회 넘게 비행했고, 주요 관리구역에서 비둘기 활동 흔적이 약 80% 감소했다. 연간 3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비둘기로 인한 도장 보수와 생산 차질을 줄이는 데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비둘기는 이제 도시의 관리비용을 발생시키는 불청객이 됐다. 최첨단 드론이 하늘을 누비는 시대지만, 해법은 결국 자연의 질서를 이용하는 데 있었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매를 고용하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반갑게도 느껴지는 이유다. 언젠가 서울 지하철에서도 비둘기를 쫓는 매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까.

장규석 특파원 |
더스쿠프 워싱턴지국장
 2580@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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