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독립 개폐 코치(양문형) 도어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를 적용한 'GV90 네오룬'.새로운 디자인과 첨단기술을 탑재한 신차는 소비자의 주목도를 극대화하고 전시장으로 발길을 이끈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새로운 혁신을 입힌 신차 출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올 하반기에도 한국 자동차 시장에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들의 신차가 대거 쏟아진다. 자사의 차세대 기술력을 총망라한 신차들을 앞다퉈 내놓으며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되거나 본격적인 출고를 시작하는 신차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장기화하는 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라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완성차 업계는 시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파격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신차를 앞세워 반등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과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세단보다는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신차 키워드다.
가장 절치부심하는 곳은 단연 현대차다. 올해 내수 판매가 두 자릿수 감소하고 상반기 영업이익도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하반기 신차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양한 신차들이 곧 시장에 나오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모델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90이다.
라인업 확대로 반등 노리는 현대차대형 전기 SUV인 GV90은 제네시스가 지금까지 선보인 SUV 가운데 가장 큰 차종이다. 앞으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역할을 맡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GLS나 BMW XM·iX 계열 등 글로벌 프리미엄 대형 SUV와 경쟁하는 모델이다.
GV90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여러 고급 사양을 갖추고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세계 최초 독립 개폐 코치(양문형) 도어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를 적용한 ‘GV90 네오룬’과 기존 여닫이 방식의 스윙 도어를 적용한 GV90 등 2종으로 운영된다. 구체적인 스펙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내외부 디자인만으로도 이미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반기 국내 고급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차종으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또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도 선보인다. 그동안 제네시스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선택지를 내놓게 됐다는 설명이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는 제네시스의 대표 SUV인 GV80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처음 적용한 모델이다. 정확한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10월 출시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또 ‘디 올 뉴 투싼’을 내놓는다. 투싼은 현대차 SUV 라인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모델이다. 이번 신형은 약 6년 만에 이뤄지는 완전변경으로 단순한 상품성 개선이 아닌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형 투싼은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키우고 실내 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전장과 휠베이스, 전폭을 모두 늘려 중형 SUV에 가까운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기존 투싼의 도심형 SUV 이미지는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려 국내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준중형 SUV 시장을 공략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도 하반기 SUV 시장에서 주목할 차종이다. 완전변경만큼 급격한 변화보다는 디자인과 편의·안전사양을 다듬어 상품성을 높이는 방향이 예상된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선택지를 함께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힐 전망이다. 신차 5종 쏟아내는 벤츠한국GM도 브랜드 확대를 승부수로 던졌다. 하반기 GM의 준프리미엄 브랜드 뷰익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기로 한 것. 쉐보레·캐딜락·GMC와 함께 4개 브랜드 체제를 구축한다. 뷰익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모델은 중형 SU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엘렉트라 E7’이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사 SAIC-GM이 개발·생산한 차량으로 전기 모드로만 최대 126km를 달린다.
전기와 엔진을 함께 사용 시 약 1000km를 달린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장기간 이어진 신차 공백 속에서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뷰익을 앞세워 점유율 상승을 꾀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테슬라와 BMW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긴 벤츠는 하반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신차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 왕좌 탈환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디 올 뉴 일렉트릭 CLA’, ‘디 올 뉴 CLA 하이브리드’, ‘디 올 뉴 일렉트릭 GLC’ 등 5종의 신차를 투입한다. 특히 내부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모델은 ‘디 올 뉴 일렉트릭 CLA’다.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국제표준시험방식 기준 최대 무려 792km 수준의 주행거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포르쉐코리아와 렉서스코리아도 얼마 전 신차를 선보이며 하반기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전념을 다하고 있다.
포르쉐는 9월 30일 전기 SUV ‘카이엔 일렉트릭’을 국내 출시했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442마력, 최대토크 85kg·m를 내고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다. 사륜구동과 전자식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ePTM)를 적용했다.
양면 냉각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을 통해 카이엔 일렉트릭은 최대 512km, 터보 일렉트릭은 최대 468km를 주행할 수 있다.
렉서스는 8세대 완전변경 ‘올 뉴 ES’ 판매에 돌입했다. 올 뉴 ES는 기존 하이브리드 라인업에 순수 전기차까지 추가됐다. ‘하이브리드 강자’라는 기존 이미지를 전기차까지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완성차별로 신차의 사양이나 특징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들이 신차로 거두고자 하는 목표만큼은 일치한다. 점유율 상승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신차 출시는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카드로 꼽힌다.
가장 큰 효과는 소비자 주목도 극대화다. 새로운 디자인과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탑재한 신차가 등장하면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쏠리게 한다.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하며 전시장 방문객 수와 계약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신차 출시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노후 모델의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 인센티브(할인)를 확대하는 방식은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낳는다. 반면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 신차는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어 대당 판매 단가(ASP)와 영업이익률을 동시에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신차는 ‘브랜드 진부화’를 방지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모델의 노후화는 곧 경쟁력 약화와 점유율 하락으로 직면하게 된다”며 “새 디자인의 신차를 앞세워 브랜드에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