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빨대' 발언에 "마음 다해 사과"
추 지사 장례위원장 맡아 경기도청장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천 도장공장 화재 사망 소방관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
17일 오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 고 김진석 소방위(44) 빈소에는 주황색 제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한 50대 조문객은 "(추 지사가) 오면 항의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빨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2시13분 추 지사가 빈소에 들어서자 격양된 소방관과 조문객들이 빈소 앞 복도로 몰려들었다. 조문객들은 추 지사를 향해 "사과하세요" "사진 찍으러 왔느냐. 보여주기하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외부 취재진 접근을 막은 가운데 추 지사는 조문 뒤 김 소방위의 유족과 소방노조 관계자들과 마주 앉아 대화했다. 고인의 장인은 추 장관을 만나 "(사위가) 새벽에 퇴근하고 24시간 고생한다. 일이 끝나면 퇴근하고, (쉬다가) 다시 일하러 가는 게 일상이 돼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소방관들은) 평범하게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처음 알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50분여간의 조문을 마치고 빈소를 나선 추 지사는 "이 자리를 빌려 (빨대 발언이)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김 소방위에 대해 "원래 퇴근하려다가 (퇴근 시간) 10분을 남겨두고 화재 소식을 듣고 즉각 출동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인명을 구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 간 소방관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소방공무원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해 소방관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 소방위는 2014년 7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2024년 7월부터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에서 근무했다. 올해 1월에 모범 소방공무원상을 받았다. 가족은 배우자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6세 딸을 두고 있다. 소방청은 고인을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국립현충원 안장도 추진한다.
시민 추모를 위해 세종시 세종중앙공원 도시축제마당에는 김 소방위 합동 분향소가 설치돼 영결식을 마칠 때까지 운영된다. 김 소방위 장례는 경기도청장으로 오는 19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추 지사가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화재는 지난 16일 오전 8시38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지상 5층짜리 건물 3층 금속부품 공장 내 신나 세척실에서 일어났다. 불은 2시간28분만인 오전 11시6분쯤 꺼졌지만,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들이 고립돼 인명피해가 컸다. 김 소방위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17일 오전 0시55분쯤 숨졌다.
또 다른 소방관 1명이 중상, 소방관 4명과 공장 관계자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관계기관 현장 합동검식에서 인화성 물질인 시너 수십통이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시너 세척 작업 중 발생한 유증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천 도장공장 화재 사망 소방관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